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가 제공하는 [서평클리닉] 4회 <글 속에 숨어있는 옥의 티>

 


 

 

 

[여기 젊은 청년이 한명 있다. 시민 계급 출신의 젊고 잘생긴 베르테르. 그 풋풋한 젊은이는 어느 날 자신의 삶에 운명처럼 뛰어든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그녀이기에, 두 사람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견고한 벽 앞에 가로 놓여있었지만, 샤를 로테를 보는 순간 베르테르는 분명 온 몸이 마비될 듯한 전율이 운명의 전주곡과 함께 주변을 에워쌌을 것이다. 그녀를 보면 볼수록 사랑은 커져만 가고, 이미 배우자가 있는 상대를 사랑하는 고뇌와 고통이 서글픈 격정이 되어, 청춘의 독약처럼 베르테르의 온 몸에 번져가기 시작한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평 중.
 

베르테르와 로테의 슬픈 이야기를 잘 녹여낸 서평 중 일부입니다. 어떤가요. 잘 썼죠. 예전에 그 책을 읽던 기억이 떠오를 법 합니다. 그런데 글쓰기 관점에서 보면 다릅니다. 예컨대 '수사'가 좀 많아 보입니다. 보통보다 좀 엄격한 기준을 적용, 지적해보겠습니다.

 

1. 첫 문장. 청년은 바로 젊은이이지요. 따라서 '젊은'은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그 뒤 문장의 '젊은'도 중복이지요.

 

2. '시민계급'이란 수식어는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사랑에 빠지는 상황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따라서 빼는 게 좋겠습다. 다만 시민계급이란 단어가 필요로 하는 다른 문장에서 필요하지요. 예컨대 로데가 부유층이라고 서술했다면 당연히 필요합니다. 신분의 차를 넘은 사랑, 뭐 이런 식의 구도를 이끌어내는 것이지요.

 

3. 셋째 문장의 <풋풋한 젊은이>는 이전 문장의 '<젊은 청년>과 거의 비슷한 단어. 중복으로 보입니다.

 

4. 다음. <이미 약혼자가...>란 문장은 너무 깁니다. 앞은 단정적 표현, 뒤는 가정적 표현. 혼란을 야기시킵니다. 또한 문장에 <두 사람>과 <베르테르>라는 두 개의 주어가 양립함으로써, 역시 읽는 이를 헷갈리게 합니다.

 

5. <견고한 벽> 부분입니다. '견고한'이란 형용사는 불필요한 수사 같은 느낌이다. 벽은 대개 견고하니까요. 또한 <범접할 수 없는>은 벽이란 단어와 잘 어울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이란 뜻을 생각해보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벽인 셈인데요. 표현이 좀 어색합니다. 그냥 쉽게 <높다란 벽이...> 라는 식으로 간략하게 하면 어떨까요.

 

6. 다음 문장입니다. '온 몸'이란 단어는 마지막 문장에 '온 몸'이란 단어와 중복됩니다. 금기는 아니지만 좋지 않습니다.

 

7. '전율'이라는 단어를 좇아가면 <주변을 에워쌓을 것이다>란 어미와 만나는군요. 전율은 주변이 아닌 베르테르를 마비시킨 것이지요. 잘 읽어보세요. 문장이 명쾌하지 않습니다.

 

8. 다음 문장. <이미 배우자가 있는 상대>는 앞에 나온 '약혼자가 있는'이란 부분과 겹칩니다. 이미 배우자가 있는 상황을 독자가 알고 있음으로, 또 설명할 필요가 없겠군요.

 

9. '고뇌와 고통', 두 개 중 하나만 쓰면 어떨까요.

 

10. '운명의 전주곡' '서글픈 격정' 과 '청춘의 독약'... 아주 좋은 표현입니다. 하지만 보는 이에 따라 '과잉 수사'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 문장을 다음과 같이 고치면 어떨까요. 단순하고 깔끔하게요.

 

[여기 잘생긴 청년 베르테르가 있다. 어느 날 한 여인, 로테가 그의 삶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몸. 그러나 베르테르는 로테를 처음 본 순간, 전율에 온 몸을 떨었다. 보면 볼수록 사랑은 커져갔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통... 그것은 서글픈 격정이 되어, 독약처럼 핏줄기를 타고 번져갔다.]

 

사실, 서평을 원래대로 써도 무방합니다. 작가가 되거나 신춘문예에 당선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이상 말이죠. 다만 서평쓰기가 어렵거나, 현재보다 더 잘 쓰고 싶을 경우엔 다르겠죠. 그땐 글쓰기의 아주 좋은 방법인 서평쓰기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북데일리 임정섭대표]

 

제공 - 국내유일의 책 뉴스사이트 북데일리 http://www.book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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