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3disc) : 한정판
김지훈 감독, 이준기 외 출연 / 플래니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필자에게 있어 18일이 갖는 의미는..

청약저축 입금일이었다..

-_-

 
고로 5월 18일도..

그달의 청약저축입금을 하기위해 돈 10만원을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 급여통장에서..

(이전 주거래은행이었던 국민은행에서 청약저축통장을 개설한 터라) 국민은행 통장으로..

인터넷뱅킹을 통하여 미리 입금시켜두는 행위를 하는 매월 같은 날일뿐이었다..

 
필자는 극장에 처음 가봤을 무렵부터 한 25년동안 대략 3천편 약간 더 되게 영화를 보며 살아온 것 같다..

군입대를 하면서 기록이 중단되어 정확하진 않지만..

그리고 요즘엔 일도 해야되니 턱없이 그럴 시간을 누리기가 쉽지 않지만..

휴학을하고 군입대를 하기전까지..

매일 여섯편씩을 봤으니..

충분히 가능한 수치였다..

 
그렇게 꽤나 많은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슬펐던' 영화들은 무수히도 많았지만..

 이렇게 '가슴아팠던' 영화는 아마도 처음인것 같다..

저번주에 MBC 100분토론의 주제는 '디 워'에 관한 것이었다..
새벽두시까지 잠안자고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면서 느낀 사실은..

왜 '문화평론가'란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들이 하는일이 무엇인지를 좀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최소한 책이나 영화를 봄에 있어서 만큼은 귀가 얇지가 않은편이라..

남들이 뭐라하든 본인 스스로가 선택을 하고 그걸 즐기면서 후회는 하지않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어디서 뭔 거지 같은걸 보고와서..

이런데 대단한 작품이다라고 장황하게 글을 써서 본의아니게 혼란을 야기시키는 일도 있지만..

-_-

 
그러한 오해를 피하기위해..

일단 평론가들이 평한 '화려한 휴가'의 의미와..

본인의 기억속의 5.18..

그리고 영화를 통해 느낀점 등등의 차례로 얘기를 해 나가고자 한다..

 

평론가를 비롯한 이 영화를 본 수많은 이들의 중론은..

'결코 잘 만들진 않았지만.. 더 늦기전에 이제서라도 그나마 제대로 만든 듯하니.. 그걸로 봐주자.. '

이것이었다..

 
여기에서의 잘 만들었다 또는 잘 못 만들었다의 기준은..

이야기의 플롯이 어떠어떠 하다는데 관점을 둔..

얼마전 100분 토론에서 진중권 교수가 언급해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있는..

2,500년전의 아리스토 텔레스의 극작 개념인 '데우스엑스 마키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식의..

굳이 이 영화에서 이 모든 혼란스럽고도 엉망진창인 상황을 평정할..

데우스엑스 마키나 즉 '기계 장치를 타고 내려오는 신'의 역할은..

끝까지 이성을 잃지않고 시민군을 지휘하던 안성기 정도..??

 
하지만 그 상황을 만들게끔 한 세력이..

당시엔 아무도 건들 수 없던..

5공의 군부세력 이었다는데..

슈퍼맨이나 스파이던맨과 같은 초인의 등장은 처음부터 있을 수 조차 없다..

 
이건..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런 스토리 구성상의 잘 만들고 못 만들고 식의 관점이 아니라..

그 자체 만으로도 '가슴아파야 할' 이 역사적인 비극을 다룸에 있어..

김지훈 감독은 지나치게..

주인공 민우를 둘러 싼 비극적 상황에만 촛점을 맞추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5.18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약간은 상업적이라는게 엿보인다는 의미에서..

많은 이들이 결코 잘 만들었다는건 아니다란 비판을 한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필자는 기억력이 놀라우리만치 좋은 편이다..

누차 얘기하지만..

다만 그 기억력이 공부나 업무에 관한것에서는 흐리멍텅 하다는데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_-

 
그러다보니..

아직도 필자는 1979년 10월 당시..

TV를 통해 본 박정희 대통령의 영결식 장면까지도 마치 어제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그 후인 1980년 5월의 일에 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다..

일부러 아버지께서 TV를 안 켰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전혀 그 일에 관해서는 모른채로 1987년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더랬다..

중 1때의 어느 도덕 시간이었다..
당시에 조숙했던 우리반 부반장이..

어디서 들었는지..

5.18에 관한 질문을 도덕 선생님께 하였었고..

 

며칠후면 결혼을 할 예정이던..

처녀 쌤 양미애 도덕 선생님은..

말그대로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리시더니..

불안한 눈초리로 교실 창 밖 복도를 두리번 거리고 나서야..

얘 너..

어디가서 그런 소리하면 안된다고..

이건 내가 너희들에게 함부로 얘기 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세월이 지나 너희들이 대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것이라고..

그렇게 상황은 얼버무려졌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서도..

그 이야기는 제대로 들을 수 없었고..

아니..

부끄러운 얘기지만..

노니라고 바빠서.. -_-

제대로 안 알아봤다고 해야겠다..

 
언제던가..

김영삼씨가 대통령에 당선 되었을 때였던가..

아무튼 김대중씨가 또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을 때..

그 즈음의 '시사저널'에서 보았던 칼럼..

 

제목은..

 

'그 날도 광주에는 비가 내렸다..'

 

이랬던것 같은데..

거기서 약간 언급된걸 본 후로..

숨겨진 역사적 진실에..

조금은 관심을 가졌었었던것 같다..

 
그렇게 여전히 잊은 채 살아가기만 했지만..

요즘 조조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필자는..

금요일 저녁 술판을 거창하게 벌리고 밤 늦게 들어와..

늦잠을 실컷 잘 수 있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출근하는 시간에 기상을 하여..

강남 CGV에서 조조로 혼자 '화려한 휴가'를 보았다..

 
서두에도 밝혔듯이..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다..

목은 계속 메여 있었고..

명치는 꽉 막혔으며..

누군가 옆에서 '톡'하고 건드리기만하면..

눈물이 흐를 정도로..

충혈된 눈으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 나라에서 있었던..

추악한 권력의 욕망이 불러 일으킨..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그리고 작전명 '화려한 휴가'

이 가슴아픈 역사..

 
극 중 신애의 대사처럼..

이 모든게 꿈이였으면 좋았을걸..

 
광주 시민들..

그리고 진압하던 특전사,공수 부대원들..

모두가 결국엔 희생자였다..

 
가진건 없지만..
택시기사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민우..

세상에 하나뿐인 혈육인 그의 동생..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진우..

그리고 민우가 짝사랑하는 진우의 성당선배 신애..

 
도입부의 신록이 푸르른 시골길처럼..

풋풋한 사랑을 가꿔 나가도 모자랄판에..

러닝타임 30분만에 이들의 소소한 행복은 끝이나고..

아무런 잘못도 없었는데 모두들 사지로 내몰리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지만..

다들 권력에 눈이 먼 군부의 총부리 앞에 한명한명 죽어가고..

민우의 바램은 끝내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된다..

 
마지막 장면..

 

민우와 신애의 결혼식이다..

모두들 환하게 웃고 있지만..

신애만은 무표정하고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살아남은자의 슬픔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또는..

신애를 떠난 모든 이들처럼..

그렇게 즐겁게 웃고 있는..

그 비극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일수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유난히도 애통하게 흐르고 있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우리 영화의 새로운 도전정신을 몸소 보여주며 한국영화의 미래를 제시한 심형래 감독의 '디 워'와..

비극적인 우리 역사를 반추하며..

잊지 말고 살아가길 당부하는 이 '화려한 휴가'가..
둘 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트가 범람하는 여름방학 극장가에서..
흥행질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전에 두 영화 다 400만을 훌쩍 넘겼으니..

지금쯤 두 개 합치면 천만은 거뜬히 넘어갈듯한데..

외국 영화 다운받아보고.. -_-

우리 영화 극장가서 보자..


특히 그 시대를 지나왔음에도..

잊고 살아가는 우리 세대들이나..

당시엔 출생을 하지도 않았던 학생들이나..

모두 모두 많이가서 봐줬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느꼈으면 한다..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의 해당국인..

이스라엘 속담중에는..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않겠다'란 말이 있다고 한다..


우린..

그날의 원흉들을..

결코 용서도 하지말고..

잊지도 않으면서 살아가자..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광주 시민들과..

상부의 명령에 의해 내 민족에게 총을 쏘다 그들도 죽어야했던 젊은 군인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금도 하늘에선..

 

슬프게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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