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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평점 :
제 2회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우리 시대의 빼어난 이야기꾼으로 칭송받는 성석제씨의 소설이다..
필자도 인간이다 보니..
좋아하는 쪽으로만 살짝 치우치는것 같은데..
(아..빨리 수험생들을 위해 '고전을 읽자' 시리즈를 런칭해야 되는데 -_- 이 사람들 책보느라 시간이.. -_- )
은희경이 그러하였고..
최근엔 특히..
앞에 언급된 김영하씨와 성석제씨에게..
소위 말해..
꽂혔다..
그의 글들은..
신선하고..
아낙네들의 수다같이..
구수한 기분을 전해준다..
'만그인지~ 반그인지~' 이런 구수한 사투리처럼 말이다..
'동네에서 툭 소리가 나면.. 그건 홍시가 떨어졌거나 만근이가 넘어졌거나 둘 중 하나다..'
뭐 이런거..
참 재밌지 않냐..
모든면에서 동네 사람들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황만근은..
루쉰의 '아Q정전'에서의 아Q를 연상시키는듯도 하나..
분명 아Q 보다는 생산적이고..
사회적 관점으로 필요한 일꾼이었던것 같다..
무엇보다..
황만근씨는..
항상 바보처럼..
웃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황만근씨가..
어떻게든 만근씨를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동네사람들 때문에..
동네에서 온갖 고생을 다하며 살아가다가..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집에서 쫓겨난 경운기 공장집 딸을 아내를 맞이하고..
경운기를 등에업고 한동안 좋은 시절을 보내다가..
마누라는 도망가고..
그래도 아들래미랑 친구처럼 허허 웃으며 살아가다..
어느날 홀연히 실종되며..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하고 잊혀져 갈 때..
지인 중 어느 하나가..
그래도 그는 참 필요하고 좋은 인물이었다고..
묘비명을 적듯..
만근씨를 기린다는 스토리인데..
그냥 재밌기만한 짧은 에피소드지만..
개인적으로 필자에겐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이젠 필자의 경험에 의한 선입견이 되버렸지만..
(이런 경우가 살면서 제일 안타까운건데.. 쩝..)
상경해서 만났던 '서울' 사람들은..
대부분이 참으로 '약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좋은 표현으로 하면..
실리에 밝고..
자기애가 강하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계획적인 거겠지만..
난 참 스스로가..
그들에 비해..
황만근 같은 사람이었다고 생각되어졌다..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회사에서 집이 가깝고..
며칠밤을 지새워도 끄떡없이 체력좋고..
근데 또 남들처럼 운동도 안 좋아해서 축구하다 다쳐 업무 스케쥴에 지장 줄 일도없고..
애인조차 없어 주말엔 시간이 남아돌고..
이 일 저 일 다 떠맡고..
휴일에 주말에 줄창나와..
내 할일 다해놓고도..
타 에어리어 바쁘다면..
그래 우린 같은 팀원이잖아란 투철한 사명감으로..
아무도 없는 일요일에 나와서 일을 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따뜻한 밥 한그릇..
까먹었다는 이유로 단지 그거 하나 못해주던 사람들에게 야속한 마음도 느끼고..
장반장님 장반장님 소리에 하기 싫은거 다 도맡아 하고..
그러다가 혼자 스트레스 왕창 받아서 신경쇠약이나 걸려 쳐자빠지고..
중요한 오른쪽 손목마저 한때 마비되어..
지금도 무리하면 약간 증상이 도지는듯도 하고..
대신 한때 야근 한달에 180시간 하면서 돈은 많이 벌었지만.. -_-
젠쟝..
눈물 날라 그러네..
도토리 필요하다길래..
어째 좀 여자친구 만들고 싶은 마음에..
나도 주말에 출근 안하고 데이트라도 좀 해볼려고..
바로 그자리에서 도토리 100개 주고..
그 다음날 네이트온 친구 차단당하고 일촌 짤리면..
이거 너무 슬프지 않은가 말이다..
-_-
제목처럼..
황만근은 이렇게 말하진 않는다..
황만근이 남긴 말은 거의 없다..
만근씨는 그저..
허허 웃으며..
행동으로 모든걸 보여줬던 사람이었다..
이것이 필자와 황만근씨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만큼 난 인간으로써 아직 성숙되진 못했나 보다..
천성이란 어쩔 수 없는건가 보다..
앞으로도 난 계속..
황만근씨처럼 살지 싶다..
많이들 이용해 먹어라..
자랑같지만..
아니..
자랑이지만..
난..
착해빠졌다..
그리고 그것이 날..
제일 힘들게 한다..
이제..
황만근씨 처럼..
그저 허허 웃고 넘길 수 있는 마음..
그 마음만 닮아가고 싶을 뿐이다..
책에서 처럼..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