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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운명이다.
그에게 과연 무엇이 운명이었을까? 원칙으로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에서 끝가지 그것을 지키려 했고 그래서 그에게는 결국 극단적 죽음 밖에 선택할 것이 없었다. 그 어찌할 수 없음이 운명일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우리는 너무나 무서운 댓가가 따르는 정도의 길을 보게 된 이다. 이것은 그의 운명이 아니다.
그의 운명은 일생을 통해 원칙과 정의의 길을 끝가지 선택할 수 밖에 없음을 말 한 것이다. 좀 더 쉽고 편한 길을 그는 끝내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보다. 알아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다. 그 이길수 없는 싸움의 끝나지 않을 투쟁이 그의 숙명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역사책으로 구분하고 싶다. 성인이 되어 내가 참여하였고, 보았고, 들었던 그 역사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고, 궁금했던 것들. 혹은 이해하고 믿었던 것들이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슬퍼서 눈물이났고, 분해서 욕하고 싶었고, 미안해서 부끄러웠다.
한홍구 선생의 <지금 이 순간이 역사>라는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만큼 민주화가 되었고,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질 만큼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어쩌면 이상일 수도 있다. 아니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끝내 이루지 못할 이상. 그렇다고 그것이 '가치없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 의지속에서 발전하고 지켜낼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숙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현재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현재의 위정자들이 국민들에게 바라는 것이 그런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노예를 가장 부리기 쉽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은 죽기전 이런말을 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일년전 그 말을 들었을때 왜 저런말을 할까? 노무현 답지 않음에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전 그때도 그를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가 더불어 훼손되는 것을 경계했던 것입니다. 자신때문에 이러한 가치 추구가 혹은 앞르로 추구해야할 세대들이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이 사회는 제2의 노무현, 제3의 노무현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것에 자신이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몸을 던진 것입니다.
그는 항상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는 열정있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속에서 조금이나마 변할 수 있다는 확고한 생각에 그런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지더라도 의미있게 지는 것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이기는 것만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어쩌면 '의미있게 지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을 줄 은 모르겠으나, 그는 그렇게 져야지만, 다시 일어서 싸울 수 있음을 알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