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가 제공하는 [서평클리닉] 5회- 대명사 <것>을 절대 쓰지말라?

 

[옷장을 열어본다. 입을 옷이 없다. 한 때는 갖고 싶어 애탔던 유명브랜드 옷들이 걸려있지만 손이 가지 않는다. 방을 둘러보니 먼지 쌓인 채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것들이 가득하다. 지름신이 오셔서 질렀던 물건들을 다시 보며 생각한다. ‘과연 이게 필요한 것인가’ ]

 

이 문장은 <즐거운 불편>(2004, 달팽이)에 대한 서평 중 일 부분입니다. 중간에 <모르는 것>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오늘은 이 <것>이란 단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이 대명사는 참 편리합니다. 모든 단어를 대체하여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것>이 글쓰기를 망치는 버릇 중 하나입니다. 사실 내가 쓴 바로 이 문장 역시 다음과 같이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것>이 글쓰기를 망치는 것 중 하나다.]

 

그러나 난 잠시, 이 <것>을 쓰지 않기 위해 다른 단어를 고민했습니다. <요소>이라고 할까, 아님 <문제점>이라고 할까, 아님 시적인 표현을 써서 <독>이라고 할까. 그 중 나는 <버릇>이란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것>이란 단어를 자주 쓰는 건 습관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맨 앞의 예문 중 <모르는 것>은 뭘로 고칠까요. 고민들 해보시기 바랍니다. <잡동사니>는 어떨까요. <것>대신에 <잡동사니>란 멋진 단어가 문장을 빛내줍니다. 다음을 보시죠.

 

[태평양의 외로운 이스터 섬에는 세계7개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거대한 석상들이 있다. 이 석상들이 왜 만들어졌는지 아직도 의문에 쌓여있다. 그러나 이스터 섬에는 또 하나의 불가사의 한 것이 있다. 바로 롱고롱고 어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문자이다.]-<로스트 랭귀지>(이지북 .2007)

 

이 서평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이스터 섬에는 또 하나의 불가사의 한 것이 있다.>는 부분에 나오는 <것>. 어떻게 고쳐야할까요. <유물> 같은 게 해당 되겠죠. 때로는 이 <것>을 대체할 단어가 마땅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찾을 수 있고, 찾아내야 합니다.

 

가장 좋지 않은 경우는 <것+것>입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죠.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할 말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엔 앞의 것을 <점> 혹은 <사실>로 바꾸면 되겠죠. (<것이다>란 표현도 남용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이 <것>이란 단어 때문에 숱한 단어들이 사장되고 있습니다. <것>의 입장에서 보면, 걸핏하면 불려나와 혹사당한다고 불평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론 <것>을 푹 쉬게 해주세요. 그의 역할은 대명사이니까요. 대신 예쁘고 고운 우리 고유명사를 잘 찾아 쓰자구요.

 

[북데일리 임정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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