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히는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가 개봉했다. 개봉을 꽤나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개봉하자마자 달려갔다. 사실 전날 시사회로 볼 수도 있었는데 귀차니즘에 그냥 돈을 내고 봤다. 사실 영화 보고 나오면서 조금 후회했다. 시사회로 봤더라면 본전 생각나지 않고 조금 더 가비얍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미녀는 괴로워>로 큰 성공을 거둔 김용화 감독이 3년간의 기획과 7개월 간의 촬영 끝에 완성한 영화 <국가대표>. 스키점프라는 조금은 낯선 종목을 소재로 한 스포츠 드라마다. 얼마전 역도를 소재로 한 영화 <킹콩을 들다>가 개봉해 꽤 좋은 성적을 보였는데, <국가대표>는 어떨지 모르겠다. 관객들이 <킹콩을 들다>만큼 울어주고 감동해 줄런지.

<국가대표>는 앞서 말했듯 '스키점프'라는 독특한 스포츠 종목을 소재로 한다. 종목 자체가 '눈'을 전제로 하고 있고, 동계올림픽을 무대로 하는 만큼 스케일은 훨씬 커졌다. 영화 후반부의 동계 올림픽 경기 장면은 <킹콩을 들다>와는 확연한 스케일의 차이를 보이며 왜 이 영화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갔는지를 두눈으로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경기 장면 만큼은 돈 들인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 공포감과 짜릿함이란! 마치 점프대를 함께 뛰어오른 것 같은 생생함을 영화 곳곳에서 잡아낸다. 멋지다!

그러나 <국가대표>는 후반부의 멋드러진 경기 장면을 보이기까지 예상외의 엉성한 드라마로 일관한다.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와 국가대표가 된 입양아라는 설정 외에 다른 선수들의 캐릭터 또한 기존의 스포츠 영화에서 보여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눈에 쏙 들어올 만큼 빛을 발하지는 못한다. 다만 고생은 많이 했겠구나,라는 생각은 충분히 든다. 정말 고생 많이 한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국가대표>의 가장 큰 약점은 엉성한 드라마다. <미녀는 괴로워>의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영화 내내 틀에 박힌 캐릭터들이 예상 가능한 일들을 펼쳐나간다. 뭔가 웃기려고는 하지만 제대로 포인트를 집어내지 못하고 겉도는 웃음은 <차우>를 볼 때의 그 어색함을 다시 느끼게 해줄 정도였다. 물론 주인공 차헌태를 통해 입양아에 대한 문제를 짚어내고, 모자간의 또는 가족간의 사랑을 찾아내는 것은 좋다. 그런데 이야기가 온전히 뭉치지 못하고 겉도는 게 아쉽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선수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고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적설량이 그리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눈 위에서 펼치는 종목 선수가 겪어야 하는 온갖 고생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스키점프에 비하니 역도 선수의 설움은 그나마 나아보일 지경이고, 인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말은 오히려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 종목들 또한 아주 풍족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우연히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쿨러닝>을 보며 얼마나 많이 웃고 울었는지 모른다. 눈물나게 웃으면서도 마지막에 가슴이 짠해지는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국가대표>를 보기 전까지 아마 많은 관객들이 우리나라의 <쿨러닝>을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웃음이나 감동 모두 기대치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씁쓸하다.

그럼에도 별 4개를 던지는 건, 마지막 장면, 그러니까 동계 올림픽의 경기 장면 때문이다. 가장 많은 돈이 들었을, 또한 가장 공을 들였을 그 장면은 그런 노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포감 최고의 높이에서 출발해 살인적인 속도로 점프대를 내려와 착지하기까지 선수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잡아낸 경기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다. 그리고 내내 실망스러웠던 영화의 마지막을 후끈 ~ 달아오르게 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장면 때문에 <국가대표>는 그냥 한 번쯤은 즐기며 볼 만한 영화로 마무리 됐다. 좀 더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탄탄한 드라마로 엮어주었더라면 볼거리와 감동을 함께 전해주는 맛깔스런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관을 나서며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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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0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