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 오경순, 리수 

배우고 싶은 삶, 생각하고싶은 삶

잠시, 펜과 노트를 꺼내어 자신이 꿈꾸는 노년의 모습을 그려보자.
시간이 허락된다면 노인이 된 자신의 얼굴, 행동, 말투, 가족, 이웃 등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자. 성공한 이들의 조언에 따르면 사람은 꿈꾸는 대로 이룰 수 있다고 하니,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를 상상하자. 어두운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겁먹을 필요 없다. 천천히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이룰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된다.
자,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소노 아야코의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를 펼쳐보자. 이 책의 일본판 원제는 《계로록(戒老錄): 늙음을 경계하며 쓴 기록》이다. 쉽게 말해 일본의 유명 소설가인 소노 아야코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노년’의 모습이다. 저자는 41살이 되던 해, ‘노년’ 대신 ‘만년’이라는 표현을 빌려 이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책을 발간하며“나는 만년에 들어섰으며, 만년의 삶은 허용, 납득, 단념, 회귀로 나눌 수 있다. 노년이 되면 젊은 세대들에게 베풀고, 나이듦을 받아들이고, 포기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노년’을 맞이하는 이들이 가져야할 마음가짐, 생활태도,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노년에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등 저자의 단단한 생각은 독설에 가까운 사실적인 문장으로 포장돼 독자들을 자극한다.   


저자 역시 처음 책을 출간할 당시 많이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언뜻 보면 노인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책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은 어디까지나 아직은 노인이 아닌 나를 향해 쓴 것이다. 책방주인이 이 보잘것없는 메모(계로록)를 60세 이상의 분들에게는 팔지 않기를 희망한다. 정말로 이문구를 표지의 일부분에서라도 ‘서점 주인에게 바람’이라는 식으로 인쇄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밝혀 두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1972년에 발표한 《계로록(戒老錄): 늙음을 경계하며 쓴 기록》은 출판 이후 일본에서 30년간 베스트셀러를 유지했으며 저자는 51세에 그리고 65세에 개정판을 냈다. 물론 첫 책을 선보인 후 어느 고령자로부터 “아직 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라는 비판의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두차례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을 조금 첨가했을 뿐 수정 하지는 않았다.
내용 소개에 앞서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저자가 세차례에 걸쳐 쓴 서문이다. 올해 81세가 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자신이 40대에 쓴 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말한다. 


‘자기구제의 시도’, ‘만년의 길목에서’,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의 세 개의 서문을 통해 저자는“나는 내가 생각했던 노년의 모습을 맞이했고, 그때 생각했던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가올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하고도 덤덤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 저자 자신이 그리는 노년의 모습은 무엇일까?
저자는 ‘노인’을‘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노년은 베푸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령이 되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한창 때 생활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있다”며 “‘어떻게든 옆에서 해줄 수도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은 노화에 따른 어리광”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즉, 노년의 삶은 ‘엄중한 자기 구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년이 되면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젊은이든 노인이든 원칙적으로 철두철미하게 자립해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저자는 노년이 되면 ‘혼자의 삶’과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자신 스스로가 건강을 돌보며, 허둥대거나 서두르지 말며, 미리미리‘최후의 삶’을 준비하라고 전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젊은 시절, 사당패 공연에 울고 웃으며 흥을 즐기는 ‘서민의 삶’을 즐겼다면 노년은 존경받는 ‘선비의 삶’을 살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아하고 기품 있게 늙어가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지기는 하지만 무릇‘선비의 삶’이란 정적이고, 너무 절제돼,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이 뇌에 번듯 스치는 순간, 책의 ‘여백’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계로록을 책으로 출간하면서 각 항목마다 페이지의 여백 부분을 남겨 둘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원고의 매수가 부족해 일부러 여기저기 공백을 남겨 책의 모양새를 갖춘 것이 아니라, 독자 개개인의 가장 바람직한 생각이 여백을 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겨 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생에 정설은 없다. 인간은 최후까지 불완전한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나는 그러한 보통 사람들의 자유를 만끽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전했다.  


소노 아야코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나 성심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4년 《멀리서 온 손님(遠來の客達ち》이 아쿠타가와상(일본최고의 문학상) 후보로 오르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는 소설가이자, 수십년간 전세계 10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는 NGO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저서《멀리서 온 손님》,《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행복하게 나이 드는 비결》,《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기적》등 다수.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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