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1주

2010년이 시작했다고 호들갑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다. 아아, 시간 참 빠르다! 그와 함께 영화관에 걸리던 영화들도 빠르게 순환하고 있다. 1월 한 달 동안에도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에 올랐다가 조촐한 잔치를 벌이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덕분에 조금 게으름을 부리다가 놓친 영화가 한둘이 아니다. 외국 영화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바타》는 그런 흐름에서 물론, 예외다.

1월에는 DVD로 《트와일라잇》과 《지구》를 연이어 보고 개봉날 《용서는 없다》를 봤다. 1월의 끄트머리엔 《하모니》 시사회도 다녀왔다. 보고 싶었던 《꼬마 니콜라》는 멀리있는 영화관에 그나마도 반관 개봉이라 좀처럼 시간이 많질 않아 아직도 못 보고 있다. 2월은 첫날부터 연이어 3일을 영화관으로 출근했다. 1일엔 초큼 궁금했던 《식객 2 : 김치전쟁》를, 2일엔 설연휴 최고의 기대작 《의형제》 시사회를, 3일은 3D로 보겠다고 무려 한달 동안을 벼르며 기다렸던 《아바타 3D》를 봤다. 그넘의 3D가 뭔지! 정작 보고나니 별 것 아닌 것을!!

여튼 이제야 영화를 어느 정도 봤으니 이번주 추천영화를 써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익후! 어느새 주말이 다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게냐. 누가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 내일엔 또 월요일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뿐이다. 어쨌거나 오늘이 지나기 전에 글을 마무리짓길 바라며 이번주에 영화를 이야기해 보련다. 참고로 이곳 영화관에 개봉해 내가 볼 수 있는 영화거나 최소한 관심이 있는 영화들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길.





☞ 이번주 기대작은? 단연 《의형제》! 이번주 추천작은? 당근 《의형제》!!














송강호와 강동원을 투톱으로 내세웠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영화 《의형제》는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로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거기다 불변의 흥행 코드 중 하나인 ‘남북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북 관계라는 다소 무겁고 부담스러운 소재를 서로가 적인 전직 국정원요원과 남파공작원을 통해 세련되게 버무려냈다. 자신들의 존재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의심과 의리 사이를 오가는 그들의 줄타기가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분좋은 엔딩은 이 영화의 또다른 선물이다. 장훈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송강호가 선택한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의형제》는 내게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한 영화였다. 그리고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준다. 뛰고 달리고 막싸움까지 쉬지 않고 등장하는 액션씬에 힘이 부쳤다고 할 만큼 온몸을 던져 리얼하게 연기하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자연스런 웃음을 흘린다. 어느 캐릭터를 입든 자신만의 인물로 소화해내는 그는 천상 배우다. 이제까지의 그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의형제》에서도 송강호의 연기는 여전히 감동이다.

강동원은 《의형제》를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늑대의 유혹》으로 스타덤에 올랐으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스펙트럼을 넓히며 배우의 길을 성실하게 닦아가고 있는 강동원이지만 부족한 연기력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작년 연말 개봉해 나름 흥행에 성공한 《전우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까닭에 이 영화에서 강동원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늑대의 유혹》에서 마냥 귀여운 꽃미남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면, 《의형제》에서는 한층 진지하고 성숙해진 연기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개인적으로는 이제껏 그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강동원이 기대되는 이유다.

어익후! 간단한 소개글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간략 리뷰가 되어버렸다. >_< 여튼, 기대 이상으로 두 배우의 앙상블이 멋졌던 영화였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솜씨도 능수능란해 두 시간이 즐겁다. 극장문을 나설 때 쯤엔 아마 기분좋은 웃음을 흘리게 될 듯. 그런 영화 《의형제》, 이번주 최대 강추작으로 꼽아본다. 얼른얼른 극장으로 나들이 나서시길. 아마 웬만해선 후회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





☞ 천만 돌파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굳이 3D를 고집할 필요는.. 《아바타》














역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다. 극장문을 나서던 내 친구는 ‘그는 천재야!’를 외쳤다. 나도 ‘맞아맞아’로 응수하고. 외국 영화 최초로 1천만 관객 돌파라는 위업을 달성한 《아바타》는 여전히 극장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오직 CGV 홈피나 현장 판매 밖에 안 하는 3D의 경우엔 매회 매진이라 예매를 안 하고는 볼 수가 없을 정도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에 그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3D'라는 획기적인 기술의 승리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책이든 영화든 베스트셀러는 그것에 무심했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기가 또다른 인기를 만드는 것이다. 《아바타》의 경우엔 나도 거기에 포함된다. 놀라운 CG 효과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 터라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브랜드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 이 영화가 '3D'로 상영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아이맥스관이 아닌 일반 영화관에서 3D 영화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니 말이다.

기필코 3D로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달 남짓 벼른 끝에 드디어 영화를 봤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안경을 끼고(안경에 안경을 끼니 그렇게 불편할 수가!!) 스크린을 바라보니 어머낫! 진짜 입체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예전 엑스포 입체영화관에서 경험했던, 스크린과 관객 사이를 둥둥 떠다니던 물방울이나 화면에서 튀어나오던 호랑이 등의 리얼한 입체영상의 3D를 기대했던 내게 《아바타 3D》는 조금 싱거웠다. 약간의 볼륨감과 약간의 거리감과 약간의 입체감 정도랄까? 물론 그것만으로도 놀랍지만, 그래도 무려 5천원이나 더 주고 꼭 3D를 보라고 권할 정도는 아니었다. 좌석의 흔들림까지 재현하는 4D라면 또 모를까. 물론 4D는 가격이 훨씬 더 비싸다. 그럼에도 자리가 없어서 못 본다지만.

어쨌거나 《아바타》의 그래픽 기술은 CG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내게도 감동이었다. 판도라 별의 알록달록한 숲의 색채는 정말 아름다웠다. 아바타를 포함 나비족 또한 너무 자연스러워 실제 인물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사는 나비족의 모습 또한 현대인들에게 환경과 전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아바타》의 결말은 역시 좀, 부실하다. 그렇게 될 것이다 라는 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놀라운 상상력도 빛을 바랜다. 마지막 결말까지 완벽한 판타지를 찾는 것은 역시 쉽지 않나 보다. 스토리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아바타》는 그 기술적 진보만으로도 대단한 영화라 칭하기에 충분하다. 천만 관객은 괜히 드는 게 아닌 거다.





☞ 마음껏 울어도 괜찮아! 내 마음을 녹이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하모니! 《하모니》














오랜만에 김윤진이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베테랑 연기자 나문희도 합세했다. 그들이 함께 한 영화 《하모니》, 여자 교도소 안의 이야기다. 교도소에서 출산을 한 여자 죄수는 18개월이 되면 아기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아무리 죄를 지은 죄인이라고는 하나 아기에 대한 모성은 누구나 똑같다. 정혜 또한 마찬가지. 어느새 돌을 맞은 아들 민우와 세상에서 마지막 휴가를 보내기 위해 정혜는 교도소 내 합창단을 만들고 공연을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숨겨진 사연들이 하나둘 나오고, 최선을 다한 그들의 노래는 자신을, 다른 죄수들을, 세상 사람들을, 그리고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하모니》의 초반에 등장하는 아기 민우는 어찌나 귀여운지!! 물론 배우와 스탭들은 고생을 많이 했겠지만 상황에 적절한 민우의 표정은 귀여움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민우 얼굴만 들여다 보고 있어도 시간가는 줄을 모를 정도니 말이다. 때문에 영화에서 민우의 성장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물론 조금 큰 민우도 귀엽긴 했지만 아기 민우가 눈앞에 어른거려서뤼~~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김윤진과 나문희, 그리고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주는 정소영과 박준면, 나름 악역이었던 장영남, 그리고 이다희와 김예원까지 모든 배우들이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시사회에서 제일 앞줄 구석에 찌그러져 보는 동안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르겠다. 스토리 전개가 전형적이고 다소 뒷이야기가 빤히 보였음에도, 생각해보면 크게 슬픈 장면은 얼마 없었는데도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모성, 엄마와 자식 이야기는 그런 힘이 있나보다.

마음껏 울어도 괜찮은 영화, 내 주변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 그리고 다소 상투적이고 신파적이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따듯함으로 그것들을 이겨내는 영화, 그리고 아기 민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 영화가 바로 《하모니》 다. 손수건 한 장 챙겨들고 그녀들의 하모니를 감상하러 가보자. 아름다운 노래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것이다.





☞ 다양하고 맛깔스런 김치를 만나는 재미! 《식객 : 김치전쟁》














허양만 화백의 인기 만화 《식객》은 재미있게 봤지만 영화 《식객》은 그냥 그랬다. 스토리는 무난했지만 음식 영화인 만큼 우리 음식들을 좀 더 맛깔스럽게 보여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드라마 《식객》은 안 봐서 비교를 못하겠다. 여튼 그랬던 까닭에 《식객》의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크게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그런데 그 소재가 김치란다. 이번 영화의 원작 만화는 아직 읽어보질 않아서 스토리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도 하고 김치의 변신이 궁금하기도 해서 조금 늦게 영화관을 찾았다.

《식객 : 김치전쟁》의 가장 큰 재미는 역시 김치의 변신이다. 세상에 김치를 못 담글 재료는 없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재료와 기대 이상의 맛깔스런 모양새로 변신한 김치의 모습은 영화 스토리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재미를 전해준다. 이왕이면 맛까지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며 영화를 보는 동안 침까지 꼴깍 삼키게 된다. 세계화를 향한 김치의 변신은 무죄! 그러나 역시 김치하면 우리가 식탁에서 매일 만나는 배추 김치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 푸근한 엄마의 맛이란!

그러나 《식객 : 김치전쟁》의 스토리는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1편처럼 2편도 대결구조로 가는 데, 이번에는 이복 남매의 대결이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성찬의 모습은 시종일관 너무 어둡다. 대신 진수가 오버액션을 하지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처지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대결의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그 과정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마더》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연기로 주연으로 우뚝 선 진구와 악역을 맡은 김정은의 연기는 무난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인상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조연으로 출연한 김영옥의 연기가 짧지만 강렬하다. 베테랑다운 연기다.

결과적으로 《식객 : 김치전쟁》는 아주 좋지도,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무난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제목처럼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음식, 즉 군침도는 김치를 눈으로 맛보는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 보고 싶으나, 보기 힘든 or 볼 수 없는..














-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와 장 자끄 상뻬의 대표작 <꼬마 니콜라>가 영화로 돌아왔다. 니콜라와 친구들이 귀여운 아역배우들로 환생해 스크린 곳곳을 누비며 웃음 바이러스를 전해준다는 입소문에 일찌감치 기대만빵 충전하고 고대하고 있었건만, 멀고도 먼 영화관에 그것도 반관 상영으로 겨우 걸렸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잘 안 맞다! 영화 보려고 막히는 도로를 뚫고 달렸으나 결국 30분이 늦어져 못 보고 돌아왔다는 슬픈 사연까지 간직하고 있다. ㅠ

8명의 꼬마 친구들의 이야기에 나도 굳어버린 마음 무장해제하고 두 시간 동안 낄낄거리고 싶건만 이래저래 아쉬울 따름이다. 대신 알라딘에서 이번 주말 동안 대폭격 할인 행사를 실시한 <꼬마 니콜라> 시리즈 3종 세트 중 내게 없는 2종 세트 구입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돌아온 꼬마 니콜라>, <앙코라 꼬마 니콜라> 세트여, 얼른 도착해라!! 아브라카다브라!! ㅎㅎ

















- <리키>

<스위밍 풀>, <사랑의 추억>, <엔젤> 등의 감독 프랑소와 오종의 최신작 <리키>가 개봉했다. '날개달린 아기'라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경계를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란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라는 고유의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생각지도 못한 독특한 상상력이 펼치는 판타지의 결말이 궁금해 이 영화를 기다렸는데, 헉,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왜냐? 이곳에는 개봉을 안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지방 중소도시다. 여기서는 이런 일, 즉 보고 싶은 작은 영화들이 개봉조차 못하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 방학이나 겨울 방학 같은 성수기에는 말이 필요없다. 요즘같은 명절 연휴 전에도. 3개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스크린만 20개가 넘건만 상영중인 영화는 빤하다. 되는 영화만 걸려 있다. 스크린 많다졌다고 좋아할 필요가 없는 거다. 어쩌겠는가, 그저 DVD 출시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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