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김동선, 궁리

환하게 웃는 노인과 따뜻한 붉은 색, 그리고 진주 빛을 두른 책 표지.
정겨운 시골의 풍경을 떠올리며 책장을 넘겼는데, 내용을 맞닥뜨리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불편해졌다.
“때는 2004년 3월. 65세 치매 노인이 낙동강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40세 아들이다. 40대 아들은 치매와 욕창으로 거동이 힘든 노모를 병원에서 모셨으나 수발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 노모를 거리에 버리고 도망쳤다고 경찰서에서 진술했다.” 


책 첫머리에 등장하는 노인범죄 소식에 이어 ‘긴 병에 효자 없다’, ‘가족, 노인을 외면하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다’, ‘노인, 가족을 위해 자살하다’, ‘내 집에서 죽고 싶다’, ‘가족신화 무너지다’ 등 책의 목차를 확인하는 순간 암울한 고령화 사회 모습에 숨이 막혀온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은 저자가 일본에서 가장 모범적인 노인복지 시스템을 갖춘 마을로 평가받는 ‘야마토마치’에 머무르며 고령화의 문제점과 대안을 취재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담아낸 책이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족의 변화와 고령화에 따른 문제들을 따라가다 보면 바로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하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일본과 우리는 많이 닮아 있다.
저자는 의료기술 발달과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인구의 증가, 의료비 증가, 중증질병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의 붕괴 등 고령화가 숨기고 싶어 하는 어두운 이면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낱낱이 공개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야마토마치’의 노인 복지 시스템을 소개했다.  


소설 ‘설국’의 배경인 니카타현에 위치한 야마토마치는 인구 네명 중 한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자 마을이다.  일본에서는 비용 효율에서나 서비스 질 면에서 바람직한 노인 수발 시스템을 구축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2000년 노인 수발을 위한 공적개호보험을 도입할 당시 후생노동성 관료를 비롯해 전국의 노인복지 담당자들이 찾았던 곳이다.
많은 이들이 야마토마치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과 같은 고령사회는 노인 의료비 증가가 가장 큰 부담인데, 야마토마치는 노인의 평균 입원기간과 1인당 평균 의료비가 전국 평균에 비해 매우 낮았다. 이처럼 노인의료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재택개호 시스템’이 정착해 조직적으로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택개호’란 노인 혼자거나 노부부가 사는 세대, 또는 자녀와 동거를 하더라도 맞벌이 등으로 낮 동안 노인을 돌볼 사람이 없는 가정에 간호사나 홈헬퍼가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재택개호서비스는 크게 간호서비스, 개호서비스, 가사지원서비스로 나뉜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인구의 비중이 늘고, 의료기술 발달로 ‘유병’상태로 노후를 보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모 부양을 하는 자녀의 부담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자녀들 역시 기대수명이 늘며, 60세가 넘는 며느리나 자녀가 70, 80세 시부모나 자신의 부모를 부양하는 ‘노노부양’현상도 증가하고 있다.
부모님이 건강하다면 다행이지만 뇌졸중이나 치매 등으로 부모가 ‘네타키리(몸져 누운 상태의 노인을 일컫는 말)’상태에 놓이게 되면, 부모부양의 가족 부담은 개인 혼자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저자는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며 가족만이 가장 잘 돌볼 수 있다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라며 “특히 중증노인을 부양하는 경우는 효심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이 따르며 이로 인해 노인학대, 동반자살, 살인 등의 엄청난 결과가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야마토마치를 대표하는 ‘재택개호 시스템’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재택개호 시스템’이 잘 발달된 야마토마치는 집에서도 충분히 네타키리 부모를 모실 수 있고, 독거노인들도 사회의 도움을 받아 지역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 갈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부분의 노인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서비스들이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사회, 행정조직이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야마토마치의 노인 복지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30여년 전 고령화를 예감한 세 명의 현명한 의사들이 지역공동체와 함께 오랜 기간 준비해 시행 한 결과이며, 지역공동체, 가족, 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일본의 노인복지 시스템이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 갔는지 우리나라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김동선
1965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의류학과와 사회학과에서 공부했고 1990년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의 문화부, 생활부에서 일했다.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1년 동안 일한문화교류기금의 펠로십으로 일본에서 노인복지 정책에 대해 공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서울대학교 국제지역원에서 일본 공적개호보험과 가족 해체의 연관성에 대해 석사 논문을 썼다. 지금은 대전에서 ‘연령차별’에 관한 연구하고 있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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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직시하라


세계인구가 늙고 있다.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답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인구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구구조 변화는 세계화, 이민, 국제 안보 등과 같은 거시적인 문제에서부터 소비 및 저축행태,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동기와 방식, 은퇴 후와 노년을 대비한 계획 등 우리 삶과 직결된 아주 미시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고령의 인구층이 증가하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 인구변화, 즉 고령화가 현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룬 책이다.
저자는 “현재 고령화에 자유로운 개인과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살아 있는 50대 이하 한국인 가운데 반 정도가 100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 기대 수명이 100세 또는 그 이상으로 넘어간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대 수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할 것 없이, 단순히 더 늘어나는 정도가 아닌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을 전망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고령화 현상에 사회, 정부, 개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절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령화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란 과연 무엇인가? 고령화는 고령 인구는 늘고 생산 가능 인구는 둔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15~64세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 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늘어 현세대가 받아야 할 연금수령액이 줄고, 국가 성장을 이끌 저축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고령화로 인해 노년부양비가 급속히 상승하고 정부는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은퇴자금과 노인요양, 연금, 의료비 등을 마련하는데 개인저축과 정부 재정으로 충당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오늘날 서구 사회를 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머지않아 부족한 저축과 정부의 부채 급증으로 전 세대의 생활수준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저자는 고령화의 문제는 ‘돈’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비용’의 중심에 서있는 베이비붐 세대와 이후 이 ‘비용’을 떠안는 베이비붐 후세대들은 과거와는 다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불안이란 중년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느끼는 걱정과 불안을 일컫는 말이지만 그 후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후세대는 1960~79년 사이에 출생한 ‘X세대’와 1980~89년 사이에 출생한 ‘Y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불안한 베이비붐 후세대’의 주인공이다. 베이비붐 후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이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 가졌던 경제적 걱정과는 사뭇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자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 슬하로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고용과 실업 상태를 반복하는 경제적으로 불안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베이비붐 후세대는 ‘개인 부채 증가’, ‘성비 불균형’,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불안 가중’ 등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베이비붐 후세대는 부모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가진 재산을 모두 소비함으로써 물려받을 재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가족 구조의 변화,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등 낯선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까?저자는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여성 고용 확대, 이민정책 유지를 통한 노동인구 확보, 안정된 은퇴 재원 마련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여성 고용 확대를 강조한다. 정년연장이나 연금수령개시 연령 상향 조정과 같은 정책은 말처럼 시행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여성 고용 확대는 성장률 감소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경제성장률은 한해에 0.3~0.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고용 확대를 위해 저자는 여성이 경제활동을 지속하면서도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 외에도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부터 중국·인도·러시아·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각 국가의 현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이들에게 잠재된 고령화의 위험을 진단하고 해결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고령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을 준다.
끝으로 저자는 고령화문제는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다자간 차원에서의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조지매그너스
시티 금융가에서 존경받는 경제학자로 런던대 소아스 칼리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2005년부터 UBS투자은행의 선임 경제 고문을 맡고 있으며, 그 전에는 UBS와 SG워버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거시 경제 선임 관리자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 주제는 유럽 정치경제학, 인구 구조 변화, 금리 및 원자재의 장기 추세 등으로 미국과 아시아, 유럽의 투자금융업계와 비즈니스 매체에 널리 알려져 있다. 2007년 초 미국의 신용 경색을 예견한 몇 안 되는 경제학자이다.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조지매그너스/홍지수/부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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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든, 머물든.》베르나르 올리비에, 임수현, 효형출판
  

걸음으로 되찾은 희망

무언가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답답함을 느낄 때, 아이디어를 갈구 할 때, 우리는 걷는다. 책상을 짚고 일어나 잠시 산책을 하고 자리로 돌아오면 답답한 마음이 풀린다. 머리가 맑아져서 일까, 끙끙대던 일도 의뢰로 쉽게 풀린다.
우리는 매일 걷는다. 단순히 이동하기 위해 두발로 걷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차 의도적으로 걷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의지를 다지기 위해, 무언가 도전하기 위해 ‘걷기’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걷는다.”
이 단순한 명제 하나로 삶을 사(死)에서 생(生)으로 바꾼 이가 있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 그는 1999년 봄부터 2002년까지 4년 동안 실크로드 1만 2000km를 횡단했고, ‘걷기’를 통해 절망의 인생을 희망으로 바꾸었다. 은퇴 후 ‘60’ 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의 도전은 2003년 <나는 걷는다> 1권의 출간(국내)으로 이어졌고 이후 저자는 같은 제목으로 총 4권을 발간했다. 


<떠나든 머물든>은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걷기’를 통해 깨달은 새로운 삶에 ‘은퇴’에 대한 십년간의 사색을 더한 책이다. 저자는 “십년을 사색하고 일흔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은퇴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은퇴는 ‘황금기’이다. 은퇴는 멋진 일이다.”라고 말한다. 한층 더 깊어지고 진해진 그의 신중한 고백은 은퇴한 이들에게는 위안과 용기를 젊은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선물한다. 


그의 이야기는 은퇴를 앞둔 시점부터 시작한다. 60세가 멀지 않은 어느 날, 그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급작스럽게 다가온 은퇴는 저자에게 우울하고,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일이었다. 급기야 그는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침몰했던 그를 구한 것이 바로 ‘걷기’였다. 은퇴 후 무작정 계획한 도보여행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도보여행의 뚜렷한 목적은 없었다. 무엇을 얻기 위해, 배우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며 준비한 것은 단 하나였다. 길을 걸으며 ‘은퇴 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여행을 떠난 첫 한 달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 돌아보기’, 다음 한 달은 ‘은퇴 후 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 찾아내기’,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할 쯤 ‘결정’을 내리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그리고 최대한 느릿느릿 걸었다.
저자는 걷는 동안 느릿느릿한 진도에 매료됐다. 일과 돈을 좇아 바삐 뛰어다니던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한 ‘느림’의 매력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걷는 동안 그의 생각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보여행을 시작하기 전, 저자는 가난했기에 토목공, 항만 노동자, 가게 점원, 포도주 외판원, 체육 교사 등 여러 직업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을 ‘힘들고 원망스러웠던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행을 하며 자신이 걸어온 인생이‘축복받은, 행운이 뒤따른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단지 걸었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졌다. 걸으면서 몸은 점점 더 완벽해지고 날렵해졌으며, 도보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행운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결심을 하게 된다. 내가 받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다시 돌려줘야겠다고, 은퇴 후 마지막으로 걸을 수 있는 올바른 길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자신(저자)처럼 행운을 누리지 못한 젊은 친구들의 은퇴생활을 도와주어야겠다고 말이다. 책을 쓰는 이유 역시 조금이라도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다른 이들에게 행운을 나눠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밝힌다. 


도보여행 이후 저자는 은퇴에 대해 ‘모든 도전을 향해 열려있는 문’이라고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 은퇴기간은 삶의 후반기, 여정의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출발선’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제 저자는 홀로 걸으며 ‘개인적인 성찰’을 이루던 ‘걷기’를 세대 간의 소통과 연대를 꿈꾸는 ‘함께 걷기’로 발전시키고 있다. ‘문턱’이라는 협회를 만들어 도보여행을 통해 비행 청소년들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고 있다.  


저자는 은퇴자들을 향해 그리고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동서양을 통틀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되어 버린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려면 우리는 은퇴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은퇴자, 노인 등으로 표현되던 과거의 생각을 버려야한다. 고령자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 시간,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은퇴자 스스로가 세월이 부여한, 사회 시스템이 구분한 나이에 대한 편견을 깨고, 길 위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워라. 은퇴는 멋진 일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토목공, 항만 노동자, 가게 점원, 포도주 외판원, 체육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30여 년간 <파리 마치>, <르마탱>, <르피가로> 등 유수의 프랑스 신문에서 일했다. 그리고 예순이 된 이후, 걷기를 시작했다. 도보여행을 통해 진짜 인생을 알게 됐다는 그는 비행 청소년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는 ‘문턱’ 협회를 만들었다. 지은책으로는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등이 있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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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 오경순, 리수 

배우고 싶은 삶, 생각하고싶은 삶

잠시, 펜과 노트를 꺼내어 자신이 꿈꾸는 노년의 모습을 그려보자.
시간이 허락된다면 노인이 된 자신의 얼굴, 행동, 말투, 가족, 이웃 등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자. 성공한 이들의 조언에 따르면 사람은 꿈꾸는 대로 이룰 수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를 상상하자. 어두운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겁먹을 필요 없다. 천천히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이룰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된다.
자,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소노 아야코의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를 펼쳐보자. 이 책의 일본판 원제는 《계로록(戒老錄): 늙음을 경계하며 쓴 기록》이다. 쉽게 말해 일본의 유명 소설가인 소노 아야코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노년’의 모습이다. 저자는 41살이 되던 해, ‘노년’ 대신 ‘만년’이라는 표현을 빌려 이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책을 발간하며“나는 만년에 들어섰으며, 만년의 삶은 허용, 납득, 단념, 회귀로 나눌 수 있다. 노년이 되면 젊은 세대들에게 베풀고, 나이듦을 받아들이고, 포기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노년’을 맞이하는 이들이 가져야할 마음가짐, 생활태도,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노년에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등 저자의 단단한 생각은 독설에 가까운 사실적인 문장으로 포장돼 독자들을 자극한다.   


저자 역시 처음 책을 출간할 당시 많이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언뜻 보면 노인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책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은 어디까지나 아직은 노인이 아닌 나를 향해 쓴 것이다. 책방주인이 이 보잘것없는 메모(계로록)를 60세 이상의 분들에게는 팔지 않기를 희망한다. 정말로 이문구를 표지의 일부분에서라도 ‘서점 주인에게 바람’이라는 식으로 인쇄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밝혀 두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1972년에 발표한 《계로록(戒老錄): 늙음을 경계하며 쓴 기록》은 출판 이후 일본에서 30년간 베스트셀러를 유지했으며 저자는 51세에 그리고 65세에 개정판을 냈다. 물론 첫 책을 선보인 후 어느 고령자로부터 “아직 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라는 비판의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두차례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을 조금 첨가했을 뿐 수정 하지는 않았다.
내용 소개에 앞서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저자가 세차례에 걸쳐 쓴 서문이다. 올해 81세가 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자신이 40대에 쓴 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말한다. 


‘자기구제의 시도’, ‘만년의 길목에서’,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의 세 개의 서문을 통해 저자는“나는 내가 생각했던 노년의 모습을 맞이했고, 그때 생각했던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가올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하고도 덤덤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 저자 자신이 그리는 노년의 모습은 무엇일까?
저자는 ‘노인’을‘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노년은 베푸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령이 되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한창 때 생활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있다”며 “‘어떻게든 옆에서 해줄 수도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은 노화에 따른 어리광”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즉, 노년의 삶은 ‘엄중한 자기 구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년이 되면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젊은이든 노인이든 원칙적으로 철두철미하게 자립해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저자는 노년이 되면 ‘혼자의 삶’과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자신 스스로가 건강을 돌보며, 허둥대거나 서두르지 말며, 미리미리‘최후의 삶’을 준비하라고 전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젊은 시절, 사당패 공연에 울고 웃으며 흥을 즐기는 ‘서민의 삶’을 즐겼다면 노년은 존경받는 ‘선비의 삶’을 살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아하고 기품 있게 늙어가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지기는 하지만 무릇‘선비의 삶’이란 정적이고, 너무 절제돼,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이 뇌에 번듯 스치는 순간, 책의 ‘여백’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계로록을 책으로 출간하면서 각 항목마다 페이지의 여백 부분을 남겨 둘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원고의 매수가 부족해 일부러 여기저기 공백을 남겨 책의 모양새를 갖춘 것이 아니라, 독자 개개인의 가장 바람직한 생각이 여백을 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겨 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생에 정설은 없다. 인간은 최후까지 불완전한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나는 그러한 보통 사람들의 자유를 만끽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전했다.  


소노 아야코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나 성심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4년 《멀리서 온 손님(遠來の客達ち》이 아쿠타가와상(일본최고의 문학상) 후보로 오르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는 소설가이자, 수십년간 전세계 10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는 NGO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저서《멀리서 온 손님》,《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행복하게 나이 드는 비결》,《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기적》등 다수.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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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해지기
박완서 外 19인 지음, 북오션 펴냄   


이런 날이 행복이다

“휴가다!”
직장인에겐 여름휴가가 있어 즐거운 8월이다. 우리는 휴가를 기다린다. 시골로 도시로,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국내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 누구와 떠나든 상관없다. 친구, 애인, 배우자, 가족과 함께, 아니, 혼자라도 좋다.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좋다. 우리는 이처럼 휴가를 꿈꾸며 ‘행복’해 한다. 이처럼 즐거운 휴가기간 ‘행복’ 관련 책을 읽을 읽는 것은 어떨까? 그 기쁨이 배가 되지 않을까?  


바쁜 일상에 이리저리 치이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려하듯, 요즘 서점가를 보면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줄줄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다. 《행복은 혼자오지 않는다》《행복의 조건》《무조건 행복하기》《행복할 권리》《행복이기주의자》《행복의 완성》《행복의 함정》《행복의 중심 휴식》모두가 행복을 주제로 한 책이다.  


그리고 또 한권의 책이 있다. 우리시대 멘토 20명의 목소리를 담은 《그래도 행복해지기》는 관련 책들 가운데 가장 담담하고 소박하게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고인이 된 소설가 박완서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 시인, 작가, 교수, 유명저자 등이 생각하는 행복, 자신이 경험한 행복, 꿈꾸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양애경 시인은 독자들에게 “당신은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 행복, 그 자체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요?”라고 물으며, 스스로 “조용하고 아무일 없던, 그런 날이 행복이다. 행복임을 깨닫는 순간 조용한 날들은 흘러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석주 시인은 “불행한 사람은 심장이 두근대는 행복한 순간을 제 것으로 꽉 붙잡지 못하고 흘려보낸다. 행복이 팡파레를 울리며 거창하게 다가오는 줄만 안다. 행복은 살그머니 왔다가 살그머니 사라진다”고 전했다.  


고인이 된 소설가 박완서는 남편의 코고는 소리에 맞춰 글을 쓰며 “여왕님이 팔자를 바꾸쟤도 안 바꿀 것같이 행복해진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자니,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가 들리듯 청아함에 머리가 맑아진다.
김지원 화가가 ‘그냥 앉아만 있어도 뇌가 진공 상태가 되는 것’을 ‘휴식’이라고 표현하듯, 올해 여름휴가는 행복 서적 한권 들고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자신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진짜 행복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 소개: 박완서 소설가, 김지원 화가, 양애경 시인, 윤후명 소설가, 장석주 시인, 오풍연 언론인, 이채윤 소설가, 노경실 동화작가, 방귀희 방송작가, 서정윤 시인, 엄광용 동화작가, 허영자 시인, 송길원 행복프로듀서, 황수관 의학박사, 고정욱 동화작가, 손욱 서울대초빙교수, 이승하 시인, 손석춘 언론학박사, 김병준 변호사,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공도윤 (syo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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