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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 - 분석 : 가로수길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이렇게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던가!!
필자는 독창적이고 창의력이 풍부하다는 말을 종종 들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건 일촌평을 써줄때에만 국한된 이야기였다..
이 책을 통하여 가장 크게 느낀점은..
아..
내가 이렇게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던가!!
바로 이거였다..
책 사이즈가 참 어중간하다..
거의 모든 책들이 직사각형인데 비해 이 책은 정사각형이다..
그래서 여러모로 다른 것들과 어울리지가 않는다..
북커버에도 들어가지 않고..
책장에 꽂아 놓아도 혼자만 툭 불거져 나와 다른 책과 조화가 이루어지질 않는다..
그렇게 다른 책들과는 구별되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것들이 이 책엔 가득하다..
겉표지의 제목밑에 보면 '분석:가로수길'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건 또 뭔가 싶어.. 상표가 덜 떨어졌나 싶어 난 손가락으로 긁어보았다..
스티커가 아니라 스티커 모양으로 인쇄되어 있는 것이었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위와 같은 행동을 했다고 전해지니..
우린 얼마나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 믿으며 그렇게 막힌 사고로 살아가는 것인가..
분명히 그림자의 음영이 존재하면 그건 스티커일 것이라는 그런 고정관념 말이다..
이 책을 만든 TBWA KOREA는 광고회사라고 한다..
그것도 업계에서는 아주 잘나가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작업에 동참한 직원들의 개개인의 경력만 봐도 화려하다..
우리가 그간 광고로 접하며 아 참 기발하구나란 생각을 했던..
그런 광고들의 상당부분을 생각해내고 만든 사람들이었다..
소위 말하는 '광고쟁이'들이 만들어서 그런가..
감각적이고 신선하다..
최근에 접했던 책 중에서 아마도 가장 신선했던 책같다..
그럼 가로수길은 대체 무엇인가?
제목에서는 그 가로수길이 뭐길래 사람들은 난리를 치느냐고 말하지만..
그 이름조차 들어본적 없이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가로수길은 말 그대로 거리의 명칭이다..
그것도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와 꽤나 가까운..
행정구획상 신사동에 속하고 그 근처에 청담동 압구정동 등등이 있다하니..
대충 어디쯤이란건 감이 잡힌다..
책 표지에 적힌 표현을 빌리자면..
삼청동은 경륜이다 인사동은 전통이고
홍대 앞은 열정이다 대학로는 표현이다
청담동은 과시다
가로수길은 로망이다..
상경한지 이제 4년밖에 되지 않은 필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적절한 표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표현이라 생각되어지는..
'로망'의 가로수길..
그 가로수길은 청담동과 압구정동의 화려함에 가려져..
그 곳에 그렇게 있었나보다..
그래서 나의 눈에는 띄지 않았던 이유같다..
그 가로수길은 사람들을 위한 거리라고 한다..
주차시설이 아에 없다시피 해서 차를 가지고 나가면 낭패라고 한다..
주로 도보를 이용하여 사람들은 그 거리를 돌아다닌다..
바닥엔 푹신푹신한 폴리우레탄을 깔아두어 하이힐을 신고도 한시간쯤은 편히 걸을 수 있다고..
그 길에 위치해 있는 가게들도 참 특이하고 다채롭다..
2만원이 넘는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어 파는 가게..
고양이의 배설물로 커피를 만드는 가게..
(아는만큼 보인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는다.. 난 고양이똥 이라길래 뭐 저런걸이란 생각을 했으나.. 코피 루왁이라고..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속에 포함된 커피 열매를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완전히 자란 원두를 먹은 사향 고양이가 그 껍질과 내용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체내의 효소분해 과정중 다량의 아미노산이 분해되어 독특한 맛을 더하는 이치라고 이 책은 전한다..)
장사가 되건 말건.. 손님이 사주면 좋고 안사줘도 상관없는..
그저 자기가 좋아서 장사를 하고있는 장난감 가게 모자 가게들..
소위 말하는 '대목'인 특별한 날들엔 오히려 문을 닫고 친한 사람들끼리 파티를 즐기는 여러 찻집 술집 음식점들..
이런 가로수길에 대해서 TBWA KOREA 직원들이 팀을 짜서 그 가로수길에서 우리가 느끼고 배워야할 그런 요소들을 가지고 한 꼭지 한 꼭지씩 취재를 해서 책으로 엮은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사회는 변하였고 이제 우리는 안정과 명예의 상징이던 '사(士)'자 직업 선호시대에서 개성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전문가의 시대 즉 '가(家)'의 시대로 변모해 나아가고 있다는 '베스트 원 < 온리 원'
느림의 미학을 잔잔히 전하는 '사람을 향합니다'와 슬로비족 다운시프트..
그 외에 타인을 동경하던 시선에서 벗어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시선..
우리 시대의 여성상.. D.I.Y , 마니아, 프로슈머 , 소비자군주 등등..
평균주의의 탈피와 혼자 밥먹는 궁상맞음이 아닌 즐거움 등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어느 하나 놓치고 버릴것 없는 쉼없이 변해가는 우리 시대의 트랜드들을 광고쟁이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적절히 잘 풀어나간 느낌이다..
가로수길이 단지 연예인들이 많이 찾고 독특한 가게들이 많다는 단편적인 이유에서만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람들이 난리치는 이유가 분명 아니란걸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솔직히 기성복이나 기성품에 더욱 더 익숙해져 있고.. 값싼 자판기 커피에 입맛이 맞추어져 있어..
그런 특별한 나만의 물건을 사러 그곳을 찾을일도.. 고향이 배설물로 만든 커피도 마시러 갈 일도 없을듯하다..
하지만 동네에서 멀지않은 그곳을 찾아가서..
폴리우레탄이 깔린 거리를 하루종일 걸으며..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순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
그리고 타인에 대한 동경의 시선을 거두고 나 자신만을 향하는 시선으로..
그렇게 조용히 혼자서만 난리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된 차범근 차두리 부자의 일화가 가슴깊이 와닿는다..
그때 나에게 축구는 생활이 아니라 '밀리면 끝나는 전투'였던 것 같다..
그런데 아들 두리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생활'인 것 같다..
- 차범근 감독의 인터뷰 中
차범근 감독처럼 '성공'만을 위해 달려 온 우리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이제는 차두리 선수처럼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우리 조카와 아들 세대에게서 배워야할 차례인가 보다..
그간의 상공을 위해 달려온 숨가쁨을 잠시 잊고..
조용히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시간..
그 순간을 혼자 즐기러..
난..
그 곳..
가로수길로 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