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지음 / 소나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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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때 보다도 평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라크 뿐 아니라 아직도 수많은 나라에선 계속되는 내전과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사는 피난민들이 넘쳐나고 있고 하루 한끼 먹기도 힘들어 굶어죽는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전쟁은 인간이 누릴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마저 철저하게 빼앗아 가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며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폭탄,총 소리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 웃음대신 울음을, 기쁨대신 슬픔을 짓게 하는 전쟁. 과연 그 해결책은 없는가.

저자 임영신씨는 그 해결책으로 평화를 제시한다. 무력엔 무력으로, 복수엔 복수로 답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랑말랑하고 아름다운 "평화" 라는 말은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길 입니다" 라는 외침이 과연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을까 싶다. 작고 힘없는 한 개인의 이런 외침에서 큰 효과를 기대할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평화를 외치고 기원한다면 생각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전쟁이 해결책이 될수 없음을 안다면 평화의 길은 그리 험난하지도, 멀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임영신씨가 가는 길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고 뜻깊은 여정이다. 하지만 그녀는 평화를 외치는 한 사람이기 이전에 세 아이의 어머니고 한 남자의 아내이다. 물론 가정이 있다고 위험한 곳으로 떠나는 그녀의 발길을 붙잡을수도 막을수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낯간지러울 정도로 감상적이고 너무 과도한 눈물을 쏟아내어 신파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이라크로 가는 엄마의 모습에 그녀의 아이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는데 꼭 그렇게 많이 넣어야했나 싶었다. 내가 보고싶은건 이라크와 다양한 나라들의 현재의 모습이지 그녀 가족의 눈물나는 상봉과 이별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녀의 여정은 이라크를 방문하고 일본의 피스보트를 타고 다니며 베트남,인도,스리랑카 등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수 있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걸프전에 이어 또 한번의 전쟁을 겪고 있는 이라크의 참상과 전쟁이 끝난 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있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피스보트에서 만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말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너무 먼 나라이기에, 혹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진실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은 나와는 달리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지금도 이 지구에는 평화 라는 것이 꼭 필요하지만 너무나 먼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 뉴스를 통해 본 럼스펠트 국방부장관의 퇴임 기자회견을 보면서 평화의 길이 얼마나 먼지, 무의미한 전쟁이 남긴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라크 내전으로 사망하는 민간인이 생겨나고 있고 전쟁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너무도 쉽게 외쳤던 "평화" 라는 말이 오늘따라 너무도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 말을 외치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진심을 알기 때문에 그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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