의사 생태도감 - 본분을 잊은 의사들이 맞이하는 4가지 파국
이노우에 히로노부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 목숨이 대게나 우럭보다는 중하지 않겠나

 

 

 

책표지가 특히나 인상깊었다. 이런걸 표본상자라 불러야 하나. 마치 어린시절 여름방학 숙제로 잠자리나 나비 따위를 잡아서 표본상자에 핀으로 고정시켜 놓았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벌레만도 못한 존재라는걸 희화한 표현이아닐까 자의적으로 해석해보았다. 그 미니어쳐 밑에는 각각의 죄목이 적혀있다. 돈으로 아들을 의대에, 교통사고 환자는 돈벌이, 환자와의 사랑, 환자보다 골프.. 그리고 한 줄의 문장으로 이 책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본분을 잊은 의사들이 맞이하는 4가지 파국이라고.

 


이 책을 보기전에 필자가 한 가지 착각한 부분이 있었다. 일전에 독일 의료계의 비리를 다룬 '메디컬 스켄들'이란 책을 보았더랬는데 그 책과 비교 하면서 아마 이 책은 일본판 메디컬 스켄들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젠 한국만 남은건가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엄연히 '소설'이니 읽다가 필자처럼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리지 말길 바란다.

 


첫번째 이야기인 '부정입학'을 보면서 바로 위와같은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니 이건 칼만 안들었다 뿐이지 명백한 살인행위 내지는 살인교사가 아닌가. 이거 이래도 되나? 독일의 그것보다 어째 판이 좀 커지는 느낌인데라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설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허나 이 책의 저자인 이노우에 히로노부가 젊은 시절 보험조사원으로서 활동하며 병원에서 목격한 그리 떳떳하지 못하거나 낯 뜨거운 실상이 그 창작의 토대가 되었다고 하니 모골이 송연해지는건 피할수 없었다.

 


일본사회에서 수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병원이 가지는 긍지와 의미는 그 가치가 상당한가 보다. '부정입학'에서는 그 지역사회를 위해 반드시 명맥이 유지되어야 하는 오카구라 병원의 부원장인 쇼고의 도가 지나친 사명감으로 인해 자신의 아들 쇼헤이를 의대에 부정입학 시켜 결국엔 의사로 만들어내고 (실제로 그런 대형병원의 후계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은 경영능력이 최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의사 자격증이 없으면 병원의 경영자가 될 수 없는 법에 의거해 발생한 일임.) 급기야는 원장을 죽음에 까지 이르게 한다는 스토리이다. 특히나 마지막의 반전으로 이 책에 실린 네편의 이야기중 가장 '소설적인' 재미가 훌륭했던 작품이었다.

 


그 외 세번째 이야기인 '섭식장애'에서는 의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 죄질이 가장 약하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했었다. 솔직히 '사랑'한게 그렇게 때려죽일만큼 잘못한건 아니지않겠는가. 하지만 그 의사가 이미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었고 어느 정도 환자의 병력을 이용(?)한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이시노 아사미의 쓸쓸한 죽음과 이루지 못한 그들의 사랑은 필자를 약간 안타깝게도 했었다. 나머지 두 작품 '경부염좌'에서는 자신의 빚을 갚기위해 소위 말하는 '나일론 환자'를 양산해 내는 부도덕한 의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의료과실'에서는 여자와 골프에만 빠진 나머지 의료사고는 예방이 아닌 사후에 적당히 처리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역시나 부도덕한 의사가 된통 당한다는 이야기였다.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으나 결론은 역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네명의 의사 모두다 근본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의사라는 본분을 망각했었기에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문득 어저께 본 한 시사프로의 한 장면이 떠올랐었다. 모 유명관광지 횟집들에게서 행해졌던 이른바 '두배저울' 사건이었다. 분명히 대게나 우럭, 광어들을 사면서 저울로 달아 보았을때는 10kg이었는데 집에와서 달아보니 5kg이었다는 그런 사건이었다. 저울속의 스프링을 하나씩 빼서 무게가 두배가 나가도록 만든 저울을 집단적으로 사용하다 적발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세상 참 믿을놈 하나도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더랬다. 일일히 물건 살때마다 개인저울을 들고 다닐수도 없고.

 


대게나 우럭도 안심하고 못사먹는 세상. 하물며 사람목숨이 대게나 우럭 따위보다는 더욱 더 소중한것 아니겠는가?

 


풍자라고 가볍게 보아 넘기기엔 그 중요성이 너무 크다. 의료인들 스스로 또한 모든 이들이 각자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소명의식'과 '장인정신'을 항시 견지해야 할것이다. 모든 직업은 '천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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