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직시하라
세계인구가 늙고 있다.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답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인구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구구조 변화는 세계화, 이민, 국제 안보 등과 같은 거시적인 문제에서부터 소비 및 저축행태,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동기와 방식, 은퇴 후와 노년을 대비한 계획 등 우리 삶과 직결된 아주 미시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고령의 인구층이 증가하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 인구변화, 즉 고령화가 현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룬 책이다.
저자는 “현재 고령화에 자유로운 개인과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살아 있는 50대 이하 한국인 가운데 반 정도가 100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 기대 수명이 100세 또는 그 이상으로 넘어간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대 수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할 것 없이, 단순히 더 늘어나는 정도가 아닌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을 전망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고령화 현상에 사회, 정부, 개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절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령화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란 과연 무엇인가? 고령화는 고령 인구는 늘고 생산 가능 인구는 둔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15~64세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 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늘어 현세대가 받아야 할 연금수령액이 줄고, 국가 성장을 이끌 저축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고령화로 인해 노년부양비가 급속히 상승하고 정부는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은퇴자금과 노인요양, 연금, 의료비 등을 마련하는데 개인저축과 정부 재정으로 충당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오늘날 서구 사회를 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머지않아 부족한 저축과 정부의 부채 급증으로 전 세대의 생활수준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저자는 고령화의 문제는 ‘돈’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비용’의 중심에 서있는 베이비붐 세대와 이후 이 ‘비용’을 떠안는 베이비붐 후세대들은 과거와는 다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불안이란 중년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느끼는 걱정과 불안을 일컫는 말이지만 그 후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후세대는 1960~79년 사이에 출생한 ‘X세대’와 1980~89년 사이에 출생한 ‘Y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불안한 베이비붐 후세대’의 주인공이다. 베이비붐 후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이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 가졌던 경제적 걱정과는 사뭇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자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 슬하로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고용과 실업 상태를 반복하는 경제적으로 불안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베이비붐 후세대는 ‘개인 부채 증가’, ‘성비 불균형’,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불안 가중’ 등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베이비붐 후세대는 부모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가진 재산을 모두 소비함으로써 물려받을 재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가족 구조의 변화,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등 낯선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까?저자는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여성 고용 확대, 이민정책 유지를 통한 노동인구 확보, 안정된 은퇴 재원 마련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여성 고용 확대를 강조한다. 정년연장이나 연금수령개시 연령 상향 조정과 같은 정책은 말처럼 시행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여성 고용 확대는 성장률 감소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경제성장률은 한해에 0.3~0.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고용 확대를 위해 저자는 여성이 경제활동을 지속하면서도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 외에도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부터 중국·인도·러시아·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각 국가의 현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이들에게 잠재된 고령화의 위험을 진단하고 해결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고령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을 준다.
끝으로 저자는 고령화문제는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다자간 차원에서의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조지매그너스
시티 금융가에서 존경받는 경제학자로 런던대 소아스 칼리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2005년부터 UBS투자은행의 선임 경제 고문을 맡고 있으며, 그 전에는 UBS와 SG워버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거시 경제 선임 관리자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 주제는 유럽 정치경제학, 인구 구조 변화, 금리 및 원자재의 장기 추세 등으로 미국과 아시아, 유럽의 투자금융업계와 비즈니스 매체에 널리 알려져 있다. 2007년 초 미국의 신용 경색을 예견한 몇 안 되는 경제학자이다.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조지매그너스/홍지수/부키
공도윤(syoom@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