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1주
잦은 봄비와 겨울 못지 않은 포스를 내뿜는 꽃샘추위에 봄소식이 묘연한 요즘이지만,
좋은 책을 원작으로 한 멋진 영화들이 잔뜩 대기중인 3월이라 그래도 즐겁다.
봄바람 꽃바람 나기 전에 책바람 영화바람 먼저 나보는 건 어떨까? ^ㅅ^
3월 개봉 영화 중에 나의 관람 욕구를 맹렬히 일깨우는 작품이 몇 편 있으니,
일명 '거장 감독의 귀환!!' 짠짜잔!!!
남아공의 실화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온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맷 데이먼의 『인빅터스』,
고전동화 '앨리스'를 재해석 한 헐리웃의 악동 팀 버튼 감독과 그의 단짝 조니 뎁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헐리웃의 또다른 단짝인 명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셔터 아일랜드』가 그것이다.
포스터만 봐도 감동, 재미, 미스터리라는 각 영화의 성격을 확연히 알아볼 수 있다.
거장 감독의 귀환 외에도 이 작품들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모두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다.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존 칼린의 같은 제목의 원작 에세이 『인빅터스』(노블마인,2010)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은 알다시피 루이스 캐럴의 고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셔터 아일랜드』 역시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살인자들의 섬(Shutter Island)』(황금가지,2004)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볼 때 영화 그 자체의 재미는 물론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영화가 있는 반면 영화가 원작보다 훨씬 좋을 때도 있다.
물론 원작과 영화가 제각각의 매력을 내뿜을 때가 독자와 관객으로서 가장 행복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봉한 두 거장의 영화는 어떨까?
영화 보러 가기 전 또는 책을 읽기 전 먼저 간략하게 살펴볼까 한다. :)
-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존 칼린 /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10.02.05
-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 모건 프리먼, 맷 데이먼 / 2010.03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1995년 남아공 럭비 월드컵에서 하위권 최약체로 꼽히던 남아공의 럭비팀이 쟁쟁한 우승 후보들을 모두 꺾고 기적의 승리를 거둔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맞서 싸우며 27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넬슨 만델라는 출소 후 남아공의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러나 공식적인 인종차별은 사라졌지만 그동안 아파르트헤이트의 극단적인 차별로 인해 흑인과 백인 사이에 형성된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그런 분열들로 인해 남아공 사회는 위기에 처한다. 국민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만델라 대통령은 때마침 남아공이 유치하게 된 럭비 월드컵 대회에서 작은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온 국민이 다함께 응원하고 기뻐하며 눈물 흘렸던 2002 FIFA 한ㆍ일 월드컵을 경험했던 우리는 스포츠가 가진 힘, 모든 것을 떠나 다같이 하나가 되는 기적 같은 힘을 알고 있다. 넬슨 만델라는 그런 스포츠의 힘을 이용해 폭발하기 직전까지 치닫던 남아공 국민들의 분열된 마음을 진심으로 하나로 단결시키고자 했고, 우여곡절 끝에 그의 시도는 성공한다. 그렇게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최약체인 남아공 럭비팀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것이다. 그들이 일궈낸 기적은 다함께 외치는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에서 만들어졌고, 반대로 럭비팀의 승리로 인해 흑과 백을 넘어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우승은 놀라운 기적이고 또한 거대한 감동이다.
에세이집인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의 저자 존 칼린은 지난 7년여 동안 넬슨 만델라를 비롯해 감동의 주역들, 그리고 그외 여러 인물들의 방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엮은 이책을 엮었다고 한다. 그리고 연기파 배우 모건 프리먼과 맷 데이먼, 노장은 죽지 않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영원한 명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뭉친 영화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원작이 전하는 실화의 감동을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 경기의 짜릿함, 함께 응원하면서 조금씩 서로의 벽을 허물어가는 국민들 간의 변화,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나는 화해와 용서가 어우러져 기적을 만든 실화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전해준다.
또한 『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는 27년 간이나 자신을 가둔 이들을 용서하고 분열되어가는 조국을 화해와 통합으로 이끌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시켜나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치인은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금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에게도 이런 정치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인빅터스(INVICTUS)'의 뜻처럼 ‘굴하지 않는’ 그들의 도전 정신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과 큰 감동을 담아낸 책과 영화 『인빅터스』. 꽃샘추위로 다소 경직된 우리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녹여주기에 제격일 듯하다. :)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팀 버튼 감독 / 조니 뎁, 미아 와시코우스카, 헬레나 본햄 카터, 앤 헤서웨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 존 테니엘 또는 헬런 옥슨버리, 앤서니 브라운, 김양미 등등 그림
헐리웃의 악동 팀 버튼이 돌아왔다. 이번엔 원더랜드를 찾은 앨리스와 함께 왔다. 그것도 3D 영화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간 기괴하고 엉뚱한 상상력을 선보여 온 팀 버튼 감독과 티저 포스터 공개만으로 모자장수와 '싱크로율 100%'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은 그의 단짝 배우인 조니 뎁, 그리고 3D 열풍을 이끌었던 『아바타』의 뒤를 잇는 3D 영화라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거기엔 기묘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루이스 캐럴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팀 버튼이 어떻게 펼쳐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어린이 고전 동화인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예측불허의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출간 이후 수많은 해석과 각색을 낳았고, 그와 함께 영화, 연극, 애니메이션 등으로 여러 차례 제작되어 큰 인기를 모았다. 책도 여러 판본으로 출간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의 앨리스가 나와 있다.
눈에 띄는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책에 실린 삽화인데, 원작과 같은 존 테니엘 삽화를 실은 클래식 시리즈는 물론 유명 동화작가인 앤서니 브라운이나 헬런 옥슨버리나 국내 삽화가 등이 재해석한 그림들이 곁들여진 판본도 여럿된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인 만큼 작품 속의 수많은 의미와 해석에 관해 주석을 달아놓은 주석판과 원더랜드의 앨리스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팝업북까지 나와 있다. 다양한 버전만으로도 '앨리스'에 대한 인기와 독자들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책만으로도 각각의 버전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즐길 수가 있다. 덤으로 앨리스 마니아들은 수집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팀 버튼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원작의 캐릭터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되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많이 더했다. 우선 앨리스는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19세의 소녀다. 그래서 옷도 노출이 심해진다. 조금은 특이하고 소심하던 앨리스는 붉은 여왕의 지배 아래 황폐화된 원더랜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되갖게 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의지를 가진 소녀로 성장한다. 말하자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소녀 앨리스의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보기만 해도 기괴스러운 모자장수, 잊을 수 없는 얼큰이 붉은 여왕, 우아하지만 가식적인 하얀 여왕, 『이웃집의 토토로』의 고양이버스를 떠올리게 하는 표정의 체셔 고양이 등 팀 버튼의 유쾌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더불어 실감나는 3D의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다. 『아바타』에 비해 CG의 완성도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3D를 즐김에 있어서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아바타』 보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3D를 더 신나게 봐서 꽤나 만족스럽다.
루이스 캐럴의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봐도 좋고, 팀 버튼의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어도 좋을 듯하다. 비슷한 듯 다른, 그러나 다른 듯 비슷한 '원더랜드'와 '언더랜드'의 이야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 셔터 아일랜드
셔터 아일랜드 / 마틴 스콜세지 감독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 2010.03.18
살인자들의 섬 / 데니스 루헤인 / 황금가지 / 2004. 07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2002년 <갱스 오브 뉴욕>을 시작으로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이후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4번째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미스터리 스릴러로, 벌써부터 엄청난 반전에 대한 입소문이 심상치가 않아 기대감이 커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격리하는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실종되고 연방 보안관이 수사를 나선다. 탈출 자체가 불가능한 병원에서 한 여인이 깜쪽같이 사라지고 수사는 진척이 없다. 게다가 폭풍까지 닥쳐 섬에 고립된 그들은 점점 더 괴상한 일을 겪게 된다.
위의 영화들처럼 이 작품 역시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데니스 루헤인의 『셔터 아일랜드』가 그것인데, 국내 번역판 제목은 『살인자들의 섬』(황금가지,2004)이다. 이글 쓰느라 검색하면서 알게 됐는데, 데니스 루헤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해 호평받았던 영화 『미스틱 리버』의 원작인 동명의 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다고. 장르문학을 즐겨 읽지 않는 탓에 이제서야 그의 존재를 알게 됐다.
요즘들어 영화 개봉과 함께 책표지나 제목이 영화의 그것으로 리뉴얼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책표지가 영화 포스터로 바뀌는 것은 물론 『Q&A』나 『쌍둥이별』처럼 영화 개봉에 맞춰 『슬럼독 밀리어네어』나 『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등 아예 영화 제목으로 바뀌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여전히 자신의 제목과 책표지를 고수하는 책들도 많이 있지만 말이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인 『살인자의 섬』은 책의 리뉴얼 대신 기존에 출간된 데니스 루헤인의 책들을 묶어 영화 제목과 표지를 입힌 세트를 발간했다. [셔터 아일랜드 원작 소설 세트]는 『셔터 아일랜드』와 『미스틱 리버 상,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데니스 루헤인의 그외 작품 6권은 [데니스 루헤인 대표 탐정 세트]로 묶었다. 낱권들은 이미 구간으로 할인이 적용됨에도 이 세트들은 세트 띠지 하나 둘렀다고 신간으로 부활해 도서정가제의 제한을 받고 있다. 웬일이뉘;;
이 영화는 아직 개봉까지는 시일이 좀 남아 있으나 장르가 작은 정보도 자칫 스포일러가 되기 쉬운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에, 또한 이미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은 지라 지금 간략한 줄거리 외에 어떤 정보도 자제 중이다. 그래서 이글은 아쉽지만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다. 연출이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장르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는 관객이나 독자들에게 반갑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