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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세의 무규칙 여행기
박민호 글.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그래 이정도면 당장 따라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쉽게 행하지 못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듯 척척 해내는 이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필자에게 있어서 그런 사람은 바로 여행을 좋아하고 쉽게 떠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런 정적인 나의 삶을 바꿔볼 요량으로 최근에 여행 관련 서적들을 몇권 보며 여행준비와 더불어 대리만족을 하며 지내왔었는데..
그런 머나먼 이국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곳의 풍경들을 보며 감탄을 연발하긴 했지만서도..
막상 베낭하나 짊어지고 그들처럼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휭하니 떠나는 일은 내게 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하는 두려운 그것이었다..
직장내에서 그다지 크게 중요한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한 보름정도 자리를 비워버리면 남은 팀원들이 고생이나 하지 않을까..
아무도 아는이 없는 낯선 땅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일들은 괜한 고생을 사서 하는건 아닐까 하는 그런 고루한 생각부터가 항상 내 발목을 붙잡곤 한다..
그래서 여행이란 것은 내게..
나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어져 버렸다..
이 책을 지은 박민호씨도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던 사람처럼 보인다..
그가 스물아홉이 되던해 5년간 잘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며 여행만 하고 살거라고 마음먹었고 서른살이 된 지금 그는 그렇게 살고있다..
이제 그의 직업은 '자유'가 되었다고 한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허울 좋은 만화가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이 자유로움이 적응 안돼 자괴감과 무기력에 시달려야 했다.
새장 속 새가 넓은 들로 나왔을 때 느끼는 패닉 현상이 그러할 것이다.
결국 새장 속에서 주인이 주던 모이를 그리워하는....
5년간의 직장생활은 이렇듯 나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나는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언제나 문제는 돈이다.
돈
돈
사실 나는 돈이 너무 무섭다.
어릴 적 가난은 말을 꺼내기도 싫다.
커서 직장에 들어가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
수입이 생기고 나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돈이 너무 무서우니까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졌고, 도전은 두려웠고,
모이만 제때 나오길 바라는 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p. 5)
그래서 그는 여행을 다녔다..
이 책의 제목처럼 무규칙하게 말이다..
혼자서 또는 친구와 함께 때로는 지인들이랑 단체로..
1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한 국내여행기란 점에서 이 책은 무척 색다르다..
그래 이정도면 나도 당장 따라할 수 있을것만 같다..
며칠씩 마음 불안하게 회사를 비울 필요도 없고..
여행경비 또한 하룻밤 술값 정도로 차고 넘칠 정도이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답게 책은 재미난 카툰으로 만들어져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가는곳 마다 손수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새삼 놀랐다..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이토록 많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에..
백설이 내려앉은 대관령의 절경은 마치 핀란드의 산타 마을을 보는듯 하고..
드넓은 부안의 청정 평야와 아름다운 서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변산반도의 30번 국도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듯 하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렇게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우리 강산의 절경들..
가까운 한강, 홍대 부터 시작해서 멀리는 목포, 부산까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곳으로 가득하다..
각 여행지별로 꼭 둘러보아야 할 명소와 찾아가는 법 , 관련 홈페이지, 실제로 사용된 여행경비까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챕터별로 기록해주어 이 책 한권만 들고 다녀도 무난하게 소개된 여행지에서 충분히 즐기다 올 수 있을것 같다..
한가지 아쉬움 점은 저자가 먹는것과 마시는것에 좀 포커스를 많이 맞춘 편이라..
어디를 가든 맛집부터 소개가 되어있고 또 여행 경비도 같이간 사람들과 술자리를 한 것에 주로 사용되어..
본인처럼 혼자서 여행을 떠나 조용히 자연을 벗삼아 사색을 할 수 있는 그런 장소도 좀 보다 신경써서 소개해 주었으면 더 좋았을텐데란 생각이 들었다..
국내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것이 '맛집' 탐험만 있는게 아닐테니 말이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일이지 않겠는가..
전반적으로 이 정도면 국내여행 입문서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그리고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듯..
필자도 무리하게 일정을 잡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해외여행을 가기 보단 빡세씨 처럼 국내여행부터 다니며 여행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이번 주말에 한강이라도 가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