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가 제공하는 [서평클리닉] 3회 <문장을 길게 쓰는 버릇 고치기>

 

 

이번 시간엔 글을 길게 쓰는 버릇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일단 아래의 글을 한번 보도록 하세요.

 



 

'한국 7대 불가사의'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우리 선조들이 천문을 관측했음을 보여주는 고인돌 별자리, 금 알갱이와 옥으로 상감한 동아시아의 유일무이한 유물인 신라의 황금 보검, 지름 21센티미터의 청동 거울로 그 안에 0.3밀리미터 간격으로 13,000개의 가는 선을 새겨 넣은 다뉴세문경, 말과 기사 모두 철갑으로 무장시킨 고구려의 개마무사,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세계 최초로 화포를 선박에 장착한 고려 수군의 함포, 전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문자 체계로 인정받는 훈민정음 등 당시의 지식과 기술 수준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했을 7가지 유산을 역사적, 과학적, 문헌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준다.

 


 

한국의 7개 불가사의를 서술한 내용인데요. 한 문장에 7개의 '대상'을 전부 집어넣었습니다. 읽기어떤가요. 숨이 차고 헷갈리지 않는가요. 긴 문장은 글쓰기 발전을 더디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한국 7대 불가사의'는 과연 무얼까.

 

기원전 3000년경부터 우리 선조들이 천문을 관측했음을 보여주는 고인돌 별자리가 그 중 하나다. 이어 금 알갱이와 옥으로 상감한 동아시아의 유일무이한 유물인 신라의 황금 보검이 그 뒤를 따른다. 또한 지름 21센티미터의 청동 거울로 그 안에 0.3밀리미터 간격으로 13,000개의 가는 선을 새겨 넣은 다뉴세문경도 있다.

 

여기에 말과 기사 모두 철갑으로 무장시킨 고구려의 개마무사,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역시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세계 최초로 화포를 선박에 장착한 고려 수군의 함포와 전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문자 체계로 인정받는 훈민정음이 '목록'을 장식한다.

 

책은 당시의 지식과 기술 수준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했을 7가지 유산을 역사적, 과학적, 문헌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준다.

 


 

<이어> <또한> <여기에>와 같은 연결어와 <뒤를 따른다.> <포함된다> <장식한다>와 같은 어미를 넣어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 덕택에 읽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지요. 다음을 볼까요.

 



 

36.2도.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진주성 일원에서 독자 100여명과 답사에 나선 <논개>(문이당. 2007)의 작가 김별아 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소설 속 구절을 낭독했다.

 

 

가만히 보면 수식문장이 너무 많지요. '폭염이 내린, 진주성 일원에서, 답사에 나선, 논개의...' 이렇게 말이죠. 다음과 같이 고치면 어떨까요.

 



 

36.2도. 폭염경보가 내려진 진주성 일원. 독자 100여명과 답사에 나선 <논개>(문이당. 2007)의 작가 김별아 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소설 속 구절을 낭독했다.

 

 

문장을 한 번 끊었을 뿐인데 훨씬 간결하고 긴장감이 드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하나 더, 역시 서평중의 한 대목입니다.

 



 

성공회 성직자로 평생을 봉직한 그는 교회의 고위직에 오르고자 노력을 했건만 정치적인 이유로 실패했고 또 그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불행한 현실에 분노했고, 이러한 불운한 현실 때문에 그는 책을 쓰게 되며, 이 책은 18세기 초 유럽전역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읽혀지고 있다. 바로 조나단 스위프트가 주인공이다.

 


 

아마도 필자는 시간 순으로 죽 글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네 줄이나 되는 한 단락이 한 문장으로 되어 있군요. 문장을 끊어보겠습니다.

 



 

성공회 성직자로 평생을 봉직한 그는 교회의 고위직에 오르고자 노력을 했건만 정치적인 이유로 실패했다. 또 그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불행한 현실에 분노했다. 이러한 불운한 현실 때문에 그는 책을 썼다. 책은 18세기 초 유럽전역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읽혀지고 있다.바로 조나단 스위프트가 주인공이다.

 


 

너줄한 느낌은 조금 사라지요. 하지만 다음과 같이 손질을 해야 더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해집니다.

 



 

성공회 성직자로 평생을 봉직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교회 고위직에 오르고자 노력 했건만 정치적인 이유로 실패했다. 한편으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불행한 현실에 분노했다. 이 때문에 책을 썼다. 조나단 스위프트 이야기다.

 


 

글쓰기를 향상시키려면 장문보다 단문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장문을 쓰려다 보면,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을 경우가 생기고, 논지가 흐려지기도 합니다. 쓸데없는 수식어를 동원하려 하구요.

 

글을 잘 쓰는 분들 중엔 단문쓰기가 글쓰기에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 문장이 가능한 두 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장을 가능한 끊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단문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도록 하세요. 그것이 글쓰기의 지름길입니다. 참고로 아래는 카뮈가 쓴 '이방인'의 한 대목입니다. 주인공이 살인을 하는 장면이죠. 아주 짧은 문장으로 되어있답니다.

 



 

바다가 확확 달은 짙은 바람을 실어왔다. 하늘은 있는 대로 활짝 열려져 불줄기를 비오듯 퍼부었다. 내 온 존재가 긴장되었고 권총을 힘차게 움켜쥐었다. 방아쇠를 꺾었다. 나는 손잡이의 반들반들한 아래 부분을 만졌다.

 

바로 그때 짧고도 귀를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나는 내가 한낮의 균형과 행복을 느꼈던 해변의 특이한 침묵을 깨뜨려 놓은 것을 알았다.

 

이어서 나는 또다시 움직이지 않은 육체에다 네 발을 쏘았다. 총알은 흔적도 없이 박혔다. 그런데 그것은 흡사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날카로운 노크 소리와 같았다.
 


 

 

- 북데일리 임정섭 대표 -

 

http://www.book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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