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든, 머물든.》베르나르 올리비에, 임수현, 효형출판
  

걸음으로 되찾은 희망

무언가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답답함을 느낄 때, 아이디어를 갈구 할 때, 우리는 걷는다. 책상을 짚고 일어나 잠시 산책을 하고 자리로 돌아오면 답답한 마음이 풀린다. 머리가 맑아져서 일까, 끙끙대던 일도 의뢰로 쉽게 풀린다.
우리는 매일 걷는다. 단순히 이동하기 위해 두발로 걷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차 의도적으로 걷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의지를 다지기 위해, 무언가 도전하기 위해 ‘걷기’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걷는다.”
이 단순한 명제 하나로 삶을 사(死)에서 생(生)으로 바꾼 이가 있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 그는 1999년 봄부터 2002년까지 4년 동안 실크로드 1만 2000km를 횡단했고, ‘걷기’를 통해 절망의 인생을 희망으로 바꾸었다. 은퇴 후 ‘60’ 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의 도전은 2003년 <나는 걷는다> 1권의 출간(국내)으로 이어졌고 이후 저자는 같은 제목으로 총 4권을 발간했다. 


<떠나든 머물든>은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걷기’를 통해 깨달은 새로운 삶에 ‘은퇴’에 대한 십년간의 사색을 더한 책이다. 저자는 “십년을 사색하고 일흔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은퇴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은퇴는 ‘황금기’이다. 은퇴는 멋진 일이다.”라고 말한다. 한층 더 깊어지고 진해진 그의 신중한 고백은 은퇴한 이들에게는 위안과 용기를 젊은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선물한다. 


그의 이야기는 은퇴를 앞둔 시점부터 시작한다. 60세가 멀지 않은 어느 날, 그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급작스럽게 다가온 은퇴는 저자에게 우울하고,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일이었다. 급기야 그는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침몰했던 그를 구한 것이 바로 ‘걷기’였다. 은퇴 후 무작정 계획한 도보여행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도보여행의 뚜렷한 목적은 없었다. 무엇을 얻기 위해, 배우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며 준비한 것은 단 하나였다. 길을 걸으며 ‘은퇴 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여행을 떠난 첫 한 달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 돌아보기’, 다음 한 달은 ‘은퇴 후 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 찾아내기’,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할 쯤 ‘결정’을 내리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그리고 최대한 느릿느릿 걸었다.
저자는 걷는 동안 느릿느릿한 진도에 매료됐다. 일과 돈을 좇아 바삐 뛰어다니던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한 ‘느림’의 매력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걷는 동안 그의 생각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보여행을 시작하기 전, 저자는 가난했기에 토목공, 항만 노동자, 가게 점원, 포도주 외판원, 체육 교사 등 여러 직업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을 ‘힘들고 원망스러웠던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행을 하며 자신이 걸어온 인생이‘축복받은, 행운이 뒤따른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단지 걸었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졌다. 걸으면서 몸은 점점 더 완벽해지고 날렵해졌으며, 도보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행운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결심을 하게 된다. 내가 받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다시 돌려줘야겠다고, 은퇴 후 마지막으로 걸을 수 있는 올바른 길은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자신(저자)처럼 행운을 누리지 못한 젊은 친구들의 은퇴생활을 도와주어야겠다고 말이다. 책을 쓰는 이유 역시 조금이라도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다른 이들에게 행운을 나눠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밝힌다. 


도보여행 이후 저자는 은퇴에 대해 ‘모든 도전을 향해 열려있는 문’이라고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 은퇴기간은 삶의 후반기, 여정의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출발선’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제 저자는 홀로 걸으며 ‘개인적인 성찰’을 이루던 ‘걷기’를 세대 간의 소통과 연대를 꿈꾸는 ‘함께 걷기’로 발전시키고 있다. ‘문턱’이라는 협회를 만들어 도보여행을 통해 비행 청소년들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고 있다.  


저자는 은퇴자들을 향해 그리고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동서양을 통틀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되어 버린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려면 우리는 은퇴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은퇴자, 노인 등으로 표현되던 과거의 생각을 버려야한다. 고령자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 시간,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은퇴자 스스로가 세월이 부여한, 사회 시스템이 구분한 나이에 대한 편견을 깨고, 길 위에서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워라. 은퇴는 멋진 일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토목공, 항만 노동자, 가게 점원, 포도주 외판원, 체육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30여 년간 <파리 마치>, <르마탱>, <르피가로> 등 유수의 프랑스 신문에서 일했다. 그리고 예순이 된 이후, 걷기를 시작했다. 도보여행을 통해 진짜 인생을 알게 됐다는 그는 비행 청소년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는 ‘문턱’ 협회를 만들었다. 지은책으로는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등이 있다.


공도윤(syoom@nate.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