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 데이비드 오길비의 비즈니스 철학과 경영 이야기 다산 비즈니스 클래식 2
데이비드 오길비 지음, 강두필 옮김 / 다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광고는 과학이 아니라 설득이다

 

 

 

'광고는 과학이 아니라 설득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라 제목으로 뽑아 보았다. 이 세상에는 기억에 남을만큼 강렬하고 무릎을 탁 칠만큼 기발하고 가슴이 시릴만큼 아름다운 광고들이 참 많다. 그도 그럴것이 가장 창의력이 풍부한 측에 속하는 인재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30초의 예술.. 그 바닥이 바로 광고판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광고들이 소비자들에게 과연 무슨 '제품'을 팔고자 했던건지 기억이 가물거리는 경우가 많다. 분명 그 광고문구와 음악과 그림은 기억에 오래 남는데 말이다. 그 광고들은 '멋진 광고'이긴 했지만 광고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훌륭한 광고'는 아니었나 보다.

 


그런면에서 필자는 최근 '훌륭한 광고'를 한편 보았다. 바로 욕실 및 변기 세정제 광고였다. 자취를 하면서 한가지 느낀 사실은 유독 욕실만은 치워도 치워도 항상 기대에 못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고향집 욕실은 광이 번쩍번쩍 났었는데. 새삼 어머니란 존재의 가족에 대한 희생에 코끝이 찡해졌었다. 난 몰랐다. 대충 치워도 우리집 욕실만큼 광이 날 줄만 알았던것이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고생하시면서 치운것도 모르고.. 그래서 업계 최고의 대기업 제품부터 각종 욕실 청소용품을 거의 다 써보았으나 찌든때는 쉽사리 없어지질 않았다.

 


그러던 중 한편의 광고를 보았다. 유명하고 예쁜 연예인도 나오질 않는다. 그저 변기 청소하는 장면만 보여준다. 갓 결혼한 새댁 같은데 그 신혼집 변기도 내 자취방의 그것처럼 별로 상태가 아름답지 못하다. 그저 변기가 하얗게 변하는 과정만을 보여준다. 그제서야 난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아 남의 집 변기도 다 저 모양이구나하고.. 그리고는 다짐한다 저 제품을 나도 한 번 사용해 봐야겠다라고. 머리속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양변기가 그려지고 가슴 한켠에서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던 '희망'이란 두 글자가 싹튼다. 난 그 광고에 '설득' 당한 것이다.

 


광고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를 근년에 한 건 더 보았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굴지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 그룹. 그리고 항상 2인자의 자리에만 머물러야 했던 모 그룹. 하지만 그 2인자가 영상통화 부분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던 그 1위를 추월했다. 바로 허구한날 TV만 틀면 나오던 중독성 강한 그 광고 때문이었다. 뭐를하라 뭐. 뭐 곱하기 뭐 곱하기로 이어지던. 나도 모르게 이따금씩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곤 했었다. 그 회사 부사장 되는분은 최근에 책까지 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처럼 광고가 지니는 힘은 놀라운 것이었다.

 


'38세의 실업자입니다. 대학을 중퇴했습니다. 요리사, 세일즈맨, 외교관을 거쳐 농사도 지어봤습니다. 마케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카피는 써본 적도 없습니다. 광고가 재미있어서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했으며 연봉 5천 달러를 희망합니다.'

 


이것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오길비의 자기 소개서이다. 그는 이렇게 광고계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오길비 앤 매더를 창립했으며 '현대 광고의 아버지'로 불리우게 되었다. 멋지지 않은가? 이제껏 본 자기 소개서 중 최고였다.

 


이 책은 그 광고계의 큰 별 데이비드 오길비가 들려주는 광고에 관한 이야기다. 역자의 말로는 비단 광고업에만 관련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오길비의 크리에이티브 철학은 많은 기업가 및 직장인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 해 줄 것이라고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저렇게 엄청난 초반부의 포스에 비해 전반적으로는 약간 지루했던 책이었다.

 


오길비가 요리사로서 또한 세일즈맨으로서 일을 하면서 훗날 광고업계의 CEO가 되어 조직을 경영해 나가는 방식을 배운 자전적 이야기들은 꽤 흥미진진했다. 큰 인물이 될 사람은 그런면에서 차이가 나는것인가 보다. 그 후 본격적으로 광고업계에 뛰어들어 클라이언트와 광고회사와의 관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광고업계의 이야기를 기술해 나간 부분들은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자의 말처럼 5~60년대 미국 산업사회와 21세기 지금의 사회의 차이에서 나오는 괴리감 때문인듯 하다. 아 광고업계란 저렇게 치열한 곳이로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이 제일 크게 들었다. 무차별적으로 수용하기만 하던 수많은 광고들 속에서 저런 치밀한 트릭이 숨어 있구나란걸 느꼈다고나 할까.

 


그 외 가슴을 울리는 광고카피쓰기에 관한 이론을 다룬 여섯번째 챕터 KISS, 단순할수록 강력하다를 제외하고는 조직에서 사람을 관리하는 법과 고객이나 거래처를 관리하는 법들을 논하고 있는 챕터들은 여타 경영관련 서적과는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것 같다. 필자가 광고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면에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앞서 언급한 저 간략한 한 문장과 자기 마누라도 이 물건을 살 생각을 할 만큼만 광고를 만들어라는 한 마디로 광고에 관한 핵심적인 전략은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여진다. 마누라도 결국엔 소비자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항상 자기가 광고로 만든 물건만을 애용한다던 오길비의 철학. 그만큼 자신이 스스로 최고로 생각했던 제품이라 자신있게 고객들에게 사라고 권할수 있는 광고만을 만든다는 자신감있는 마인드. 그러한 것이 인상 깊었다.

 


광고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필자처럼 수많은 여타 다른 경영관련 서적이랑 큰 차이점을 못 느낄수도 있다. 이 시대의 상황이랑은 약간 동떨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전설이 된 데이비드 오길비란 멋진 사나이를 만났다는 사실만큼은 큰 즐거움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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