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탄생》이재규, 사과나무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고민일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현재하고 있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은퇴 후 새로운 일, 이를테면 어릴 적 꿈꾸었던 이루지 못한 일에 새롭게 도전해 보겠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돈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은퇴하고 남은 인생을 즐기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노년의 모습을 꿈꾼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고민하고, 용기를 얻고자 꿈을 이루고자 구루(九漏)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자신이 꿈꾸는 노년의 롤모델을 정해 그들의 삶을 쫓기도 한다.
《노년의 탄생》은 노년을 인생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탄생으로 일궈낸 18명의 거장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경영, 음악, 미술, 정치 각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들의 생애와 노년,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롤모델을 찾지 못했다면 18명의 거장 중 한명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위대한 이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하나같이 죽는 날까지 ‘열정’을 잃지 않았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 반대로 ‘포기’, ‘노화’, ‘은퇴’라는 말은 그들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위대한 이들의 노년을 잠깐 소개하자면, 노년의 시기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한 인물로는 피카소, 로버트 몬다비, 파블로 카잘스, 록펠러 등을 꼽을 수 있다.
92세에 생을 마감한 인상주의 이후 최고의 화가 파블로 파카소는 70대의 나이에 새로운 형식의 유파를 개척했고, 90세가 넘어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20세기 최고의 연주자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97세 생의 마지막 날에도 새로운 곡을 연습했다. 늘 새로운 일을 시도했던 와인업계의 거장 로버트 몬다비는 88세 때 2001년 ‘미국와인·음식·미술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그는 “즐겁게 일하다보니 성공은 저절로 따라왔다”는 말을 남기고 94세에 생을 마감했다.
석유왕 록펠러의 골프 이야기도 흥미롭다. 60세에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은 록펠러는 거의 매일, 오전 10시 15분이면 골프 코스에 나갔고, 친구와 가족, 주치의 등 최대 12명이 함께 라운딩 했다. 그의 골프열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이었다. 그의 목표는 100세에 100타를 쳐 에이지 슈터(본인의 나이와 같은 나수를 치는 사람)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볼이 빗나가자 처음엔 사진사를 나중에는 영화 촬영 기사를 고용해 자신의 연속 스윙을 보면서 동작을 연구했다. 기업 매수합병의 대명사였던 그는 골프장도 많이 사들였다. 그리고 1937년 98세의 나이로 세상과 골프장을 떠났다.
포기를 몰랐던 인물로는 윈스턴 처칠의 생애가 인상적이다. 복지국가 정책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윈스턴처칠의 삶은 늘 위태로움, 좌절, 기회, 도전의 고개를 넘다들었다. 그는 매번 처한 상황에 항복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처칠이 옥스퍼드 대학졸업식에서 외친 “Never, never, never give up!(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연설이 대중의 기억에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는 이유 역시 포기하지 않은 삶이 어떤 결과를 보여줬는지 스스로가 입증했기 때문일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했던 그는 75세에 《제2차 세계대전》을 집필하기 시작해 80세에 6권을 완간했으며, 그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위대한 이들에게 ‘오늘’은 늘 새로운 시작이었고, 늘 그들은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고, 어제의 일을 지속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손꼽히는 카잘스는 95세의 나이에도 하루에 여섯시간씩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의아하게 생각한 기자가 이유를 묻자 카잘스는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연습을 통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위대한 미술가, 천재 조각가로 불리는 미켈란젤로 역시 89세를 한달 앞두고 죽음에 임박한 순간에도 일을 놓지 않았다. 미켈란젤로에게 의사가 휴식을 권유하자 그는 ”재촉하지 말아요. 나는 끌과 망치로 흰 대리석을 조가가하는 일이 제일 좋아요, 죽으면 영원히 쉴텐데...”라는 말을 남겼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 어떤 젊은이보다도 뜨거운 오늘을 보냈던 그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픈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난 2005년 11월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96세로 타계했다. 그는 사망 닷새 전까지 펜을 들고 글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수명이 길어진 시대, 그리고 지식사회에서 사람들이 인생 제2막을 의미있게 살려면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 후 세상을 떠났다.
고령화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장수를 누린 거장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년의 탄생》은 든든한 빛이 되어 줄 것이다.
이재규
피터 드러커 연구 권위자로 1970년부터 현대자동차와 영진약품 등 기업체에서 다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구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쳤고 동 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후 2005년 퇴직했다. 지금은 삼익THK 사외이사로 있다.
저서로 《역사에서 경영을 만나다》《피터 드러커 인생경영》《경영학원론》등 30여권이 있고, 《단절의 시대》《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드러커의 마지막 통찰》등 피터 드러커의 대표작들을 다수 번역했다.
공도윤(syoom@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