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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의 진화와 미래》보험미래포럼, 논형

‘궁금하다… 저 사람은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살아 왔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면 으레 그 사람의 과거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퇴직연금연구소에서 일하며 퇴직연금, 연금, 사회복지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어원, 제도탄생 배경, 역사, 진화 등 연금(퇴직연금)이 걸어온 과거의 길이 궁금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런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국내 서적이 흔하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인 보험연구포럼의 연구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 모임을 결성해 ‘연금과 퇴직소득(Pensions and Retirement Income, 2006)’이라는 서적을 함께 공부하다 그 책에서 다루지 않은 국내연금의 역사와 진화, 미래분야로 관심을 갖게 됐는데,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자료를 찾고 연구해 집필한 책이 바로 《연금의 미래와 진화》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유럽 연금의 기원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고대에서 중세까지, 근대에서 산업화시기까지, 19세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연금제도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변화해 왔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유럽식 연금제도는 1889년 독일이 최초의 공적 노령연금을 도입한 이후 최근까지 후발 국가들의 연금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역시 유럽을 모방한 제도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독일 재상의 이름을 따 ‘비스마르크식 제도’로 부른다.  


유럽 연금제도를 들여다본 뒤에는 영국과 미국으로 가보자. 유럽국가는 효과적인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적연금을 중심으로 연금제도가 발달한 반면 영미권은 자유주의적 사고를 중시해 기업과 근로자의 노후복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마련한 퇴직연금제도가 잘 발달됐다. 영미식 연금제도의 탄생은 16세기 코로디와 채덤금고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코로디란 현금으로 음식, 음료, 주거지 등과 같은 미래의 의식주를 수도원 같은 종교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권리증서 또는 그 의식주 서비스를 의미한다. 체덤금고는 1588년 스페인과의 전쟁으로 부상당한 잉글랜드 해군을 돕기 위해 설립된 국가적 기금이다. 세계최초로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된 직역연금인 채덤금고는 모든 영국 해군 병사들이 가입하도록 했고 매월 일정금액을 갹출하고 이후 정액의 연금을 장애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미국은 퇴직연금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1875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미국 최초로 사적 연금제도를 도입했고, 1875년부터 1929년 사이에 421개의 사적연금제도가 미국과 캐나다에 도입됐다. 정부도 기업 주도의 퇴직연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세금혜택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가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규정을 마련하고 관리감독기관을 설립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우리나라 연금의 기원과 발전 내용을 다룬 3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연금이나 퇴직연금관련 내용을 다룬 해외서적은 많이 발간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를 상세히 서술한 서적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기원을 찾기 위해 조선시대까지 올라간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국내 최초의 체계적인 퇴직급여제도는 조선초기에 70년이상 시행된 ‘과전제’를 꼽는다. 최초의 근대식 연금제도는 일제 강점기에 시행된 ‘은급’이다. 은급은 조선총독부의 고위 관리로 일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퇴직 후 지급한 연금이다.
또한 3장에서는 우리나라가 공적연금제도 도입이 늦었던 이유, 개인연금보다 퇴직연금도입이 늦었던 이유, 선진국과 우리나라 연금제도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 등 명확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해소해 준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탄생비화,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관련된 에피소드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들이 보험 분야의 연구자들이다 보니 현 연금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고 있다. 연금제도 개혁과 관련해 세계적인 추세는 어떠한지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산업혁명이후 출산율과 사망률의 균형을 이루는 이른바 맬서스의 균형이 깨진 이후 많은 국가들이 공적연금제도의 개혁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며 이는 비단 국가적 문제일 뿐 아니라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다른 나라들의 연금제도 개혁 과정을 통해 그들이 겪은 어려움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현재 우리 체질에 맞는 연금제도는 무엇인지,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할 시기이다. 이런 시기 《연금의 미래와 진화》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로 활용하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보험미래포럼
보험의 미래를 연구하고 토론하기 위해 국내 대학과 연구원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모임이다. 김재현 상명대학교 금융보험학부 교수,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준호 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오영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봉주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순재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구성원이다. 이들은 2007년초 포럼을 결성한 뒤 매월 정기적인 학습모임을 갖고 있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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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탄생》이재규, 사과나무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고민일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현재하고 있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은퇴 후 새로운 일, 이를테면 어릴 적 꿈꾸었던 이루지 못한 일에 새롭게 도전해 보겠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돈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은퇴하고 남은 인생을 즐기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노년의 모습을 꿈꾼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고민하고, 용기를 얻고자 꿈을 이루고자 구루(九漏)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자신이 꿈꾸는 노년의 롤모델을 정해 그들의 삶을 쫓기도 한다. 


《노년의 탄생》은 노년을 인생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탄생으로 일궈낸 18명의 거장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경영, 음악, 미술, 정치 각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들의 생애와 노년,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롤모델을 찾지 못했다면 18명의 거장 중 한명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위대한 이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하나같이 죽는 날까지 ‘열정’을 잃지 않았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 반대로 ‘포기’, ‘노화’, ‘은퇴’라는 말은 그들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위대한 이들의 노년을 잠깐 소개하자면, 노년의 시기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한 인물로는 피카소, 로버트 몬다비, 파블로 카잘스, 록펠러 등을 꼽을 수 있다.  


92세에 생을 마감한 인상주의 이후 최고의 화가 파블로 파카소는 70대의 나이에 새로운 형식의 유파를 개척했고, 90세가 넘어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20세기 최고의 연주자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97세 생의 마지막 날에도 새로운 곡을 연습했다. 늘 새로운 일을 시도했던 와인업계의 거장 로버트 몬다비는 88세 때 2001년 ‘미국와인·음식·미술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그는 “즐겁게 일하다보니 성공은 저절로 따라왔다”는 말을 남기고 94세에 생을 마감했다.
석유왕 록펠러의 골프 이야기도 흥미롭다. 60세에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은 록펠러는 거의 매일, 오전 10시 15분이면 골프 코스에 나갔고, 친구와 가족, 주치의 등 최대 12명이 함께 라운딩 했다. 그의 골프열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다. 그의 목표는 100세에 100타를 쳐 에이지 슈터(본인의 나이와 같은 나수를 치는 사람)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볼이 빗나가자 처음엔 사진사를 나중에는 영화 촬영 기사를 고용해 자신의 연속 스윙을 보면서 동작을 연구했다. 기업 매수합병의 대명사였던 그는 골프장도 많이 사들였다. 그리고 1937년 98세의 나이로 세상과 골프장을 떠났다. 


포기를 몰랐던 인물로는 윈스턴 처칠의 생애가 인상적이다. 복지국가 정책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윈스턴처칠의 삶은 늘 위태로움, 좌절, 기회, 도전의 고개를 넘다들었다. 그는 매번 처한 상황에 항복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처칠이 옥스퍼드 대학졸업식에서 외친 “Never, never, never give up!(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연설이 대중의 기억에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는 이유 역시 포기하지 않은 삶이 어떤 결과를 보여줬는지 스스로가 입증했기 때문일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했던 그는 75세에 《제2차 세계대전》을 집필하기 시작해 80세에 6권을 완간했으며, 그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위대한 이들에게 ‘오늘’은 늘 새로운 시작이었고, 늘 그들은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고, 어제의 일을 지속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손꼽히는 카잘스는 95세의 나이에도 하루에 여섯시간씩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의아하게 생각한 기자가 이유를 묻자 카잘스는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연습을 통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위대한 미술가, 천재 조각가로 불리는 미켈란젤로 역시 89세를 한달 앞두고 죽음에 임박한 순간에도 일을 놓지 않았다. 미켈란젤로에게 의사가 휴식을 권유하자 그는 ”재촉하지 말아요. 나는 끌과 망치로 흰 대리석을 조가가하는 일이 제일 좋아요, 죽으면 영원히 쉴텐데...”라는 말을 남겼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 어떤 젊은이보다도 뜨거운 오늘을 보냈던 그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픈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난 2005년 11월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96세로 타계했다. 그는 사망 닷새 전까지 펜을 들고 글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수명이 길어진 시대, 그리고 지식사회에서 사람들이 인생 제2막을 의미있게 살려면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 후 세상을 떠났다.
고령화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장수를 누린 거장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년의 탄생》은 든든한 빛이 되어 줄 것이다. 


이재규
피터 드러커 연구 권위자로 1970년부터 현대자동차와 영진약품 등 기업체에서 다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쳤고 동 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후 2005년 퇴직했다. 지금은 삼익THK 사외이사로 있다.
저서로 《역사에서 경영을 만나다》《피터 드러커 인생경영》《경영학원론》등 30여권이 있고, 《단절의 시대》《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드러커의 마지막 통찰》등 피터 드러커의 대표작들을 다수 번역했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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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퓨처캐스트》로버트 J. 샤피로, 김하락 옮김, 랜덤하우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일 것이다. 내일의 급등주를 미리 사두거나, 로또 당첨번호를 알아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미래를 들여다보면, 미래는 오늘의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기보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미래는 공포 그 자체다. 이를테면 외부행성과의 충돌로 지구가 한순간에 멸망하거나, 환경파괴로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최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 환경 파괴범을 교수형에 처한다’라는 내용의 가상 이야기를 모아 단편모음집 《파라다이스》를 발표했다. 


미래학 서적들을 봐도 그렇다. ‘불안한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당장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모두가 자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일까. 미래학 서적 앞에서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2020 퓨처캐스트》역시 미래학 서적이다. 책의 저자 로버트 샤피로는 전미 상무부 차관을 지낸 경제통으로 빌 클린턴, 앨 고어, 존 케리, 버락 오바마 등 세계 정상급 인사와 기업들의 경제 자문역을 담당해왔다. 세계를 움직이는 최전방 인사들의 가이드 역할을 해온 저자가 수년간에 걸친 연구와 조사 끝에 집필한 책이 바로《2020 퓨처캐스트》이다. 저자는 2020년까지 세계가 겪게 될 주요 변화를 예상하고,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그의 메시지는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저자가 《2020 퓨처캐스트》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큰 기둥은 ‘세계인구의 고령화’, ‘세계화’, ‘소련과 공산권,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몰락’이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어 과거 어느 때보다 노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로 인해 정부정책과 국가의 성장 속도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한다. 또한 “인구문제는 국가적 위기를 넘어 의료보장과 연금, 일자리와 소득 등 개인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고령인구 증가는 일본과 대다수 유럽국가에 영향을 미쳐 이들 국가의 성장을 막고, 지금의 경제 판도를 바꾸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의 예측에 따르면 10년 뒤 고령인구는 전세계인구의 60%(2010년 35%)를 넘어 설 전망이다. 현재 세계는 고령층과 함께 맞물린 저출산으로 세금을 내는 인구는 줄어들고 은퇴한 노령자를 먹여 살리는데 필요한 의료보장과 공적연금급부 등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세금부족으로 정부는 계속해서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고,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과 세금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국민 사이의 이해상충으로 일대 정치 갈등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함께 베이비버스트 세대(babybust: 풍조의 만연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인구 증가율이 멈춰선 때에 태어난 세대)의 등장이 맞물리면, 노동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저축률과 투자율이 줄고 경제성장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모든 국가에게 해당되는 문제지만 미국과 중국 등 몇 나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어 10년 뒤에도 현재의 경제위상(중국의 경우는 지금의 이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유럽과 일본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한국의 출산율은 사실상 붕괴됐으며, 노년층의 수는 2005년 660만명에서 2020년 1,140만명으로 70%이상 급증할 것이고, 그 후로도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1,5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OECD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급증하는 노년층 때문에 2020년에는 현재의 연금제도를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저자는 한국이나 아일랜드와 같은 작은 국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더라도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한국은 세계화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 성장을 지속해 개발도상국들에게 좋은 성장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0년 뒤 저자의 예견이 그대로 맞아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학(미래예측)이라는 것은 ‘정확성’ 보다는 ‘바람직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점에서 저자가 《2020 퓨처캐스트》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 등 미래를 좌우할 변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10년 뒤 펼쳐질 미래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는데 있어 로버트 샤피로의 혜안이 도움이 될 것이다.  


로버트 J. 샤피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미국 정재계 인사와 정부를 비롯하여 비영리단체, 국내외 기업체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네콘(Sonecon.LLC)의 공동창립자이자 회장이다. 1998~2001년까지 미국 상무부 차관을 지냈으며, 1992년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는 빌클린턴 경제정책 보좌관을 지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부편집장, <슬레이트> 경제칼럼니스트를 역임했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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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김동선, 궁리

환하게 웃는 노인과 따뜻한 붉은 색, 그리고 진주 빛을 두른 책 표지.
정겨운 시골의 풍경을 떠올리며 책장을 넘겼는데, 내용을 맞닥뜨리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불편해졌다.
“때는 2004년 3월. 65세 치매 노인이 낙동강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40세 아들이다. 40대 아들은 치매와 욕창으로 거동이 힘든 노모를 병원에서 모셨으나 수발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 노모를 거리에 버리고 도망쳤다고 경찰서에서 진술했다.” 


책 첫머리에 등장하는 노인범죄 소식에 이어 ‘긴 병에 효자 없다’, ‘가족, 노인을 외면하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다’, ‘노인, 가족을 위해 자살하다’, ‘내 집에서 죽고 싶다’, ‘가족신화 무너지다’ 등 책의 목차를 확인하는 순간 암울한 고령화 사회 모습에 숨이 막혀온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은 저자가 일본에서 가장 모범적인 노인복지 시스템을 갖춘 마을로 평가받는 ‘야마토마치’에 머무르며 고령화의 문제점과 대안을 취재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담아낸 책이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족의 변화와 고령화에 따른 문제들을 따라가다 보면 바로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하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일본과 우리는 많이 닮아 있다.
저자는 의료기술 발달과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인구의 증가, 의료비 증가, 중증질병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의 붕괴 등 고령화가 숨기고 싶어 하는 어두운 이면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낱낱이 공개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야마토마치’의 노인 복지 시스템을 소개했다.  


소설 ‘설국’의 배경인 니카타현에 위치한 야마토마치는 인구 네명 중 한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자 마을이다.  일본에서는 비용 효율에서나 서비스 질 면에서 바람직한 노인 수발 시스템을 구축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2000년 노인 수발을 위한 공적개호보험을 도입할 당시 후생노동성 관료를 비롯해 전국의 노인복지 담당자들이 찾았던 곳이다.
많은 이들이 야마토마치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과 같은 고령사회는 노인 의료비 증가가 가장 큰 부담인데, 야마토마치는 노인의 평균 입원기간과 1인당 평균 의료비가 전국 평균에 비해 매우 낮았다. 이처럼 노인의료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재택개호 시스템’이 정착해 조직적으로 잘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택개호’란 노인 혼자거나 노부부가 사는 세대, 또는 자녀와 동거를 하더라도 맞벌이 등으로 낮 동안 노인을 돌볼 사람이 없는 가정에 간호사나 홈헬퍼가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재택개호서비스는 크게 간호서비스, 개호서비스, 가사지원서비스로 나뉜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인구의 비중이 늘고, 의료기술 발달로 ‘유병’상태로 노후를 보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모 부양을 하는 자녀의 부담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자녀들 역시 기대수명이 늘며, 60세가 넘는 며느리나 자녀가 70, 80세 시부모나 자신의 부모를 부양하는 ‘노노부양’현상도 증가하고 있다.
부모님이 건강하다면 다행이지만 뇌졸중이나 치매 등으로 부모가 ‘네타키리(몸져 누운 상태의 노인을 일컫는 말)’상태에 놓이게 되면, 부모부양의 가족 부담은 개인 혼자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저자는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며 가족만이 가장 잘 돌볼 수 있다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라며 “특히 중증노인을 부양하는 경우는 효심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이 따르며 이로 인해 노인학대, 동반자살, 살인 등의 엄청난 결과가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사전에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야마토마치를 대표하는 ‘재택개호 시스템’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재택개호 시스템’이 잘 발달된 야마토마치는 집에서도 충분히 네타키리 부모를 모실 수 있고, 독거노인들도 사회의 도움을 받아 지역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 갈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부분의 노인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서비스들이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사회, 행정조직이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야마토마치의 노인 복지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30여년 전 고령화를 예감한 세 명의 현명한 의사들이 지역공동체와 함께 오랜 기간 준비해 시행 한 결과이며, 지역공동체, 가족, 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일본의 노인복지 시스템이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 갔는지 우리나라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김동선
1965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의류학과와 사회학과에서 공부했고 1990년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의 문화부, 생활부에서 일했다.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1년 동안 일한문화교류기금의 펠로십으로 일본에서 노인복지 정책에 대해 공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서울대학교 국제지역원에서 일본 공적개호보험과 가족 해체의 연관성에 대해 석사 논문을 썼다. 지금은 대전에서 ‘연령차별’에 관한 연구하고 있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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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직시하라


세계인구가 늙고 있다.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답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인구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구구조 변화는 세계화, 이민, 국제 안보 등과 같은 거시적인 문제에서부터 소비 및 저축행태,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동기와 방식, 은퇴 후와 노년을 대비한 계획 등 우리 삶과 직결된 아주 미시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고령의 인구층이 증가하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 인구변화, 즉 고령화가 현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룬 책이다.
저자는 “현재 고령화에 자유로운 개인과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살아 있는 50대 이하 한국인 가운데 반 정도가 100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세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 기대 수명이 100세 또는 그 이상으로 넘어간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대 수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할 것 없이, 단순히 더 늘어나는 정도가 아닌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을 전망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고령화 현상에 사회, 정부, 개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절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령화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란 과연 무엇인가? 고령화는 고령 인구는 늘고 생산 가능 인구는 둔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15~64세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 성장률은 떨어지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늘어 현세대가 받아야 할 연금수령액이 줄고, 국가 성장을 이끌 저축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고령화로 인해 노년부양비가 급속히 상승하고 정부는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은퇴자금과 노인요양, 연금, 의료비 등을 마련하는데 개인저축과 정부 재정으로 충당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오늘날 서구 사회를 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머지않아 부족한 저축과 정부의 부채 급증으로 전 세대의 생활수준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저자는 고령화의 문제는 ‘돈’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비용’의 중심에 서있는 베이비붐 세대와 이후 이 ‘비용’을 떠안는 베이비붐 후세대들은 과거와는 다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불안이란 중년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느끼는 걱정과 불안을 일컫는 말이지만 그 후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후세대는 1960~79년 사이에 출생한 ‘X세대’와 1980~89년 사이에 출생한 ‘Y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불안한 베이비붐 후세대’의 주인공이다. 베이비붐 후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이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 가졌던 경제적 걱정과는 사뭇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자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 슬하로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고용과 실업 상태를 반복하는 경제적으로 불안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베이비붐 후세대는 ‘개인 부채 증가’, ‘성비 불균형’,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불안 가중’ 등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베이비붐 후세대는 부모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가진 재산을 모두 소비함으로써 물려받을 재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가족 구조의 변화,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등 낯선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까?저자는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여성 고용 확대, 이민정책 유지를 통한 노동인구 확보, 안정된 은퇴 재원 마련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여성 고용 확대를 강조한다. 정년연장이나 연금수령개시 연령 상향 조정과 같은 정책은 말처럼 시행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여성 고용 확대는 성장률 감소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경제성장률은 한해에 0.3~0.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고용 확대를 위해 저자는 여성이 경제활동을 지속하면서도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 외에도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부터 중국·인도·러시아·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각 국가의 현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이들에게 잠재된 고령화의 위험을 진단하고 해결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고령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을 준다.
끝으로 저자는 고령화문제는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다자간 차원에서의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조지매그너스
시티 금융가에서 존경받는 경제학자로 런던대 소아스 칼리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2005년부터 UBS투자은행의 선임 경제 고문을 맡고 있으며, 그 전에는 UBS와 SG워버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거시 경제 선임 관리자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 주제는 유럽 정치경제학, 인구 구조 변화, 금리 및 원자재의 장기 추세 등으로 미국과 아시아, 유럽의 투자금융업계와 비즈니스 매체에 널리 알려져 있다. 2007년 초 미국의 신용 경색을 예견한 몇 안 되는 경제학자이다.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조지매그너스/홍지수/부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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