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 6 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요즘 기분도 좀 그렇고 해서..

항상 열심히 쓰던 독후감을 따로 잘 쓰질 않는다..

 

그래도 기록으로 안 남겨두면 찝찝해서 못견디는 성격이라..

대충 인터넷에서 괜찮은 서평을 퍼와서 업데이트를 하고 그러는중인데..


이 소설 만큼은 몇자 쓰고 자세한 서평을 덧붙여야겠다..

 

 

참으로 얘기하기가 거시기한 주제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게 또 필자의 매력이지 않은가..

-_-

 

 


지나고 보면..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는가 보다..

또 그러한 것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 되기도 한다..

 

 

필자는 상당히 조숙한 편이었다..

요즘 애들은 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지만..

우리 세대에선 꽤나 '성'을 이해하는게 빨랐던것 같다..

 

 

어릴적 누나 친구인 선미 누나가..

아파트 꼬마들을 모아놓고..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너희들은 아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아니??'

 

그때 나만이 정확한 그곳(?)의 위치와 명칭 및 그 과정까지도 완벽하게 대답해서..

주변 어린이들을 경악케 했던 오래된 기억이 있다..

(요즘 애들은 그런다더라.. 저 질문을 했을때.. 아빠가 뭐 새가 물어왔다는둥의 얘기를 하면..

피식 웃으며.. 에이.. 거짓말.. 아빠가 콘돔 안끼고 한거겠지 뭐.. 이런다던데 -_-;;)

 

 

그때가..

내 나이..

일곱살 무렵이었다..

 

 

 

 

아홉살때 우연히 아버지의 서재를 뒤지다가..

'부부생활 백과사전' (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안남..대충 저런식이었음) 이란 전집류를 발견하게 되고..

그걸 부모님이 집에 안계실때 마다..

탐독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피임'과 '체위'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가..

내 나이..

아홉살 무렵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샘터'란 교양지의..

이달의 누드를 봤다고..

담임선생한테 아주 뒤지게 맞았다..

그건 분명 이름만 들어도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유명한 화가의 '명화'였었는데..

디테일한 사진을 보다가 맞은거라면 억울하지나 않지란 생각을 한참 했었다..

 


그러다가..

하루죙일 그 생각만 나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찍 나와버린다는..

남자들의 성욕이 가장 왕성한 시기라던..

중학생이 되었다..

 

내 짝은 동현이란 아이였다..

딱 덩치가 나 만했다..

그래서 짝이 된거겠지만..

근데 동현이가..

우리 중학교의 최다인원수를 자랑했던..

남산 초등학교의 '장군' 이었다고 한다..

덩치가 자기보다 두배나 되는..

그 이름도 유명한 종발이 같은 녀석도 동현이 앞에서 항상 꼬랑지를 내렸으니..

 

 

동현이는 그랬다..

무엇보다 눈빛이 날카롭고..

동작이 재빨랐으며..

깡다구가 있고..

특히나 대장질 하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머리'가 좋았다..

그래서 무식하고 힘만 쎈 종발이를 제치고..

'장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때..

동현이가 말했다..

좀 보여달라고..

살면서 컨닝이란걸 해 본 적이 없던 나는..

그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안돼 동현아.. 그건 나쁜 행동이야..'

-_-

 

그랬더니 이 녀석이..

시험시간 내내 내 의자를 걷어차고..

인상을 벅벅쓰며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거리며..

그렇게 중간고사 첫째날이 지나갔다..

 

아마도 그들끼리 회의를 했으리라..

저놈은..

우리랑은 출신이 다른..

한강이남에서 제일 좋은 사립 초등학교를 나온 부잣집 아들이라 그런가 보다..

사실이 그랬다..

당시만 해도 꽤나 잘사는축에 끼는 우리집이었고..

그런 든든한 '아빠'를 두었다는 사실이..

동현이에게 감히 게길 수 있었던 이유였었다..

 

 

중간고사 둘째날..

종발이가 나를 화장실로 불렀다..

 

 

'야 범아.. 너 왜그러냐.. 친구끼리.. 동현이 좀 보여줘.. 불쌍하지도 않냐..

그리고 너 이런거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첨보지..??'

 

그러면서 종발이는 나에게 소위 말하는 '빨간책'을 보여주었다..

아아..

월간 교양지 '샘터'의 이달의 누드와는 차원이 다른..

그 디테일하고 선명하며..

막 막..

사진속에서 튀어 나올것만 같았던..

그 눈부신 미녀들의 나신의 향연..

 

그것은..

메이드 인 네덜란드였다..

 

 

내가 반쯤 넋이 나가서 그것들을 감상하고 있을때..

종발이가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야 야.. 쥑이지 않냐.. 나 이거 엄청 어렵게 구한거야..

딴 애들 한테는 돈 받고 보여주고 돈 받고 빌려주고 그러는건데..

니가 동현이 한 번만 컨닝하게 해주면.. 내 이거 바로 너 줄께..

어디 앞으로 이것 뿐이겠냐.. 만화책으로 된것도 있고..

만화는 일제가 좋아..

내가 비디오 까지도 구해 줄 수 있다..'

 

아아..

이놈들이 협박에서 회유로 작전을 바꾼 거였구나..

 

하지만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그 제안을 수락하였고..

종발이의 그 귀한 선물을 받아들고 룰루랄라 하교하여 침대밑에 숨겨 두었으며..

그 후로 종발이랑 꽤나 친한 친구로 지냈더랬다..

 


그렇게..

그렇게..

일찌감치 이론과 생물학적 지식에만 정통하던 날..

그 다양한 멀티미디어의 세계로 인도해 주었던..

그리운..

내 친구..

종발이..

 

지금은 조폭이 되었다고 한다..

-_-

 

 

그리하여 중간고사 '기술' 시험의 답안을 쪽지에 써서 동현이에게 주었고..

'장군'으로서 아랫것들 거느리기에 항상 신경을 많이 쓰던 동현이는..

마치 임금이 백성들에게 은혜를 배풀듯..

그 쪽지를 반 전체에 돌려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그해 1학기 중간고사 기술과목 반 평균이..

93점이라는..

엽기적인 사태가 발생하여..

난 또 담임에게 뒤지게 맞게 된다..

-_-

 


 


그렇게..

그렇게..

매일 매일..

그 끓어오르는 성욕과의 사투로..

힘들었던 나의 십대..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한번도 그런걸로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적은 없었던것 같다..

그걸 가지고 뭐라 그러지도 않으셨고..

워낙에 일찍 독학으로 마스터 해버려서..

더이상 가르쳐 줄것도 없었겠지만..

따로 성교육을 해주지도 않으셨고..

 

 

딱 한번 그런 말씀을 하긴 하셨는데..

어느 휴일날..

거실에서 아버지랑 나란히 누워 007 영화를 보다가..

베드신이 나왔을때..

아버지께서 말씀 하셨다..

 


'임마.. 너 왜 갑자기 숨소리가 거칠어져..'

 


난 항상..

그런걸 감추는데는 귀신이라 자부하며..

나의 완벽함과 치밀함에 스스로 뿌듯해 했으나..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건 부모님께서..

 

눈 감아 주셨던 이유였을 거라고..

 

 

 


잔소리라도 들었더라면..

아마도..

내 성격상..

반항이나 하고..

더욱 더 삐뚤어지고..

더욱 더 그러한것에 집착하게 되었었겠지..

 


항상 그렇게 말없이 묵묵히 지켜봐 주시기만 했던 이유로..

항상 쉽사리 타올랐던 내 열정(?)은..

이내 시들해지고..

 

다시금 학업에 전념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엘 들어가고..

고등학교때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성이란 것은..

사랑이 먼저 수반되어야 하는거구나란..

그런 아름다운 사실을 스스로 깨우치게 되었던것 같다..

 

 


지면을 빌어..

그렇게 밝고 건강한 성의식을 자리잡게 도움을 주신..

내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린다..

 

 

 


그래서 그랬을까..

 

 

최초의 이성과의 성적 접촉이었던..

 

내 첫키스는..

 

저멀리 어느 아름다운 왕국의..

 

낭랑한 종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던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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