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미약하도다

나무 인간 1 - 북극성
조안 스파르 지음, 임미경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0월

처음엔 나무인간의 표지그림이 조금 기괴하고 요상해서 무섭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막상 책을 읽고나니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나무인간이 너무도 귀엽게 느껴졌다. 남한테 해를 끼치기는 커녕 집에서 요리를 만들고 문학을 사랑하는 이 신기한 나무인간을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문학 작품을 좋아하고 (팜플렛도 좋아하고) 다양한 가구를 직접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나무인간은 가까이 하고싶은 그런 친구이다. 그리고 나무인간에겐 엘리아우라는 인간 할아버지가 항상 곁에 있어준다. 그리고 엘리아우가 죽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만들었지만 지금은 아들로 삼은 골렘이라는 덩치 큰 진흙 인형도 있다. 제각기 모습은 다르지만 이 세 사람은 서로에게 친구같고 가족같은 관계로 지내게 된다.

여기까지는 이야기가 귀엽고 따스하고 신비로웠다. 하지만 못된 알리트바라이의 왕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무섭고 잔인하게 흘러간다. 귀여운 동화에서 잔혹 동화로 옮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다운 모습을 띈 알리트바라이 종족은 아름다운 모습과는 반대로 잔인하고 포악한 모습을 띈다. 그리고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알리트바라이의 왕은 자신들의 성보다 더 높이 솟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될 아틀라스 떡갈나무를 없애려한다. 나무인간에게 그 나무를 베어서 자신에게 피아노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 말도안되는 단순한 이유로 떡갈나무를 없애려하는 알리트바라이의 미래는 가히 짐작이 간다. 떡갈나무를 쓰러뜨리는 즉시 그들의 세상도 끝날것이다.

알리트바라이에 의해 나무인간,엘리아우,골렘은 평화롭던 일상 대신 목숨을 내놓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떡갈나무 땅도깨비 카카 또한 그들과 함께하게 되는데 이 카카의 마지막은 정말 끔찍하고 허무하다. 조금 수위가 높다고 여겨질만큼 카카의 최후는 굉장히 섬뜩한데 나무인간과 엘리아우,골렘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채 그저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는게 조금 안타깝고 기분이 그랬다. 가구를 만드는 나무인간과, 젊었을적 싸움을 곧잘 했지만 지금은 기력이 쇠약해진 엘리아우, 그리고 진흙 인형인 골렘이 무슨 도움이 될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조금 허무했던건 사실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확실히 흥미로웠지만 굉장한 이야기가 (나무인간의 용감한 모험담 일줄 알았다) 펼쳐질줄 알았던 나의 기대가 그야말로 와르를 무너졌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 작가의 스타일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어색한가 보다. 멋진 히어로를 바란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맥빠진 주인공은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은 일품이었다. 특히 요정할멈의 이야기는 웬지 뭉클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던 캐릭터여서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다. 아직은 아쉬움이 살짝 들지만 2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