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3~4주



유난히 길었던 이번 추석 연휴에는 극장가를 채우는 영화들도 다양했는데, 그에 발맞춰 나 역시 열심히 개봉작들의 대부분을 챙겨봤다. 추석 연휴가 극장가로선 워낙 대목장이라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하는 바람에 서울도 아닌 이런 지역 극장에 개봉 전 주말 유료시사회 상영이 잡히기까지 했다. 덕분에 조금 더 일찍 영화를 보긴 했지만서두. ㅎㅎ

연휴 한 주 전 먼저 개봉한 설경구 주연의 액션영화 《해결사》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와 함께 (→ 개봉 다음주), 연휴를 맞아 '대개봉'한 김현석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 장진 사단의 한바탕 코미디 《퀴즈왕》 (→ 개봉 전 주말 유료시사회), 홍콩 필름누아르의 고전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작인 《무적자》, 얼마전 민간인이 된 양동근의 복귀작 《그랑프리》를 (→ 개봉날), 그리고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이번주에 개봉을 준비하는 김인권 주연의 코미디 《방가?방가!》까지 (→ 개봉전 주말 유료시사회) .. 추석 시즌 전부터 지금까지 대략 3주 동안 총 7편의 영화를 봤다. ^^; 아!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는 무지 보고 싶었지만, 전국 상영관이 손꼽힐 정도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그간 관람한 7편의 영화들을 온전히 개인적 감상에 의해 순위를 매겨 보면 대략 이 정도..
 시라노; 연애조작단 > 방가?방가! > 마루 밑 아리에티, 퀴즈왕, 해결사 > 그랑프리, 무적자

물론 취향에 따라 감상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 태클은 사양한다능~ ^^;
마음 같아서는 7편의 영화 모두 공들인 리뷰를 쓰고 싶지만 체력 저하로 그냥 간단한 단평으로 남겨볼까 한다.
(.. 그런데 이거 다 쓰는 데도 시간이 엄청 걸렸다. 팔에 쥐 날 뻔.. ㅠ ,ㅠ)






이번 추석 시즌에 개봉한 영화들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과 지지를 얻고 있는 작품이라면 단연 김현석 감독의 사랑스런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일 것이다. 전작 《광식이 동생 광태》를 통해 이미 탁월한 웃음과 이야기를 선보였던 김현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한껏 발휘한다. 오래도록 곱씹을만한 대사와 곳곳에 배치한 웃음, 현실과 닿아있는 이야기들은 조금씩 성장해가는 캐릭터들을 통해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네 명의 주인공은 물론 조연의 연기들도 좋다. 특히 송새벽과 박철민의 코믹 연기는 큰 웃음을 안겨주신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또는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을 하고 싶은 이들이 보면 더욱 좋을 영화. 로맨틱 코미디답게 영화가 끝난 후 기분좋게 극장을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





이번주 개봉을 준비중인 육상효 감독의 코미디 영화 《방가?방가!》. 연휴 끝머리인 이번 주말에 유료시사회로 미리 만났다. 《방가?방가!》는 '백수 탈출 취업 성공'을 위해 부탄인으로 위장취업하는 청년 백수 방태식의 취업 분투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로, 영화《해운대》에서 미친존재감을 보여줬던 개성파 배우 김인권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연기 잘 하는 배우지만 아직 티켓파워는 약한 김인권의 원톱에 전혀(!) 끌리지 않는 유치한 제목(웬 방가;;)이 별다른 감흥을 주진 못했는데, 이 영화, 생각보다 재밌었다. 웃으면서도 청년백수, 이주노동자 차별 등의 현실의 문제를 풀어내는 것도 좋았고. 물론 이주노동자로 위장 취업한다는 설정상의 무리수나 후반부의 드라마 전환 등은 좀 아쉬웠지만, 김인권-김정태 콤비의 코믹 연기도 좋았고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도 괜찮았다. 이제 김인권도 개성파 조연 배우에 머무르지 않고 주연 배우로 발돋움 하는 것인가! 두둥~! :)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 인간의 집 마루 밑에 살며 인간의 물건을 '빌려'쓰는 10cm 소인족인 아리에티가 소년 쇼우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3D 애니메이션이 주가를 올리는 요즘 현실에서 굳이 3D가 아니어도 충분히 관객과 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지브리의 자신감이 그동안 많은 애니들을 통해 보아왔던 지브리 특유의 화면들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빨래집게로 머리를 묶고 재봉핀을 칼처럼 허리에 찬 아리에티가 소인족의 규칙을 어기는 순간 고난은 시작됐지만, 소녀와 소년이 진심어린 우정을 나누고 그것을 통해 삶의 또다른 희망을 얻는 모습은 따듯하다. 다만 일본영화 《4월 이야기》가 끝났을 때와 비슷한 당혹감을 이 영화에서도 만났다. 영화에 대한 사전 기대가 너무 컸거나 또는 아리에티의 인간 세상 속 모험이 조금 밋밋하게 느껴진 듯;;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52년 발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메리 노튼의 《마루 밑 바로우어즈》가 그것으로, 사람들의 물건을 빌려 쓰는 작은 종족 '바로우어즈'들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동화다. 저자 메리 노튼에게 카네기상 수상의 영광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기회되면 만나봐야겠다. :)





추석하면 코미디 영화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흥행성적을 보면 그건 옛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온가족이 모이는 추석에 코미디 영화가 빠질 수는 없는 법, 이번 연휴에는 장진 감독의 《퀴즈왕》이 나섰다. 소위 '장진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 《퀴즈왕》은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자는 애초 그들의 취지처럼 제각각 색깔이 뚜렷한 배우들이 작심하고 코믹 연기를 펼쳐보인다.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웃기려드니 안 웃을 수 없다. 웃긴다. 특히 까메오로 출연한 정재영과 임원희, 이한위는 큰 웃음을 던져준다. 류승룡의 코믹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총 4억이 안 되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보니 영화가 좀 거칠고 전반부의 파출소 후반부의 퀴즈쇼라는 한정된 장소가 다소 답답하긴 하지만, 장진 특유의 엇박자 웃음과 연극적 상황에서 벌어지는 집단 코믹상황극으로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다만 마지막 엔딩은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남는 건 아쉽다. 이한위의 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덧붙여도 재미있었을 듯한데. ㅎㅎ





불꽃튀는 추석 개봉작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마루 밑 아리에티》와 함께 한발 먼저 관객의 입소문을 선점한 영화 《해결사》. 초기작에서 미친연기력을 보여줬던 설경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그래도 구관이 명관, 일단 주연이 설경구면 먹고 들어가는 점수가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 역시 주연보다 조연들이 더 기억에 남았다. 개성파 조연 배우 오달수와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송새벽 콤비가! 특히 극장가의 대목인 추석 시즌에 동시에 두 편의 영화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송새벽은 그 더듬거리는 사투리톤의 대사만으로도 빵빵 터트려준다. 코믹연기의 달인 오달수는 물론이고 온갖 고생 다 하는 윤대희 역의 이성민의 코믹 연기도 큰 웃음을 전해준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현란한 오프닝처럼 《해결사》는 빠른 템포로 숨가쁘게 진행된다. 너무 빨라 내 친구처럼 뭔 얘긴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있지만. 덕분에 지루하진 않다. 액션영화답게 눈이 시원한 화끈한 액션도 등장한다. 별 생각없이 즐기기 좋은 액션영화다.





이번에 본 7편의 영화 중 가장 안습이었던 영화 두 편, 《그랑프리》와 《무적자》.
두 영화 모두 별 기대를 안 하고 봤음에도 역시나, 별로였다. - _-;

송해성 감독의 《무적자》는 원작인 《영웅본색》을 안 본 터라 원작과의 비교가 힘들지만, 리메이크 여부를 떠나 영화 자체로도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다. 남성성을 의식한 아드레날린 과잉, 감정 과잉의 영화라고나 할까. 송승헌이 '행복한 새끼'라는 대사를 내뱉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무슨 대사가..;; 많은 돈을 쏟아부어 만든 영화임에도 이야기도 연출도 연기도 모두 그저그랬다. 그나마 그간 '상대배우 띄워주기 전문'이라 불렸던 주진모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다. 송해성 감독에게서 다시 《파이란》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경마를 소재로 한 양윤호 감독의 《그랑프리》는 김태희가 첫 원톱으로 나선 영화다. 원톱 김태희가 아닌 민간인이 된 양동근의 연기를 보러 갔는데 우석의 닭살돋는 애정공세에 손발이 오그라들뿐 아쉽게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김태희가 출연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드라마 《아이리스》는 안 봐서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 연기력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영화에서도 여전히 책을 읽던 김희선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이끌어갈 원톱으로서의 역량은 아직 부족한 듯. 뭐, 그래도 예쁘긴 예쁘더라. ㅋ

영화 속 어떻게 굴러갈지 뻔히 보이는 스토리와 구태의연한 연기보다 나를 더 당혹스럽게 만든 건 바로 영화 속 사투리 사용이었다. 아예 지역 방언을 무시하고 표준어로 통일하던가 아님 현실감있게 적절한 사투리를 사용하던가 해야 할 텐데, 두 주인공과 목장의 일꾼들은 그렇다쳐도 제주 4.3사건까지 겪었던 제주 토박이 목장 주인들도 당연하게 서울말을 하는 마당에 혼혈소녀 소심이만 꿋꿋하게 제주 사투리를 구사한다. 대체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 건지.. - ,-;



경마를 소재로 말과 인간의 우정을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랑프리》는 임수정 주연작 《각설탕》과 닮은 구석이 많다. 고난을 겪은 주인공이 주변의 격려로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에 이른다는 스토리나 제주도가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것도 그렇고. 물론 《각설탕》은 《그랑프리》와 달리 천둥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새드앤딩으로 끝나지만 말이다. 꼭 둘 중 한 편을 고르라면, 나는《각설탕》의 손을 들어주련다. 적어도 임수정의 연기가 더 좋았다. 갠적으로 더 재밌게 보기도 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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