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재미있는 메이저리그 이야기
이종률 외 / 조선일보사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책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하물며 그 옛날 하교길에 보았던 이름모를 들꽃에도 그 의미가 있었으니 말이다..

 

필자에게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의미로 남아있는 책은..

어이없게도 시사저널 1995년 6월 둘째주판이다..

그 애절한 사연을 지인들은 술자리에서 다들 한번씩은 들어봤을터이니 생략하기로 한다..

그 다음으로 필자의 삶에있어 큰 의미가 있는 책이 바로 지금 소개할 이 책이 되겠다..

 

 

1982년 대한민국에도 프로야구가 태동하였다..

우린 그 이른 새벽 여섯시부터 시내 동아백화점앞에 줄을 서있었고..

당당히 삼성 라이온즈의 어린이 회원이 될 수 있었다..

특히 그때 받은 '왕지우개'로 지우개 따먹기판을 평정했던 그 때의 그 기쁨이란..

 

이듬해..

단지 잠바가 이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OB 베어스 (현 두산 베어스)로 주식이나 펀드 갈아타듯 그렇게 배신을 했지만 -_-

암튼..

그 시기에 필자는 야구와의 인연을 맺게되었다..

 


선수들의 야구카드를 모으려고..

부라보콘을 몇백개 사먹었던 기억들..

그 당시 나의 유일한 취미는 선수들의 홈런, 타율, 방어율 따위의 수치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노트에 가지런히 기록하는 것이었다..

 

왜 그러한 행위를 했는지 그 이유는 나 조차도 모른다..

그냥 좋아서 였을것이다 아마..

그걸 깨알같이 적고.. 그걸 또 수시로 외우고 하던 내 유년시절..

 


언제던가 어머니께서 그 '잡동사니'들을 버리려고 했을때..

불같이 화를 내었던것 같기도 하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별 미친놈 다 보겠네.. 그딴걸 왜 적는지..'

 

세월이 흘러 박찬호가 메이저리거가 되었을 때에도..

그의 경기가 중계되는 날이면..

항상 칼같이 일어나곤 하는 필자를 보며..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쟤는 참 신기하네.. 박찬호 야구만 하면 어째 저리 새벽에도 잘 일어난데..'

 

그렇게 시작되었던 본인의 야구사랑은..

그후로도 한동안 계속 되었더랬다..

 

 

혹시 1993년 한국시리즈 3차전을 기억하는가??

 

당시에 필자는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고로 학생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같기도' 같은 재수생의 신분이라..

대구에서 했던 그해 한국시리즈를 다 볼 수 있었다..

 

그당시의 프로야구 열기에 비추어 보면..

'어른'의 신분으로 한국시리즈의 입장권을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고..

실제로 어른들은 시합전날 저녁부터 텐트를 가지고와서 매표소 앞에서 잠을 잤더랬다..

 

하지만..

우리 재수생들은..

약간 이른 아침에 야구장에 모여서..

빽빽한 '어른'들 줄옆에 위치한..

 

아무도 없는 '학생' 매표소앞에 가방을 던져놓고..

한놈만 가방을 지키고 나머지는 불침번 처럼 순서를 정하여..

당구장이나 오락실이나..

아니면 필자처럼 달성공원에서 코끼리 따위를 구경하며..

입장이 가능한 오후 4시까지 버티곤 했었다..

 

옆줄의 아저씨들이 화창한 아침햇살에 잠에서 깨어..

텐트문을 열고나와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동 일대의 다방에서 모닝 커피라도 배달시켜 먹을때면..

 

힐끔 힐끔 다방 언니들의 각선미를 감상하며..

연정을 품었던 우리들.. -_-

보온병을 챙기다 재수좋게 빤스라도 보여 주면..

 

아아..

그 순간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암튼..

그 3차전에서 삼성의 박충식과 해태의 선동렬이 맞붙었는데..

박충식은 연장 15회까지 완투하며..

결국 무승부를 기록하였고..

그 무승부로 인하여..

그해 패권은 해태로 넘어가게 된다..

그 경기를 보고 차도 끊겨서 감기에 걸렸던 그런 기억들..

 


그 시절에 필자는 우연히 메이저리그와 인연을 맺게 되는데..

 

바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93년도 월드시리즈였다..

한국 시리즈가 없던 날이라..

심심한 마음에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AFKN에서 93년 월드시리즈 1차전을 보게 되었던 것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그 오프닝..

 

'신사'로 대표되던 엘리트 구단 토론토 블루제이스 (메이저리그에 더 관심을 가진 이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지금의 삼성이나 양키즈나 요미우리 처럼 당시에 토론토는 돈으로 우수한 선수들을 싹슬이했던 거란다.. -_- )

리키 헨더슨, 로베르토 알로마, 폴 모리터, 조 카터..

 

그리고 그와는 상반되는 '노 타이'로 대표되던 필라델피아 필리스..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을 연상시키는 그 당시의 후덜덜한 포스라니..

커트 쉴링.. 아아 우리 커트 형.. 미치 윌리암스 등등..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건..

로베르토 알로마의 신기에 가까운 호수비였고..

(그 후 클리블랜드 시절 알로마와 오마 비즈퀠의 키스톤 플레이는 '스포츠 진기명기' 최고 단골장면으로 등장하곤했다..)

거기에 반해서 알아듣지도 못하던 영어를 들으며..

영어사전을 찾아가며 AFKN에서 중계하던 메이저리그를 남들보다는 조금 빠른시기에 열심히 보았더랬다..

 


그 후 충남 공주고 출신의 공만 빨랐던 박찬호는..

94년 LA 다저스에 전격 입단하여..

뼈를깎는 노력과 선진 야구의 맹조련하에..

당당한 코리안 특급 메이저리거 박찬호로 우리앞에 모습을 선보였고..

 

인천방송의 개국과 함께..

국내의 메이저리거 팬들은 보다 편하고 쉬운 환경에서..

메이저리그를 관람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때 즈음이던 90년대 중반..

인터넷 모굴리그라는게 유행이었다..

 

'베이스볼 모굴'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상적인 구단주 및 감독이 되어서..

각자가 맡은 팀의 로스터를 짜고..

그 각각의 팀의 로스터를 가지고 시뮬레이팅을 담당하는 한사람이 전체적인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그러한 결과를 통하여 트레이드도 하고.. 뭐 그런 가상의 야구리그였다..

 

오래전 이야기다..

필자도 모뎀으로 그걸 했으니.. -_-;;

 

필자가 속해있던 리그가 대한민국 최초의 리그라..

당시에 클리블랜드 GM으로서 월드시리즈도 제패하고..

(어린 시절부터 선수들의 기록 따위를 정리하고 분석하고 했던 버릇이 그때 다 도움이 되었다 -_- )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을 당시에..

갑자기 운영자가 잠수를 타게 되버렸고..

제 2대 운영자로서 필자가 추대되었던지라..

 

그후 리그의 룰을 개정하고..

(얼마전에 아직도 그런 리그가 존재하는지 궁금해서 여기 저기 검색해 보았더니.. 놀랍게도 아직 소수지만 남아있었다..

그런 리그들의 룰을 살펴보니.. 아아.. 필자가 그때 만들었던 바로 우리 리그의 룰이었다..

10년도 더 흘렀을텐데.. 실로 감동이었고.. 이걸 저작권료를 받어 말어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으며..

나에게도 훗날 후손에게 물려줄 사회적으로 한 획을 그었던 족적이 있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하기도 했었다..)

 


인터넷 야구리그에도 각 팀의 소식지 같은 신문도 도입하여..

실제의 메이저리그와 보다 가까운 형태로 진화를 해나가고 있을 무렵..

필자가 썼던 우리 구단의 소식지가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그 시절에..

 

난 느끼게 되었다..

 

아.. 내가 이런데 소질이 있었구나라고..

그리하여 토목공학을 전공하던 나는 생뚱맞게 메이저리그 기자로서의 꿈을 품게된다..

 


실제로 우린 부산에서 모여 현모도 가졌으며..

모두들 허접하리란 예상을 깨고 다양한 연령층의 메이저리그 메니아들이 모여..

나와 같은 대학생 부터 고등학생, 회사원, 자영업자, 의사 등등..

다들 직업도 나이들도 달랐지만..

'야구'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으로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더랬다..

 

그 시절..

 

필자는 인천방송의 메이저리거 전문가로서 해설을 담당하던..

송재우씨에게 나도 당신처럼 되고싶다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게 되고..

놀랍게도 그 분은 친절한 답장과 함께..

바로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을 추천해 주셨던 것이었다..

 

 

고향에 내려갔을때..

아직까지도 내방 책꽂이에 소중하게 꼽혀있던 이 책을..

난 다시 들고와서 찬찬히 일독해보았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자칭 메니아라 자부하던 우리들에겐..

팀 정보나 선수 정보 따위는 모자란감이 있어 보이는건 사실이다..

 

그런 기록따윈 줄줄 꿰고있던..

야구에 미친 우리들 이었기에..

하지만 현대 야구의 역사를 이해하는데는..

상당히 가치가 있는 책이었던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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