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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슨 살인사건 ㅣ 밀리언셀러 클럽 17
S. S. 반 다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조금은 무거운 내용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도 유쾌하고 즐겁게 읽었다. 192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밴스는 지금 봐도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진다. 앞장서서 나서지 않고 조용히 사건 진행 현황을 바라보다가 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이 될것같으면 증거를 내세워 저지시키고 무심하게 툭툭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밴스의 모습은 내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은 그에게 휘둘리는 느낌이 들어 짜증이 날수도 있겠고 심리학적 분석방법으로 접근하는 밴스의 모습이 잘난척으로 보여 싫어할수도 있을 것이다. (잘났기 때문에 잘난척 할수밖에 없는 것일까!) 게다가 처음부터 확실히 말하지도 않고 뭔가 꿍꿍이 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웬지 자신을 갖고 노는게 아닐까 라는 의심마저 품게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직 증거와 자백만을 가지고 수사를 하는 경찰, 검사들과는 달리 밴스는 개인의 심리상태를 가지고 범인을 알아내니 말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못한 방법으로 범인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증거와 동기, 그리고 범인의 알리바이와 자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찰의 수사는 어쩌면 당연한 조사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밴스는 경찰의 수사방법이 자칫 무죄인 사람을 범인으로 몬다고 여기며 범행 동기보다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상태를 더 우선으로 본다. 그 당시로서는 이런 밴스의 추리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었을 것이다.
수사에 관심이 없는 듯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지루해서 못참겠다는 듯 하품을 하다가도 예리하게 진실을 파고드는 그의 추리는 실로 대단하다. 덕분에 그의 추리를 믿지 못하는 친구 마크햄과 다른 경찰들도 결국은 그의 추리가 올바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경찰이 내세우는 증거와 알리바이가 얼마나 잘못될수 있는지, 용의자의 자백이 곧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하는것은 아님을 밴스는 보여준다. 물론 밴스도 자신의 추리에 사건현장의 증거를 이용한다. (그리고선 부끄러워하는 밴스의 모습이란..^-^;;)
범인을 꼭 잡아 이 사회의 정의를 구현시키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열성적으로 증거를 ?지도 않고 바쁘게 움직이지도 않으면서도 자신이 만든 심리학적 분석방법으로 범인을 색출해내는 밴스. 말 많고 조금은 시니컬해 보이고 예술을 좋아하는 이 사람에게 난 그야말로 푹 빠져버렸다. 그의 잘난 척도 너그러이 받아들일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