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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 정확히 몇년도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날짜만큼은 기억이 난다..
왜..??
그날은 바로..
4월 1일 만우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우절날..
거짓말 처럼..
장국영은 우리곁을 떠났다..
스스로 투신하여..
2004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하지만 이 책은..
그 재미있는 제목 만큼이나 솔직히 '재미'있진 못하다..
책 속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당대의 수많은 재미나고 멋지고 볼거리가 화려했던 홍콩 느와르에 비해..
마치 '아비정전' 처럼..
그저 무겁고 우울하고..
'재미'가 참 없다..
앞서 거론한 성석제나 김영하의 소설보단 말이다..
71년생인 작가 김경욱씨는 전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나' 등에서 보인것처럼..
항상 당대의 문화적 코드와 트렌드를 가지고 글을 써나가는듯 하다..
그래서..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홍콩 느와르를 보고 자란 필자는..
그저 '장국영' 이란 그 한마디에 이 책을 선택했던것 같다..
주인공은 상당히 고학력의 소유자이지만..
아버지의 부채로 인해..
피시방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연명하며..
채팅을 일삼으며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이혼녀와 채팅을 하게되고..
그녀를 통해 거짓말 같은 장국영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와 난..
같은날 같은 장소에서 장국영의 '아비정전'을 보았고..
같은 시기에 결혼을 하여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장소로 신혼여행도 갔다는..
기막힌 우연을 알게되고..
그런 그녀를 직접 만나던날..
전문적인 용어로 번개 -_-
같은 복장에 마스크를 쓴 수많은 장국영의 조문객들과 마주친다는..
참..
재미없는 스토리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홍콩 느와르의 열병을..
마치 성인식처럼 그렇게 지나온..
그런 기억에 잠시나마 아련했던것 같다..
사실 장국영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것 같다..
무심수면 이었나..
잠 못 드는밤인가..
장국영의 그 노래를 수업시간에 흥얼흥얼 거리고..
투유 초콜렛의 악보를 구해 한글로 그대로 옮겨적은 뜻도 모르는 중국노래를 외우고..
아직도 기억이 나네..
'씨을샤마 양더찌이 찬미엔.. 회이랑허 을이에이에 쓰니엔..'
-_-
암튼 그렇게 영화 속 CF 속 여리고 해맑기만 했던 그 미소..
그런 약간의 연약함이 맘에 안들었던것 같다..
오히려..
영웅본색 , 첩혈쌍웅을 보며 주윤발에게 반했었고..
눈이 코고 목선이 곱던..
한마리 꽃사슴같은 관지림 누나를 그리며 수많은 하얀밤을 남몰래 지새우기도 했으며..
유덕화의 그 멋스럽고 터프함에 반해 비슷하게 생긴 백준기씨 마저도 덩달아 좋아했던 그 시절..
그래서 장난감 권총을 따로 구입하고.. -_-
극장에서 본 영화들을..
다시 비디오로 빌려와서..
트렌지스터 녹음기에 마이크를 연결해 TV 스피커앞에 가져다 놓고 영화를 그대로 녹음해..
잠이 들때마다 듣고 또 듣고..
급기야는..
영웅본색, 첩혈쌍웅은 아주 그 장면 장면들을 달달 외워버려서..
학교 동아리 행사나 축제나 소풍 같은때에..
그걸 흉내내며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던..
그 학창시절의 기억들..
한동안..
홍콩 느와르의 사랑은 꽤나 그렇게 오래 지속되었다..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고나서도..
그 옛날 윤발이형이 생각이 나..
알바해서 번 돈으로 비싼 바바리 코트를 샀던걸 보면..
어느 초겨울..
양복입고 그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학교 도서관에 가서..
바바리를 휙 벗어서 의자에 걸쳐놓던 순간..
마치 영화 첩혈쌍웅의 성당 마당에 비둘기떼 처럼..
후두두둑 날아갔던..
도서관 칸막이용 신문지들의 향연..
-_-
그리고는
'저 새끼는 대체 뭐하는 새끼길래 공부하는데 바바리 입고오지 -_-??'란..
경멸어린 시선들을 던지던..
모교의 학생들의 시선을 느끼기 전까진 말이다..
-_-
지금..
장국영은..
그곳에서..
행복할까..
거울앞에서 맘보를 추던..
장국영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