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의 만남

루시퍼의 눈물 1 ㅣ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코디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0월

난 일단은 하나님과 예수님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기독교인이 분명하지만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교회라는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기만 하면 죽어서 천당에 갈수있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불지옥으로 떨어진다는 공포어린 전도도 좋아하지 않는다. 평생을 선하게 살아왔지만 기독교를 믿지않으면 지옥에 가고 나쁜짓을 일삼으며 살았어도 하나님의 존재를 믿기만하면 천당에 갈수있다는 목사님의 말씀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리고 점점 죽음 너머의 삶은 어떠할까, 과연 천당과 지옥이 있을까 라는 의문으로 번져갔는데 이런걸보면 난 정말 사이비 신자 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기독교에 대한 이런 의문은 계속해서 들었고 이것은 나 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해봤음직한 의문일 것이다. 교회에서는 기독교를 믿지않는 가족과 친구들을 전도해서 같이 천국으로 가자고 했고 그 말은 나에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예수님을 믿지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지옥에 떨어진다는 상상은 정말 끔찍했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은 어느날 교회 선생님이 녹음테이프를 들려주었을 때였다. 사후세계를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 담긴 그 테이프속엔 끔찍한 고통으로 점철된 지옥의 모습을 생생히 들려주고 있었다. 그 테이프를 들은 후엔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수님을 잘 믿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종교는 사람들에게 사후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하며 죽음 이후에 천국에 갈것인지 지옥에 갈것인지는 종교에 대한 믿음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그 사후세계란 것을 현실에서 입증할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저 믿을 뿐이다. 그런데 만약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할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종교를 믿지않는 사람들까지도 종교로 회귀할 것이다. 교회로서는 이보다 더 확실한 전도방법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천국같이 행복한 사후세계가 없다면? 죽어서 편안히 쉴수 없고 현실의 고통이 그대로 이어진 곳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책에 등장하는 브래들리의 말처럼 인간들은 종교의 족쇄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의지를 회복하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수 있는 눈을 기르게 될까. 자신의 자유의지로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수 있을까. 사후세계의 존재를 밝히기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종교인들과 그것을 역이용하려는 브래들리 박사의 음모와 광기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런 브래들리 박사에게 선뜻 반대할수가 없는건 현실에서 벌어지는 종교의 획일화와 강요가 너무도 두렵기 때문이다.

 

만약 신은 없고 악마만 존재한다라고 한다면 과연 사람들은 브래들리의 뜻대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삶을 살고 종교를 택하게 될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지나친 믿음이 얼마나 위험할수 있는가를 적의 교황을 통해 보여주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후세계에 대한 보장때문에 종교를 믿긴하지만 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후세계가 있든 없든 종교를 믿고 안 믿는가는 사람들의 소신과 생각 때문이다. 이런 자유의지를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부 종교인들의 그릇된 행동만 있긴하지만 말이다.

 

언제나 종교에 관한 소재를 써왔던 마이클 코디는 이 책을 통해 한층 더 깊어진 얘기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게다가 [신의 유전자] [크라임 제로] 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는 더 많은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영혼 프로젝트" 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이야기는 (언젠가는 실제로 일어날법한 일)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소름끼치고 스릴러 넘치는 사건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듯 했다. 오락적인 재미와 교훈,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