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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자신을 '공일오비적인 감성이 흐릿하게 남아있고, 서태지를 보면 마음이 아련해지는 조금 소심한 76년생' 이라고 밝히는 저자는 독특한 그림체로 많은 주목을 받고있다. 내가 처음으로 오영욱씨의 존재를 알게된건 한 잡지를 통해서였는데 기자가 좋은 도서를 추천해주는 소개란에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라는 책을 소개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잡지를 보고 난 곧바로 오영욱씨의 책을 샀고 스케치와 카툰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여행기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그 후로 그의 블로그에 자주 들락날락 거리며 업데이트 되는 카툰에 즐거워했는데 이렇게 다시 한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건축학을 전공한 그에게 바르셀로나는 너무도 잘 어울려 보인다. 그곳에서 오기사는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사람들과 접촉하고 경험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만끽하고 있는것만 같다.
그의 스페인 체류기는 일상 속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카툰으로 그려 풋 하고 웃음이 나오게 만들다가도, 때로는 혼자 있는 고독감을 내보이거나 자신이 보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생각들을 진지하게 풀어놓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꽤나 진지한 그 무언가를 원했던 사람이라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대한 자세한 여행정보를 알기 바라는 사람은 그 기대에 조금 못 미칠지도 모르겠다. (물론 뒷쪽에 다양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그의 유학생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스페인 말에 조금은 어눌한 한 남자가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외로운 유학생의 유학생활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나의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아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공감을 하게 되는것도 바로 그 때문인것 같다. 또한 문화에서 오는 차이,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게되는 일들은 웬지 남일같지 않다는 느낌마저 준다.
게다가 이 책에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그의 독특한 스케치가 아닐까 싶다. 스페인의 유명한 건축물을 비롯해서 그가 살고 있는 작은 방, 자주가는 까페,음악당 등등을 너무도 자세하고 재미있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저 그림을 그리려면 한곳에서 꽤나 오랫동안 그려야 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만큼 복잡한 건축물을 그는 맵시좋게 그려낸다.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된 멋진 사진들은 그림으로 표현할수 없는 사실감을 보여주고 그림과 사진이 같이 혼합한 작품은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반듯한 그림이 아닌, 조금은 일그러지고 삐딱하지만 멋있고 고급스러운 그의 스케치를 보는 것 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기사, 그가 앞으로도 계속 행복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그 행복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