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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테라피 - 엇갈리는 사랑을 이어주는
도린 클레멘트.문지현 지음, 윤주현 옮김, 사비엔 클레멘트 그림 / 꽃삽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마음의 울타리를 걷어내는 일
이게 사람을 그린건가 면봉을 그린건가? 책표지를 처음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그림부터가 이국적이다 했더니. 벨기에 책이었다. 자꾸 보다보니 은근히 깔끔하고 예쁜 그림이다. 검색을 해봐도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데 아마도 글을 쓴 도린 클레멘트는 남편이고 그림을 그린 사비엔 클레멘트는 아내인것 같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정신과 의사인 문지현씨가 덧붙인 책이라고 한다.
근데 이 책은 놀라만큼 얇다. 남녀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이 정도면 적당하다는 저자의 생각일까? 사랑이란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는 서로간의 믿음과 이해 그리고 느낌이면 충분하다는 집필의도를 나타내는것 같다는게 필자의 자의적인 해석이었다. 미국에서만 600만부가 팔린 이젠 사랑의 교과서로 부동의 위치를 점한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우선 떠오른다. 그래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필하려 표방하고 있는 문구는 바로 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요약판이란 말이었다.
여기 엘리즈란 여자와 싸이프리언이란 남자가 있다. 비록 그들은 '사랑에도 할부가 있다면 너와 100년 할부로 사귀고 싶어'라는 낯간지러운 맨트는 없었지만 어린시절부터 서로가 서로를 가장 편안하게 여겼던 친구에서 자연스럽게 연인의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지금껏 그래왔듯 영원히 함께 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100년 할부중 이자 한 두세번 내기전에 그들에게 불행은 닥쳐온다. 어느날 갑자기 싸이프리언의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던 것이다. 그로인해 그는 그녀를 떠나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건 짜장면 시켜놓고 기다리는 지루함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리움은 점점 자라나고 엘리즈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이 그를 떠나보낸 이유였을까? 그러다 엘리즈는 새삼 느끼게 된다. 함께 있을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이다.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 함께 나눈 이야기는 물처럼 공기처럼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고 너무나도 당연히 받아들였던 것이란걸..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이 자라듯 엘리즈의 몸도 커져만 간다. 그래서 엘리즈는 이제 변화를 위한 노력을 시도한다. 그 사람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하여 땅을 파고 들어가 앉아 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커져버린 내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사다리도 가져다 놓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엘리즈는 깨닫게 된다. 커지고 보니 큰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게 되었다고 말이다.
'언제나 나는 그가 나를 조금만 더 이해해줬으면 했어.
언제나 나는 그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해주기를 기다렸어.
지금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 말을 싸이프리언에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걸.
그와 함께 있을 때는 그렇게 해주지 못한 그가 섭섭했어.
나를 사랑하냐고 물어보고, 또 물어보았지.
나는 확인받고 싶어 했어.
왜 그와 함께 있었을 때 그를 믿지 못했을까.'
(P.49)
그리고 엘리즈는 말을 잃은 싸이프리언의 심정보다 홀로 남은 자신의 아픔에만 그간 더 몰두했음을 반성하게 되고 싸이프리언의 외로움을 걱정하며 진정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엘리즈가 눈을 떴을 때 자기만큼 커져버린 싸이프리언이 다시 돌아오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그들의 커져버린 몸처럼 그들의 사랑 또한 한 층 더 자라났던 것이다.
'사랑의 테라피'란 제목에 걸맞게 책 말미에는 실제적인 사랑과 연애에 관한 심리 상담을 싣고있다. 문제해결에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남녀란 성의 차이에서 오는 타고난 성향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길이었다. 오죽하면 남자는 화성에서 오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는 비유를 했겠는가. 그만큼 남녀의 사고와 행동의 차이는 극명하게 다르다. 그런 차이에서 기인하는 의사 소통 방식의 차이는 항상 분쟁의 씨앗이 되곤한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할 덕목이라고 필자는 결론내렸다.
끝으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며 글을 맺고자 한다.
필자가 요즘들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오늘도 출근했어요?' 와 '항상 바쁘시네요' 이 두마디 말뿐인것 같다.내게 우선 필요한 것은 엘리즈와 싸이프리언의 관계처럼 엇갈리는 사랑을 이어주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 앞서 스스로 단단하게 쳐놓고 있는 마음의 울타리부터 걷어내야 할것이다. 이 책의 심리상담 사례에서도 말하듯 자아 정체성이 단단하게 뿌리박혀 있지 못해 혼란스러운 상태의 지속인것 같다. 당장 자신의 삶에 여유가 없으니 상대방을 돌아볼 여유조차 부리지 못하는것 같다.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그리고 타인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는법을 배워야겠다. 마음의 울타리와 빗장을 스스로 뜯어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