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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세대간의 이해와 역사의 순리에 따르는 법
독특하고 참신한 구성의 책이다..
570여 페이지를 보기좋게 반으로 나눠 깔끔하게 비닐커버로 씌워 놓았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는 첫느낌은 마치 선물받는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표지에는 일란성 쌍둥이 같은 두 남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까까머리는 1944년의 구국 소년병 이시바 고이치며..
2대8 가르마는 2001년의 프리터 마저 그만둔 백수 서핑광 오지마 겐타이다..
어느 날씨가 궂은 날..
서핑을 하던 겐타와 생애 첫 단독비행에 나섰던 고이치는 둘 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 겐타는 1944년으로 고이치는 2001년으로 각각 뒤바뀌게 되는데..
얼마간의 시행착오 끝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두사람은 각각 그 시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겐타는 애인인 미나미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이어주기도 하며..
자신의 할아버지를 만나기도 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반면 겐타로 21세기를 살아가는 고이치는 겐타의 애인인 미나미를 사랑하게 되는데..
이렇게 서로 뒤바뀐 시대에서 사랑놀음에만 충실했냐고..??
아니다..
그 두사람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에로의 귀환이었으며..
일본의 패전을 알고있던 겐타와 21세기로 와서야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 일본의 패전을 뒤늦게 알게 된 고이치 둘 다 조국의 패전을 막기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하지만 역사란 개인의 노력으로 그 운명을 거스를순 없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고..
전쟁으로 인한 이러한 역사적인 비극을 두번다시 되풀이 하지 말자는 반전의 의식을 가지게 된다..
또한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가던 겐타에게..
21세기로 온 고이치는 열심히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예의바르고 어른스러운 청년의 생활습관을 지니도록 해주고..
어린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어떤 자책감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가던 고이치에게 근대로 온 겐타는 세상에 용감히 맞서며 미래를 살아가는 법을 서로 일깨워 주게 된다..
두 사람은 과연 자신의 시대로 무사귀환 할 수 있을 것인가..
부모님.. 미나미.. 후미코..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두 함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시간 이동이라는 소재 자체는 워낙에 여기저기서 우려먹어 진부하지만..
그 이면에 제 2차 세계대전과 9.11 테러 등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등장시켜 독자로 하여금 반전의식을 고취시켜 준다는 점에서는 참신하고 교훈적인 책이었다..
실제로 작가인 오기와라 히로시는 9.11 테러당시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전해지며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정당한 전쟁은 어디에도 없다'는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원작을 토대로 일본에서는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우에노 주리가 주연을 맡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영화로 만들면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고 후미코역은 '바람의 파이터'에 나왔던 히라야마 아야가 참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후미코를 묘사한 부분에 아주 홀딱 반했다고나 할까..
요즘 일본소설 치고는 분량이 방대한 편이나 중간중간 적재적소에 등장해서 피식 웃음짓게 만드는 일본식 유머탓인지 누구든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작가의 프롤로그나 역자의 에필로그가 없다..
책 뒷표지에 딱 한줄로 책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 당신에게 건네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감동 역작' 이라고..
한번쯤 겐타와 고이치 처럼..
익숙하지 않은 다른 시대에 간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면 가까이 있어 못느끼는 공기의 소중한 처럼..
내 가족.. 내 연인.. 내 친구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이 순간을 만들어준 '운명'이란것에 감사하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