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간 시인, 천상병 청소년인물박물관 1
전남진 지음 / 작은씨앗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어젯밤 늦게 천상병 시인의 전기를 펼쳤다가..
 

너무 짠해서..

 

잠 줄여가며 단숨에 다 읽었다..

 

 

 

 

천 상 병..


맥주병도 아닌것이 소주병도 아닌것이..

상사병도 아닌것이 성병도 아닌것이..

누구였더라..

 

그러다 이내..

아..

무릎을 탁쳤다..

맞아..

귀천..

 


다른 과목 자습서 보다..

대략 1.5배는 더 두꺼웠던..

오랜 학창시절의 문학 자습서..

그 자습서에서 '귀천'이란 시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학창시절..

제일 좋아하고 잘했던 과목이 국어와 문학이었는데..

왜 순간 생각이 안 났을까..

혀를 끌끌차며..

 


근데..

'귀천'이란 시는 익히 알았지만..

그 시를 쓴 천상병이란 인물에 대해선..

전혀 무지했던지라..

 

왜 대한민국 근대 100년간의 인물 박물관 시리즈를 출간하면서..

그 첫번째 주인공이 천상병 시인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더랬다..

 

 

아버지의 사업으로 어린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랑하는 이들과의 가슴아픈 이별을 수차례 경험했던 그..

건강을 해치면서 까지 독서에만 전념했던 학창시절..

그리고 시인 김춘수의 제자가 되어..

일찌기 등단하여 당대의 내노라 하는 문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천재..

앞날이 창창하게 보장된..

한국은행의 입사를 뒤로하고 가난한 시인을 선택했던..

이 시대 마지막 순수시인..

 


시와 음악을 사랑하고..

친구와 후배를 끔찍히 위하고..

없는 형편에 항상 술값을 지불하던 사나이..

약간은 알딸딸 취한 모습으로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

책 표지에서 처럼..

저런 웃음..

어떻게 하면 지을 수 있을까..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옥살이 도중 전기고문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절뚝 거리며..

아이까지 못 만들게 되었지만..

그 고문했던 이를..

다시 만나면..

'요놈 요놈 요 이쁜놈아..' 라고 부르고 싶다던 그..

 


그렇게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천상병님은..

 

항상 세상과 먼저 악수하려 했던이 같아 보였다..

 

그 세상이..

사람들이..

그에게 수많은 아픔과 상처만을 남겨 주었지만..

누구를 원망도..

미워도 하지 않았던..

한마리 자유로운 새처럼..

그렇게 한 세상 살다간 그..

 

결국..

밥보다 막걸리를 더 좋아했던 이유로..

만성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나를..

아니 내가 그를..

참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 들었다..

 

나도 고인처럼..

세상과 악수하려 노력하지만..

이렇게 매번..

아프기만 한데..

 

나도 고인처럼..

이젠..

그 해맑은 웃음과..

넓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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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은 시를 통해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을 용서하려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고통은 바람이 지나듯 그저 잠깐 스쳐가는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어쩌면 잠깐 놀러 온 소풍이 아닐까.

 

꽃 피는 언덕에 앉아 따스한 햇살에 몸을 적시며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이 태어나 살다 죽는 일도 그런 소풍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러니 무엇을 원망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괴로워할 것인가.

 

짧다, 너무 짧다.

 

용서하자, 다 용서하자.

 

우린 모두 소풍을 나온 아이들이 아닌가.'

 

 

 

 

 

 

 

귀 천 (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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