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 네이버 인기 블로그 '풀각시 뜨락' 박효신의 녹색 일기장
박효신 지음 / 여성신문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자연의 따뜻함을 좋아하고 흙의 정직함을 사랑하며 그 속에 묻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여자, 풀각시 박효신. 그녀의 보물같은 뜨락에서 캐낸 포근한 이야기들이 잔뜩 담긴 책 <바람이 흙이 가르쳐 주네>는 내게 생각지도 못한, 기대보다 훨씬 큰 기쁨과 넉넉함과 감동을 준 책이었다. 완전 내 스타일이다. 책을 잡고 있는 내내 마음이 넉넉해지고 입가엔 미소가 머무른다. 흙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새하얀 고무신이 인상적인 책표지처럼 이 책에는 바람과 흙과 함께 하고자 하는 풀각시 박효신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다.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면 사람들은 흔히 '시골가서 농사나 짓고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철없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런 말하는 사람치고 실제로 농사 지을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들도 도시 삶이 힘들어 '농사나~'라고 말을 해대지만 농사 짓는 일이 실제로 만만찮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잘 나가는 도시 생활을 접고 스스로 농사꾼이 된 사람이 있다. 화려한 경력과 억대 연봉을 과감히 내던지고 충남 예산으로 내려와 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녀, 박효신. 밭을 갈아 옥수수를 심고, 곱게 피어난 할미꽃에 감탄하며, 마당에 돋아난 어린 쑥을 뽑아 쑥버무리를 해 먹으며 미소짓는 그녀는 도시에서의 화려했던 생활보다 흙을 만지고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풀각시로서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책 속의 글과 사진에는 그녀의 그런 진심이 뚝뚝 묻어난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하얀 고무신을 신고 다니고, 쌀뜨물 세수와 매실주 스킨으로 화장을 갈음하며, 13000원짜리 동네 미용실 파마를 편안해 하며, 뒷꿈치 헤진 양말을 꿰매는 소박한 그녀이지만, 열렬히 좋아하는 가수 바비킴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맨 앞줄 로얄석으로 표를 사고 KTX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열정적인 면도 있다. 손톱 끝에 봉숭아물을 들이며 사랑을 기다리는 순수함과 담근 술이 익어가면 친구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는 넉넉함과 메주를 만들고 김치를 담그며 행복해하는 따뜻함과 부모님을 생각하는 효심이 함께 어우러져 독자에게 전해진다. (아버지 이야기가 나올 땐 눈물이 주르륵;;)

- 행복은 멀리 있는 것도, 운 좋은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구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손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다. (12쪽)

<바람이 흙이 가르쳐 주네>는 욕심 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취하며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려는 그녀의 소박한 시골 생활을 과장없이 솔직하게 들려준다. 친근하고 편안한 문체로 꾸려진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으며, 흥을 돋워주는 맛깔나고 사랑스런 사진들을 통해 풀각시 뜨락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흙을 만지고 몸을 움직이며 노동의 진정한 기쁨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는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마음이 부자되는 시골에 대한 끝없는 예찬을 풀어낸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도시인에서 농사꾼으로 변신한 그녀의 귀농이야기라기 보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읽는내내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람이 흙이 가르쳐 주네>는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임엔 틀림없다. 비록 책 속에 드러난 그녀의 모습이 전형적인 농민의 모습은 아니지만 스스로 농사꾼이 되고자 노력하는 풀각시의 모습에 그런 딴지는 잊게 된다. 자신의 방식으로 자연과 호흡하며 나날이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고 즐기는 그녀의 삶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자신을 찾아올 때는 장미꽃이나 케이크 대신에 목장갑과 우표를 들고 와달라는 그녀의 인사를 들으니 왠지 언젠가는 꼭 풀각시의 뜨락을 방문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녀가 만든 꽃차도 마셔보고 싶고 잘 익은 술도 궁금하다. 점심 먹고 운동삼아 나서는 밭의 풀 뽑기도 재미있을 듯 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잠시 멈칫한다. 아니, 그보다.. 얼마전 터를 옮긴 '아버지의 텃밭'부터 가봐야겠다. 이번 주말엔 호미 한 자루 들고 보탬 안되는 손길을 함께 놀리며 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눠봐야겠다.  



참, 심심할 때 '풀각시'가 운영하는 블로그 '풀각시 뜨락(http://blog.naver.com/hyoshin4858)에 방문해 보자. 멋진 사진들과 맛나는 글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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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08-0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추천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