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3주



얼마전에 배우이자 가수인 엄정화가 인기 예능프로인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
mbc의 파업으로 결방될 거라는 생각하고 아예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가
포털에 올라온 인터넷 기사를 보고 부랴부랴 mbc 홈피에 접속했다.

다른 배우들이 그러하듯 그녀 역시 영화 《베스트셀러》의 개봉을 앞둔 출연이었지만, 
그럼에도 팔방미인 엄정화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반가운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특별히 엄정화를 좋아하는 팬은 아니다.
그녀의 노래나 영화를 열렬히 찾아 듣거나 보는 것도 아니다.
자꾸 변해가는 얼굴을 보면서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녀가 참 멋지다는 의견에는 동감한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특유의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무대는 근사하다.
점점 그 깊이가 더해지는 그녀의 연기도 맛깔스럽다.
가수와 배우라는 쉽지 않은 두 길을 자신만의 색깔로 성공적으로 일궈낸 
멀티플레이어로서의 그녀가 대단하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방송에서 그녀는 가수로서 나이에 대한 벽이 무척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여가수, 그것도 댄스 가수에게 나이는 쉽게 넘기 힘든 편견이다.
댄스 음악이 젊은층의 향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기고 하고,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엄격하게 가해지는 잣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무대에 임하고,
새까만 후배들과 나란히 경쟁하고 또한 함께 어울어지는 그녀가 더 대단해 보인다.
나이든 여자 댄스가수에 대한 편견과 맞서 온 엄정화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지금의 댄싱퀸 이효리는 좀 더 험난한 길을 지나와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중들은 그녀를 카리스마 넘치는 댄스 가수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엄정화를 가수보다 배우로 기억한다.

엄정화를 처음 알게 된 게 그녀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배우 엄정화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가수 엄정화가 배우 엄정화보다 못하다는 건 아니다. 오해말길. :)







이번 주말 엄정화가 원톱으로 나선 영화 《베스트셀러》가 개봉했다.
그래서 이참에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들을 간단히 살펴볼까 한다. ^ㅅ^




엄정화 주연의 영화를 모아보니 대략 이 정도.
조연으로 출연했던 《결혼 이야기》, 《마누라 죽이기》를 빼고 주연작만 13편이다.
어느새 그녀도 중견 배우가 되어 있었다.

영화들을 살펴보니 이번에 개봉해서 아직 못 본 《베스트셀러》 외에
《Mr.로빈꼬시기》, 《인사동스캔들》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본 영화였다.
오호,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그녀의 팬이 되어있었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엄정화가 출연했던 영화는 대부분, 적어도, 본전은 해줬었다.
정말 형편없어 돈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단 얘기다. 물론 내 기준에서.
그녀가 출연한 작품에 대한 믿음은 나를 꾸준히 영화관으로 불렀고,
동시에 그것이 그녀가 꾸준히 영화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이제부터 햇살박이씨가 기억하는 엄정화의 영화들을 살펴보자규~ :)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 유하 감독 / 최민수, 홍학표, 엄정화 주연


엄정화의 영화 데뷔작이자 내가 엄정화를 처음 만난 영화.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베스트셀러 시집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가 원작이며, 
그걸 쓴 시인 유하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독특한 이력의 영화이기도 하다.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청춘스타 홍학표와 최민수를 주연으로 캐스팅했으나,
원작의 인기가 무색할 정도로 흥행 결과는 우울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으나
당시에는 시인 출신의 유하 감독에 대한 입방아도 많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인이었던 엄정화는 이 영화를 통해 날개를 달았다.
영화에서 그녀가 직접 불렀던 노래 「눈동자」는 영화 밖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특히 군부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가수 엄정화로서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단발머리를 하고 눈을 한껏 치켜뜬 채 노래를 부르던 그녀가 기억나시는지.
후에 「눈동자」의 작곡가가 신해철이라는 게 밝혀져 한번 더 놀라기도 했었다.


▲ 유하 감독의 작품들 - 결혼은 미친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쌍화점 

지금 생각해도 웃긴 건, 내가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다는 거다.
주말 오후임에도 커다란 영화관에는 나를 포함해 3명 정도가 앉아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몇몇 장면만 조각처럼 떠오를 뿐 영화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저 이런 영화를 봤다! 라는 것 정도만 기억할 뿐. ㅎㅎ






결혼은, 미친짓이다 / 유하 감독 / 엄정화, 감우성 주연


댄스 가수로서 큰 인기를 누리던 엄정화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을 안착시켜준 영화
바로 유하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결혼은, 미친짓이다》이다.

데뷔작 《바람부는 날이면~》을 함께 했던 유하 감독과 엄정화는 두 번째 영화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는데,
그 결과 유하 감독은 연출력을, 엄정화는 연기력을,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은 감우성의 영화 데뷔작이라는 점과 함께
영화 속 강도 높은 노출씬이 큰 화제를 낳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서울을 참 예쁘게 담은 영화로 기억한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 이만교 / 민음사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는 이만교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기에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뭇 궁금했었다.

사회적 관습을 벗어난 주인공들을 통해 사랑과 결혼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은 소설이나 영화나 같다.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소설은 텔레비전의 잦은 등장을 통해 현대인들의 소외와 소통의 부재를 함께 다루었던 걸로 기억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다른 것은 걷어내고 온전히 두 인물에게만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진지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소설도 재미있었고,
잔잔한 듯 아슬아슬한 영화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었다.
소설, 영화 모두 추천하고 싶은 작품. 다만 영화는 19금이다. :)







싱글즈 / 권칠인 감독 / 장진영, 엄정화, 김주혁, 이범수 주연


배우 엄정화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영화로는 《싱글즈》를 꼽겠다.
30대를 앞둔 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내용들을 솔직하게 담아내
많은 여성들의 지지 속에 흥행에도 성공했던 영화 《싱글즈》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故 장진영의 숨겨진 매력을 끌어내며 그녀에게 청룡영화 여우주연상을 안기기도 했던 《싱글즈》는, 
그외 섹시 디바 엄정화에겐 털털한 이미지를, 코믹 배우 이범수에게는 남자로서의 매력을,
아직은 신인에 가까웠던 김주혁에게 대중적 인기를 선사하기도 했다.

《싱글즈》는 언제 봐도 유쾌한 영화이고, 다시 봐도 공감되는 영화다.







오로라 공주 / 방은진 감독 / 엄정화, 문성근 주연


배우 엄정화를 다시 보게 한 영화로는 단연 방은진 감독의 데뷔작 《오로라 공주》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가볍고 사랑스런 이미지를 벗고
아이를 잃은 모성의 절절함을 온몸으로 연기하며 배우 엄정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영애의 변신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아이를 잃은 엄마가 살인을 통해 복수를 한다는 소재는 비슷하지만,
《오로라 공주》는 여성 감독의 시선에서 보다 여성의 시선에서 농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스릴러이자 복수극이라 다소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지만,
여성으로서, 더구나 아이를 둔 부모라면 여러모로 공감할 부분이 많은 영화였다.
범인을 전면에 배치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연출력도 일품!
꼭 한 번은 보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다. 역시 19금이다. :)







그외 내가 만났던 엄정화의 영화로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호로비츠를 위하여》,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해운대》, 《오감도》 등이 있다.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잘나가는 배우들이 떼로 출연해
이야기 자체의 재미와 함께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던 영화. 
엄정화를 비롯 유명 배우들의 무더기 출연해 즐거움을 주는 영화로 작년에 개봉한 《오감도》가 있다.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펼치는 에피소드가 조금씩 연결되어 있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내 생애~》와 달리 《오감도》는 5명의 감독이 함께 한 단편모음(?) 영화라는 점!

참고로 《오감도》에서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단편 「끝과 시작」에는
《내 생애~》에서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과 엄정화가 다시 출연해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내 생애~》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는 따듯함이 있다면,
《오감도》는 5명의 감독의 각기 다른 영화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따듯한 이야기를 버무려낸 《호로비츠를 위하여》도 좋았고,
《싱글즈》 이후 김주혁과 다시 뭉친 《홍반장》은 끝이 조금 아쉬웠지만 사랑스런 로맨틱코미디였다.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룬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고 있습니까》는
《결혼은, 미친짓이다》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괜찮았고, 
그녀가 주조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해운대》는 작년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Mr.로빈꼬시기》와 《인사동 스캔들》은 아직 안 본 영화라 노코멘트. ^^;







베스트셀러 / 이정호 감독 / 엄정화, 류승룡 주연


엄정화가 원톱으로 나선 이번 주말 개봉작.
《오로라 공주》, 《호로비츠를 위하여》 이후 엄정화가 세 번째로 원톱으로 나선 영화.

표절 혐의를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물로
창작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소재인 '표절'을 전면에서 다루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라고는 하나
영역을 넘나들며 끊이질 않는 표절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런 민감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이 영화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조만간 영화관에서 만날 예정. 엄정화의 연기도 기대된다.









영화 《베스트셀러》로 스크린을 찾은 엄정화는
곧 새 앨범 출시와 함께 가수 활동도 재개할 예정이란다. 

열정이 있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멀티플레이어 엄정화.
앞으로도 배우로서, 그리고 가수로서 그녀의 열정을 마음껏 뿜어내길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