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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지음 / 창비 / 2007년 1월
평점 :
'누군가 그럽디다
영원의 나라가 있다고
우리 모두가 그곳에서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기 위해 찾아온 새들이라고
나중에 거기 가시거든 생을 거듭하지 말고 부디 오래 머무십시오
거기 영원의 나라에서..'
작가 윤대녕씨의 글은 참으로 담담해 보였지만..
그의 생은 참 사연이 많구나..
할아버지의 품에서 자란 어린 시절..
일찌기 한자와 한글을 깨우치고..
시골집에는 오직 책밖에 없어서 늘 독서와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그..
중3때 처음 원고지 50매 가량의 단편을 쓰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전까지 라면박스 4개 분량의 작품을 쓰고..
또 그것들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불태워버렸다 한다..
제대 후 신춘문예에 응모해 탈락하고..
그는 복학을 하지않고 절에 들어가..
출가를 결심하지만..
스님은 "당신은 언젠가 세상으로 다시 내려갈 사람이다'라며 그의 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내 어머니는..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 아침에 태어나셨다..
평생 마음속에 제비를 품어 기르며 살았던 어머니..
아버지의 모진 매질에도 불구하고 첫눈이 내리면 어김없이 며칠이고 집을 나섰다가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돌아오곤 하시던..
내 어머니..
'새끼제비 한마리를 뒤란 헛간 사과상자 안에다 넣고 정성을 다해 키웠다.
얼추 성장한 제비를 날려보내려했지만 상자속으로 기어들어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나는 방으로 들어와 낮부터 이불을 쓰고 누웠다.
"네가 강남으로 가는 날 나도 집을 떠나고 말리라"
어머니를 닮은 내가 세상속으로 날개짓을 하기 시작한 날이었다.
따뜻한 강남으로 가기위한 것도 아닌, 차가운 이세상에 머물기 위한 것도 아닌, 어쩌면 숙명적 날개짓을..'
이런 어머니와 날 지켜봐야만 했던 아버지는..
얼마나 고독한 사람이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살을 맞대며 살고 있지만..
그 사람의 마음만은 가질 수 없다면..
이 얼마나 공허하고도 슬픈일이겠는가..
그런 아버지와 정을 통하던 술집작부 문희..
문희가 해주던 그 한번의 포옹과 뽀뽀는..
어머니의 사랑을 못 느껴본 나의 가슴을..
립스틱 보다 더 붉게 달아오른 인두가 되어 평생을 그렇게 아로새겨 놓았다..
애인의 면회를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간다던..
우연히 앉게된 버스 옆자리의 그 아가씨..
그녀의 이름은 문희였고..
난 문희를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에 그녀는 회사까지 찾아와서 땡깡부리던 전애인에게로 돌아가지만..
내 어머니를 닮았던 문희의 결혼은 실패로 끝이나고..
제비떼를 볼 때면..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결혼은 했나요?
나보다 네 살 아래고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
그녀가 입사할 때부터 마음속으로 줄곧 좋아하고 있었어.
지금도 많이 좋아하고 있고.
여자는 남자가 만드는 거니까 잘해주세요.
우리 부모님을 보면 그렇지도 않더군.
결국 집을 짓듯 서로 조금씩 만들며 쌓아가는 거겠지.
누굴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안심이 되네요.
따지고 보면 사랑한다는 말처럼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말도 없잖아요.
그 말은 상대의 모든 걸 원한다는 뜻이니까요.
사실 모든 건 안되죠.'
초로의 작부로 남아있던 문희..
난 결국 몇십년이 지나 그녀를 찾아갔고..
평생 당신을 그리워 했다고..
그녀의 품에안겨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영원의 나라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 소설속 인물처럼..
또는 우리 모두들은..
그렇듯..
고독하게 살아가는 모양이다..
제비의 날개짓을..
다시한번 힘껏 추스리며..
image..
난 왜 소설을 보는 내내 swallow 가 아닌 저 단어가 떠올랐던 것일까..
아마..
주인공이 느꼈던 어린 시절 술집작부 문희의 image 처럼..
나도..
어느 누군가의 image를 아직도 내내 그리워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