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5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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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전의 힘'을 생각해 보다가..

 

 

 

얼마전 독서관련 모 인터넷 까페에서 고전을 추천하는 이벤트를 한적이 있었다. 그 때 이 책을 추천하여 상(?)받았었다.

 


필자가 다시금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린시절 보았던 이른바 세계문학전집 같은 셋트를 한 세군데 출판사에서 이 책 저 책 조합하여 책장의 세칸정도를 채워넣은 일이었다. 아직 채 반도 보지 못했지만 인생의 매 순간을 대함에 있어 항상 그 '시작'이 중요하다는데 비중을 크게 두는 편이라. 아마 그런 심정의 발로였던것 같다. 하물며 학창시절에도 항상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마음먹으면 매번 수학정석의 '집합과 명제'랑 성문종합영어의 'TO부정사'부터 열심히 들여다보곤 했지않았던가.

 


문득 '고전의 힘'을 생각해 보았다. 필자처럼 모든일은 그 탄탄한 기초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것이며, 지식 검색 사이트에 '고전을 왜 읽어야 하나요?'따위의 질문을 해보면 아마도 그것은 오랜 세월동안 인류가 쌓아온 삶의 지혜가 축적된 보고이며 어쩌고 저쩌고식의 모범답안이 나오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선뜻 대답해 주기가 어렵다고 생각되어지니 책 읽기에 관한 필자의 내공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최근에 1억원 고료 모 국내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이 시대 우리나라 대한민국 20~30대 젊은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트렌드를 잘 반영해서 재미있었다는 입장과 대한민국 여자라면 다 저렇게 살아야 하나 한심하다 이게 1억원이란 상금의 가치가 있을까란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필자는 후자쪽에 가까운 입장임을 밝힌다.

 


시대가 변했다. 그러면서 입맛도 변했다. 하지만 변하면 별로 안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있다. 적절한 표현이 될지 모르겠지만 맛있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매일 끼니를 패스트푸드로 해결한다고 치자. 분명 그러다 탈난다. 살찐다. 콜레스테롤 수치 올라간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밥' 먹어줘야 한다. 김치, 된장찌게 먹어줘야 한다.

 


아마도 그런 마음에서 새삼 펼쳐든 책이었던것 같다. 참 다시 보아도 좋은 책들이 많다. 어린왕자, 데미안 등등.. 물론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처럼 10대때 봐도 어렵고 20대때 봐도 헷갈리며 30대때 봐도 여전히 뭔소리인지 모르는 그런 책들도 있기는 하다. 그런면에서 스탕달의 '적과 흑'은 요즘 젊은이들도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고전 중 대표적인 책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위에서 거론한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맛과 영양을 고려한 쌀강정이나 꿀떡 같은 소설이다.

 


이 책에 얽힌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하나있다. 작년에 아는 누님의 소개로 조신하고 가정교육 잘 받았다 정평나있던 20대후반의 모 여성과 소개팅을 하게되었다. 필자가 책 좋아한다니까.. 어떤 책이 좋아요란 질문에 하필 바로 이 '적과 흑'이 떠올랐다. 그때 입으로 벌써 이 책의 서평은 다썼던것 같다.

 


중세 프랑스에서 출세의 길은 두가지였다. 적과 흑이란 제목이 의미하듯이 적으로 대표되는 군인의 길과 흑으로 대표되는 사제의 길이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왕정 복고 시대의 암울기로 접어들게 된다. 이에 쥘리앵 소렐은 그의 우상이던 나폴레옹의 그림을 스스로 찢고 사제로서의 길을 택하게 된다. 어느 절벽에 위치한 동굴이었나. 그곳에서 출세를 위한 욕망을 키우며 세상을 향해 마음의 칼을 갈던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쥘리앵 소랠은 참 매력적인 케릭터였다. 흔히들 말하는 여자들이 죽고 못사는 '나쁜 남자'로서의 면모와 이 시대의 트렌드인 훈남의 조건을 두루 갖춘 매력남이다. 그래서였던지 그가 택한 출세를 위한 방법에서 우를 범하게 된다. 그 죽고 못사는 여자들을 이용했던것. 결국엔 그 여자들로 인해 몰락을 하는 스토리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란 우리 속담을 그가 그 때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쥘리앵 소랠이란 한 사나이의 부침을 통하여 인간의 욕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것이다.

 


자.. 이 이야기가 재미없냐? 이 이야기를 듣고 아주 지루해 죽겠다던 표정을 짓던 그 소개팅녀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일부러 지루하지 말라고 스탕달이 자기 스스로의 마음을 알고자 하기 위해 썼다던 '에고티즘의 회상'이 어쩌니 왜 이 '적과 흑'이 심리적 사실주의가 구현된 최초의 작품이라 일컬어지는지 따위의 이야기는 입밖에 꺼내지도 않았는데.

 


근자에 서머싯 몸이 쓴 평론집을 보았다. 그 책에 이 '적과 흑'도 소개가 되어있었는데 작품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스탕달이란 인물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도 거론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스탕달이란 이름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좀 땅딸한 느낌이 들어 예상은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스탕달은 별로 멋지지 않은 외모가 컴플렉스 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여자들에게 인기도 없었고 그런 훈남이 되고픈 욕망이 '적과 흑'의 매력적인 사나이 쥘리앵 소렐을 만들어 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흥미롭지 않은가?

 


진정 책이 좋아 책을 가까이 하곤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고전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은 꽤 즐거운 일일것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책장 가득 꽂혀있는 아직 못다본 고전들중 '적과 흑'과 같은 매력적인 작품이 몇개 더 숨겨져 있을것 같아 사뭇 흥분된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지금처럼 '무엇'을 위한 독서가 아닌 독서 그 자체를 위한 책읽기를 해야지 다짐해 보았다.

 


나도 한때 문학소년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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