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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
데이비드 바래시.나넬 바래시 지음, 박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도발적인 그러나 교훈적인..
언론 매체들이 이 책을 소개하면서 즐겨쓰던 표현은 '도발적'이다란 표현이었다..
맞다..
아마도 필자가 최근에 본 책 중에서는 가장 도발적인 책이 아니었나 싶다..
대놓고 남성과 여성을 '수컷'과 '암컷'으로 분류하여..
문학에서 나타난 남성상과 여성상을 가지고 그들은 왜 투쟁을 하고 그녀들은 왜 불륜을 저지를까 하는 이유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따지고 보면 위와 같은 표현에 놀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 조차도 결국엔 동물이 아니었던가..
이 책에서는 동물 플러스 알파라는 표현을 쓰긴 하더라만..
원체 여러권의 책을 한꺼번에 동시에 보는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필자인지라..
이 책도 며칠동안 이책 저책 보는 틈틈히 한 챕터씩 보았더랬는데..
이 책은 꽤나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마나 제대로 이 책을 바르게 보았는지 자신이 없지만 나름대로 느낀바를 기술하고자 한다..
사람이 살면서 '왜?' 라는 의문을 가지는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간 많은 영화를 보고 많은 책을 보면서도..
그런 의문을 얼마나 자주 가져봤었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가물하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거니까..
때로는 약간 이건 아니다 싶어도 뭐 소설이니까.. 영화니까.. 픽션이니까..
저럴수도 있겠네란 생각에서만 머물고 더 이상 의문을 가져보진 않은것 같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고 스크린을 응시하던 그 이면에는..
분명히 과학적인 (이책의 접근방식을 빌리자면 '진화생물학'적인) 그런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러한 것들이 되겠다..
이아고의 계략에 놀아나 급기야 아내인 데스데모나를 죽였던 오셀로는 왜 질투의 화신이 되었는가..??
남자 즉 이 책에서의 수컷들은 언제라도 암컷을 수태시킬 수 있을만한 정자를 끊임없이 재생산 해낸다..
말그대로 차고 흐르며 넘쳐나는 셈인 것이다..
물론 사회윤리적으로는 그래선 안되겠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그렇기에 다른 암컷과 교미(?)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는 동물로서 타고 난 종족번식의 본능이라는 요소도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논리가 약간 비약되긴 하지만 암컷에게 수태된 새 생명이 수컷의 입장에서 100% 자기 새끼라는 보장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반면에 여성의 입장에서는 즉 암컷의 경우에는..
하나의 난자만을 생산하며 임신을 하게되면 10개월간 아기랑 한 몸이 되어 자양분을 공급하고 모든것을 공유하며 출산을 통해 그야말로 확실한 제 '새끼'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새 생명에 관한 기득권은 암컷으로 넘어가게 된다..
수컷의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라도 그 새끼가 자기 새끼가 아닌 경우에는 헛수고만 진탕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컷들은 수천만마리의 정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듯 끊임없이 투쟁하고 질투하게 되었다는 이론이다..
수컷들이 하는 행위에 비하면 참 역설적이지만 자기 암컷을 통해 자기 후손을 생산하는것이 모든 수컷들의 궁극적인 본능이자 바램일테니 말이다..
이 책의 원제로 미루어 보아 저자가 가장 집중한 챕터라고 보여지는 보바리 부인은 왜 불륜을 저지르는가를 살펴보자..
이 역시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또는 윤리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제 3장 제인 오스틴을 이해하는 열쇠에서 언급하듯 사회적으로 여자는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을 꿈꾸듯이..
암컷은 보다 우월한 수컷의 새끼를 잉태하여 강한 자손을 생산하려는 본능을 지닌다고 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참 놀라웠던 사실은..
남자들이야 사회적인 관습이라는 허울좋은 핑계로..
또한 유혹의 요소가 원체 많다는 시답잖은 이유로 탈선에 관해 관대한 입장을 지니는 성향이 강하지만..
여성들 조차도 EPC(Extra Pair Copulation 혼외정사)를 꿈꾼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남자 여자 구분할것도 없이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EPC를 꿈꾼다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이 놀라운 사실을 이 책에서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오늘날 확실히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것으로 밝혀진 생물은 어류의 장 내부에 기생하는 작은 기생충뿐인 듯하다.
이 기묘한 생물 '디플로존 파라도크숨'은 유충 상태에서 서로 만나, 교미한 직후에는 둘의 몸이 말 그대로 연결되기 때문에 죽을 때 까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야 그 둘이 행복하게 짝을 이루고 살았다고 상상할 수밖에 없지만, 솔직히 그렇지 않았다 한들 돌이킬 수 없이 한 몸이 된 상태에서 서로에게 정절을 지키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가?) 이 생물을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생물에게 EPC는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법칙'이나 마찬가지다.
(P.177~178)
그런 암컷 보바리 부인의 불륜은..
보다 멋진 놈 보다 쎈놈을 통해 보다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려했던 그런 진화생물학적 본능이었다..
수컷의 꼬리가 화려할수록 암컷이 더 잘 꼬인다고..
우리는 공작새를 비유하여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공작새는 차라리 양반이었다..
이 책은 '흰눈썹울새'라는 듣도 보도 못한 조류따위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갖다대 비유하고 있다..
수컷의 푸른 목털에 스프레이를 뿌려 색깔을 더 짙게 만들자 이미 짝을 지은 암컷도 옆에와서 혼외정사를 시도하더라고..
그래도 할 말은 없다..
만물의 영장도 결국엔 '동물' 이라고 이 책은 누누히 강조하니까..
그외에도 여러 많은 문학작품과 영화들을 통해서 다양한 진화생물학적 본성에 대하여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소개된 책들과 영화들을 다시 보는것도 무척 흥미로은 일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보다시피 무척 도발적이다..
하지만..
교훈적이다..
끝으로 분명 많은 이들이 공감했으리라고 생각되는 사실이 있어 그걸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이 책은 같은 학문을 전공한 부녀가 공동 저술한 책이다..
그 장면을 상상해보라..
아버지와 딸이 같이 책을 쓰는 모습을..
참으로 보기좋은 광경이 아니겠는가..
딸 낳으면 책 까진 아니더라도 같은 책을 읽고 같이 독후감을 써야겠다..
딸이든 아들이든 낳으려면..
일단 결혼을 해야하지 않을까..
이 책의 표현대로 암컷을 꼬셔야 하지 않겠냔 말이다..
농사지을 힘은 넘쳐나는데 농사지을 전답이 없다..
내일부터 출근할때 '흰눈썹울새'처럼 목덜미를 짙고 푸르게 하고 다녀야겠다..
선릉역 2번 출구에서 '흰눈썹울새'를 찾아주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