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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최근에 본 단행본 중 가장 두꺼운 책이다..
무려 555 페이지에 달한다..
어느 주말 고향에 다녀오면서 다 보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영화의 절정은 러닝타임 90분 정도에 있고..
책의 절정은 210 페이지 정도에 있다고..
자..
이 책의 210 페이지를 펼쳐보자..
노라 액튼양을 치료하는 영거의 모습이 나온다..
첨봤을때 부터 아 이둘은 결국엔 뭔가 되겠구나란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봤던 필자인지라..
이 때 즈음에는 마음속으로 '좀 더 잘 꼬시봐라 영거야..' 그러면서 화이팅을 전하고 있었던걸로 기억이 된다..
하지만..
다른 책처럼 절정은 어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약간의 복선만 제시하며..
여전히 범인은 오리무중이고..
갈 길은 차라리 먼 시점이다..
이렇듯 살인적인 두께와..
물론 예전에 비하면 이까이꺼는 두꺼운 축에도 못들지만..
20대 초반이던 1994년도에 아버지의 서재에서 아주 옛날 전집식으로 발행되었던 (자주색 하드커버에 요즘의 책 반 크기의 깨알같은 글자들이 두배분량으로 그것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쭈~욱 나열되어 우에서 좌로 다시 상에서 하로 읽어내려가야 했던 시스템 -_- ) 고미카와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읽어도 읽어도 책장이 줄어들지 않았던..
하지만 그 후로 우린 즉각적으로 바로보고 반응을 보일 수 있게 된 UCC 시대에 사는지라..
저으기 이 정도 분량으로도 살짝 두려움을 느낄만큼 나약해지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은 한마디로 '무척 재미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무자비한 두께와 1만3천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나 보다..
저자 레벤필드는 현 예일대 법학교수이기 이전에 헴릿에 집착하며 문학청년을 꿈꾸던 이라고 한다..
이 책에 다분히 그런 열정들이 녹아 있었고..
프로이트와 융이 1909년 미국을 방문했던 그 역사적 사실의 순간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 이건 물론 픽션이지만 - 그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정신분석학이 절묘하게 적용이 되는 뭐 그러한 스토리..
실제로도 프로이트가 요실금이 있었고 미국 방문당시 실례를 했었는지..
또한 융이 이 소설에서 처럼 그렇게 꼼심하기만한 인간성의 소유자였는지..
뭐 그러한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보이지만..
마치 무릎팍 도사라도 된 양..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으로 인간심리를 파헤치며 역으로 질문을 던지던 장면들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심리학이란 학문에 한 걸음 더 관심을 가지고 정신분석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값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작가의 정성이 돋보이는 부분은..
철저한 고증과 자료 수집을 통한 1909년경의 뉴욕 및 미국 사회를 재현해 내었다는 것..
솔직히 내 나라도 아니고..
그딴게 뭐 그렇게 궁금한것인가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가..
누가 가르쳐준것도 아니고 본 적도 없지만..
활자를 통해 느껴지고 상상이 되는 경험하지 못한것의 요소들이..
오래된 흑백 영화의 필름처럼..
뇌리속에 하나하나씩 펼쳐져가는..
그러한 순간을 느끼는 것에 있다고 꼽는다..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번 읽기 시작하면 쉽사리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의 재미는 필자가 보장한다..
날씨가 무덥다..
바다도 좋고 산도 좋지만..
대야에 시원하게 발 담그고..
꽤나 잘 짜여진 이 추리소설..
'살인의 해석'과 함께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것도..
충분히 즐겁고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