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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 - 외로운 곳에 서 있는 당신에게
소본푸 소메 지음, 서정록 옮김 / 샘터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했다지..
아마도 아프리카 사람이 쓴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단상은..
슬픔과 아름다움..
그 야누스 같은 감정이 앞서곤 한다..
기아에 허덕이는 앙상한 몸을 가진 꼬마들의 슬픈 눈빛..
세렝게티 초원의 야생의 그 아름다움..
그렇듯 항상 신비롭고 묘한 느낌의 아프리카..
그 서아프리카 부르피나카소 다가라 부락에서 태어난 말리도마 소메는 네살때 백인 선교사에 의해 강제로 신학교에 보내지고..
열여덟살에 그 곳을 탈출해 다시 다가라 부락으로 돌아와 그 부족의 성년식을 거치고..
다시금 부족의 어르신들에 의해 백인 사회에 나가 다가라 사람들의 가르침을 알려야할 운명의 소임을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보내지게 되었고..
프랑스에서 돌아왔을 때 생면부지의 부족 처녀이자 이 책의 저자인 소본푸 소메와 결혼을 하게된다..
이 또한 부족 어르신들의 명에 의해서 말이다..
'의례의 지킴이'란 의미의 그녀 이름처럼 그들 부부는..
미국에서 정착해 서구 문명인들에게 다가라 부족 조상들의 삶의 가르침과 의례와 영적 지혜를 전파하는데..
이것이 상당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출판된 것이다..
은총..
우리가 살면서 의외로 입밖으로 별로 내뱉지 않는 단어라는 느낌이 들었다..
왕이 백성들에게 성은을 베풀듯..
어떤 절대자가 미천한 것들에게 은혜를 베풀듯..
그런 거창한 의미로만 항상 생각해왔던 탓일까..
하지만 소본푸 소메는..
또한 다가라 부족 사람들은 그 은총을 우리 삶에서 지켜 나갈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작은 어떠한 것들을
일컬어 표현하는것 같아보인다..
그리고 그 은총 속에 머무는 유일한 방법은 실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최근들어 유독 자기계발서를 비롯한 정신적인 응원의 메세지를 전해주는 에세이류들을 많이 보았더랬는데..
이 책은 아프리카 문화를 다루어서 그런지 그 책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색다른 느낌이다..
그런 전통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현대 서구 문명 사회의 그것과 비교하여..
무엇이 얼마나 좋고 나쁘고 하는 이분법적인 장단점을 따져보는건 의미가 없어 보이고..
적절하게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면 적절할것 같다..
그들의 결혼관이라든가 공동 육아방식 등등..
신선하고 독창적인 그런 관습들을 들여다 보는것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결혼방식 마음에 들었다..
나이차면 부족의 어르신들이 적당한 배우자를 알아서 매칭시켜 결혼까지 시켜준다니..
이 얼마나 쉽고 간편한가..
명절때마다 너는 왜 아직도 장가 안가냐라는 잔소리를 많이 들어 그런건가..
본질에서 벗어난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_-
아무튼 그런 금싸라기 같은 좋은말들을 시종일관 적어놓고..
저자인 소본푸 소메는 마지막에 크게 한방을 터뜨린다..
바로 그녀 자신이 이혼을 했다는 사실..
쉽사리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런 숭고한 전통속에서 살아온 그 의례의 지킴이가..
어떤 절대신의 말씀과도 같은 부족 어르신들이 짝지어준 배우자와 갈라섰다니..
이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문명의 맛을 보더니 그 본질마저도 이제 세속의 때가 묻어버렸나 살짝 아쉬웠는데..
하지만 그녀가 그런 인생의 큰 시련을 신의 더 큰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우리들에게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가르침을 전해주어..
어느정도 고개가 끄덕여졌던것 같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점은..
필자는 종교도 없고 종교생활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영적인 것들에 대해 언급했던 부분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는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이었다..
함민복 시인의 말처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더니..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 서있는 그녀..
그녀가 바로 은총이란 이름으로 그 경계에 핀 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