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습격사건 - 엽기발랄 오쿠다 히데오 포복절도 야구장 견문록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동아일보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이기에 주저없이 선택한 책...
그래서 소설인지 아닌지 조차 확인 않고
그냥 집었더니..... 헉!! 야구장 견문록이다! ^^;
죄다 모르는 일본 선수들, 구장들 얘기다....ㅠㅠ

그러면 뭐 어떠랴~!!^^
"오쿠다 히데오"인데~~^^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일본 각지의 야구장을 돌며 연재하던 견문기인 듯 하다. 
그렇다고 야구 얘기만 나오느냐?
그건 또 아니다. ^^;;
자기가 뭘 입었는지, 어디서 잤는지,
마사지사가 어땠는지, 밥이 어땠는지.....
상상을 현실처럼 이야기하다 뻥이야~!를 날리기도 하고.....
아무튼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이 작가..
ㅋㅋㅋ

그냥 내가, 혹은 네가, 혹은 주변의 누군가들이 
카스나 페북에 끄적끄적 자기 얘기 적어놓듯 
그렇게 써내려간 그의 글들이
참으로 읽기 편하고 재미지다. 
그래서 이 겉멋 바짝 든 일본 꼰대같은 아저씨가,
아니 이 아저씨의 글이 나는 참 좋다. 

문득, 
나도 전혀 모르겠는 일본 시골 어느 구장에 달려가
벤또와 생맥주를 들이키며
들어본 적 없는 어느 한 팀을 찍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선수들을 향해
"그래갖고 한국 야구랑 붙을 수 있겠냐~!!"
하며 당당히 웃으며 한국말로 외치고 싶구나~^^;;

알게 뭐야~
그들은 그게 열렬한 응원인 줄 알테지 뭐...
^^;
















다른 사람들처럼 즐길 수가 없다. 같이 호흡할 수 없다. 모든 게 그렇다. 인간의 틀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이 내 일상이 되고 말았다. "특이하네요."라는 말에도 익숙해졌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체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 걸까? -p.63-

그렇지만 말해두고 싶다. 소설가는 되고 싶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것 말고는 살아갈 수단이 없는 인간도 있다. 흐르고 흘러 맞닥뜨린 외로운 섬. 뭐야, 그거 잘난 척하는 거잖아. -p.89-

내게 필요한 것은 인기 있는 레스토랑도, 미니바도, 고층 아파트도 아니야. 사누키 우동이다. 방금 깨달았다. 이것이 인생의 행복이라는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잠시 멍하니 앉았다. X팔, 왠지 모르겠지만, X팔. 우연히 들어온 가게에서 나는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p.117-

옷을 갈아입고 호텔을 나선다. 인적이 없다. 신호등이 부드럽게 깜빡이고 있다.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낮보다 더 강렬한 갯내를 사방으로 흩어놓으면서.
심야의 거리를 나는 달렸다. 바람이 등을 밀어주었다. -p.121~122-


20대 후반에 나는 자주 홍콩에 갔다. 동남아시아의 난잡해 보이는 에너지에 반하고 말았으니까. 일부러 싸구려 호텔을 찾고 싸구려 식당에서 배를 채웠다. 내게 그것은 자그만 모험이었다.
엉터리 영어와 광둥어를 구사하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주룽성에도 갔다. 선상을 집으로 삼아 사는 사람들 속으로도 들어가 보았다.
아무것이나 먹었다. 배가 고파선지 뭐든 맛이 있었다. 설령 맛이 없다 하더라도 재미있었다. 이국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러나 지금의 내게 그런 취향은 없다. 호텔은 L급 이상을 찾는다. 재킷을 입는 것도 레스토랑에서 좋은 자리에 안내받고 싶어서다. 그곳은 세계 공통의 장소일 뿐, `이국`은 아니다.
내가 변했다. 청춘은 까마득한 옛날로 멀어졌다.
-p.132~133-

있잖아, 당신 주변에도 그런 인간. 귀찮은 일은 무조건 뒤로 미뤄버리는 패기 없는 사내자식이.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식욕, 성욕과 함께 인간의 본능 가운데는 `귀찮아하는` 욕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설을 내세운 사람이 있었다.
전적으로 지지한다. 내게 `귀찮다`는 것은 아주 근원적인 동기의 하나다. 다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선택하는 놈이다. -p.214-


밤 9시, 고문 같았던 두 시간을 견뎌내고 해방되었다. 여기저기서 "정말 좋았어." "오늘 멋졌어." 하는 말이 들려온다. 다들 행복한 것 같다. 아무나 잡고 "정말 즐거웠어요?" 하고 물어보고 싶은 기분이다. 물론 더욱 패배감에 젖어들겠지만.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온갖 인간이 있어서 현기증이 일어난다. 그런 가운데 다들 살아가고 있다.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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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꽃처럼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7
이철수 지음 / 삼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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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군 방학에 나도 정신없던 터라
일정이 살~짝 틀어진 북클럽 모임....
요 전의 긴 고전에 조금 지친 책읽기에
쉬어가잔 의미로 고른 책이 바로
판화가 '이철수'의 나뭇잎편지 시리즈이다. 
마침 집에 다른 제목의 2권이 있던지라
희정이와 한 권씩 나눠 읽기로....


판화만 하는 줄 알았던 작가의
심플하기 그지없는 그림과 생각 많은 짧은 글...
금방 읽겠다 하는 마음에 골랐는데
그림에 마음 뺏기고, 글에 생각 많아져
쉽게 후다닥 읽을 수가 없었다. 

내가 딱 표현하고자 하는 스타일이 
바로 이런거라 해야하나?
그림과 글이 함께 어우러져 비로소 작품 하나가 되는...
그림 하나, 글 한 줄 허투루 흘리지 못하는
이런 그림을, 글을 그리고, 쓰고 싶다. 


 

소나무들 눈 이고 서서 무겁다고 묵묵한 이웃에,
바람 타는 대나무는 벌써 눈을 다 내려놓았습니다.
사는 방법이 이렇게 다릅니다.
-p.13-


이 좋은 하늘 하래,
이 아득하게 멀고 큰 세계에 이렇듯 사소한 생명으로 와 살면서,
때 되면 떠나 흩어져 가게 될 것도 알면서,
우리 겨우 이렇게 더러워져서 살아야 하는 걸까.
-p.60-


어떤 어른이, 돌아가시기 전에 메일을 보내두셨다네요.
- 나 별세 중이다.
그대들도 별세 중임을 명심하라.
-p.96-


사는게 왜 이 모양인지 그게 누구 탓인지도 모르고 살면서,
TV채널이나 돌리고, 스마트폰에, 컴퓨터에 한눈팔고,
먹고 사고 즐기느라 정신 못 차리는 우리는
미쳤거나 멍청하고 어리석거나 한 거지요.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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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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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년 —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이렇게 힘든 책인 줄 모르고 덥썩 선택했었다니...
두께도 두께지만
시종일관 무겁고, 잔인하리만치 차가운 이야기에 몰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브론테 자매의 둘째(사실은 넷째)인 에밀리 브론테...
서른에 죽은 그녀가 남김 유일한 소설
"폭풍의 언덕"...

습기를 가득 머금은 세찬 바람이 내 머리와 가슴을 마구 때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소설 속 이야기는 휘몰아쳤다 잠잠해졌다 다시 온 대지를 뒤집어 엎을만큼 몰아쳤다. 
세상에 다시 없을 악마같은 남자 히스클리프,
나약하지만 사랑을 지키려 한 남자 에드거,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은 외로웠던 여자 캐서린....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에게까지 대물림 되는 
얽히고 섥힌 사랑의 이야기.....

도무지 읽어도 읽어도 페이지가 줄지 않는...
읽어도 읽어도 공감 보다는 가슴 깊이 짜증이 밀려올라왔던.....
누가 히스클리프를 매력적인 악인이라 했던가...!
어릴 때 부터 받아온 학대와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선택한 데 대한 복수로, 자신을 키워준 집안과 여자가 시집 간 집안을 몰락시키는 데 목적을 둔 남자 히스클리프... 
그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히스클리프의 복수를 통쾌하다거나 응원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역시 학대의 주범이 되어 끊임없이 학대를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학대의 대상이 자신을 학대했던  당사자들에 국한 된 것이 아닌 그들의 2세, 게다가 자신의 아들에게까지 자행됐다는 것이 소름끼치도록 화가 나 참을 수가 없다. 
여주인공 캐서린은 또 어떤가...!
끊임없이 칭얼대며 사랑을 갈구하고,
결국엔 두 남자를 다 절망에 빠뜨린 대단한 여인...
도무지 나의 상상력으론 어떻게 캐서린을 사랑할 수 있고, 어떻게 히스클리프에게 빠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나약하기 그지없는 샌님처럼 묘사된 에드거가 그들보다는 훠~~~~~얼씬 멀쩡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뒤로 갈수록 더욱 더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전개 때문이다. 
중간을 넘기기가 힘들지 일단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불쾌감을 감수할만큼 이야기는 폭풍처럼 흘러간다. 
이것은 마치....
욕하면서도 끊을 수 없는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

어찌보면 나는 단순한 소설의 겉모습만을 보고 이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옮긴이가 말하기를 

"'폭풍의 언덕'은 단순히 그와 같은 자연 가운데서 펼쳐지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서술의 방식과 구성이 매우 특이하고 복잡한 것처럼 이 작품은 주제에 있어서도 결코 단순하질 않다. 그것은 히스클리프라는 기구한 운명과 냉혹한 집념의 사나이의 특이한 성격을 그리면서도, '워더링 하이츠'라는 야성의 세계와 '드러시크로스 저택'이라는 교양의 세계 사이의 대조와 결합과 몰락을 다룬 것이기도 하다."

또 어떤 블로거는 후기에 적어도 3번은 읽어야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도 적어도 2번은 더 읽어야 에밀리 브론테가 숨겨놓은 진정한 "워더링 하이츠"를 발견할 수 있을까?


힘들게, 정말 힘겹게 읽어냈지만
몇 년이 지나 45쯤 되었을 때
다시한번 도전해보고픈 생각이 드는
고전이었다. 




"오 분 전까지만 해도 헤어튼이란 놈은 인간이 아니라 내 젊은 시절의 화신 같았어. 난 여러가지 의미에서 그에게 올바른 정신으로는 말을 걸 수가 없을 것만 같았어.
첫째로, 그 녀석은 놀라울 만큼 죽은 캐서린을 닮아서 녀석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그녀가 연상된단 말이야. 그런데 내 상상력을 가장 강하게 끌리라고 넬리가 생각할지 모르는 바로 그것은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 내 눈에 그녀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뭐가 있겠어? 무엇 하나 그녀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 있어야 말이지! 이 바닥을 내려다 보기만 해도 그녀의 모습이, 깔린 돌마다 떠오른단 말이야! 흘러가는 구름송이마다, 나무마다, 밤이면 온 하늘에, 낮이면 눈에 띄는 온갖 것들 속에, 나는 온통 그녀의 모습으로 둘러싸여 있단 말이야! 흔해빠진 남자와 여자의 얼굴들, 심지어 나 자신의 모습마저 그녀의 얼굴을 닮아서 나를 비웃거든. 온 세상이 그녀가 살아 있었다는 것과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무서운 기억의 진열장이라고!
제기랄, 헤어튼의 모습은 내 불멸의 사랑, 내 권리를 지키겠다는 무모한 노력, 나의 타락, 나의 자존심, 나의 행복, 그리고 내 고뇌의 망령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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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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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때가 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건가 싶은 때가,
내 마음이 잘 버티고 있는건가 싶은 그런 때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이 되는 
그런 때가 있다. 


혜민스님은 끊임없이 마음을 직시하라 하신다. 
마음을 비워야지... 하는 생각도 
나를 옭아매는 생각 중 하나이니
비워야지~ 하고 생각 말고 그냥 지켜보라신다. 

그게 어렵단 말이지.....--;;;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고 있는가?

살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질문에 답을 얻고자
1년만에 다시 읽은 책.....
스님은 똑 떨어진 답변 대신
내 마음을 크게 한번 쓸어주신다. 

너무 집착 말아라...
너무 기대 말아라...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너무 힘들어도 말아라...
네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아라. 
행복한가?
그러면 잘 살고 있는게다.....

하시는 것만 같다.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것들.....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고
검증받고 싶어 하는 욕망."
-p.29-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냥 내가
약간 손해 보면서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십시오.
우리는 자신이 한 것은 잘 기억하지만
남들이 나에게 해준 것은 쉽게 잊기 때문에,
내가 약간 손해 보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
알고보면 얼추 비슷하게 사는 것입니다."
-p.55-

"세상에서 가장 우매하고 우매한 대답.
「아무거나」."
-p.120-

"번지점프를 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그냥 뛰는 것입니다.
생각이 많을수록 뛰기 어렵습니다.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하고 싶은 것 못하고
힘들고 어렵다는 말만 하게 됩니다.
그냥, 뛰십시오."
-p.122-


"나를 향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들을
적당히 무시하고 사는 법을 익히십시오.
일일이 다 마음을 쓰면 불행해집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할 시간에
나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하십시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싫어하든 말든
그냥 내버려두고 사십시오.
싫어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그 사람 문제지 내 문제는 아닙니다."
-p.130-

"자신의 종교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종교도 그들에게는 똑같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 엄마가 나한테 소중하듯
친구 엄마도 내 친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분이겠지요."
-p.258-


"종교가 소외받는 이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는
목소리를 내길 바랍니다.
제발 경전을 들이대놓고
차별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도구로 사용되지 않길."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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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월 8일
 잉글랜드 런던 SWI, 세인트제임스 플레이스 21번지
 스티븐스 & 스타크 출판사 발행인 시드니 스타크 귀하"



이토록 유쾌하고, 진지하며, 감동적이고, 행복한 소설이었다니.....

절친의 리뷰에서, 그리고 이웃님의 리뷰에서
이 책에 대한 애정과 감동이 너무나도 느껴져
결혼 날짜 잡듯 신중히 선택해 만나게 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가히 우리 "나무아래쉼 클럽"의 첫 책으로 손색이 없는
탁월한 선택이요 타이밍이었다. ^^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점령되었던 영국 채널제도의 한 섬인 건지섬....
혼돈과 불안, 공포의 시절에 우연한 임기응변으로 시작된 주민들의 독서 모임.....
서간체로 씌여진 이 소설 속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건지섬 주민들과 그들로 인해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줄리엣이 있다.
소설 전체가 줄리엣을 중심으로 주고받은 편지글인데
전혀 지루하지도, 내용이 끊기지도 않고
아주 재밌게 훅훅 넘어간다.

허구임을 알면서도 자꾸만 건지섬 아무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 저들 중 하나가 답장을 보내 줄 것만 같은...

내가 줄리엣이었어도 아마 건지섬에 갔을 것이다.
그리고 건지섬에 남기로 했을 것이다.
도시에게 반했을 것이고,
킷을 사랑했을것이다.
그렇게 건지섬에 스며들어 안개 자욱한 세인트피터포트에서 친구를 맞이하고,
퍼메인 만의 벼랑길을 산책하며,
이솔라의 검증되지 않은 자양강장제를 먹었을 것이다.
감자껍질 북클럽?
당연히 나도 그 멤버 중 하나가 되어
야생화 가득한 들판에 앉아 브론테 자매들의 책을 읽고 있을지도.....^^

 

*보탬  : 인터넷으로 건지섬을 찾아보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재밌게 읽은 책들의 배경지를 목적지로 삼은 여행을 하고싶다.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예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 p.20 -






"그때도 놀라웠고 지금도 여전히 놀라운 점은, 서점에 들어와 어슬렁대는 숱한 사람들 중에 자기가 진정 뭘 찾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에요. 그냥 슬렁슬렁 둘러보다가 취향에 딱 맞는 책이 눈에 들어오길 바라는 거죠. 어쩌다 그런 책을 찾으면, 출판사의 선전 문구를 믿지 않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면 점원에게 가서 세가지를 묻겠죠. 무엇에 관한 책인가. 당신은 읽어봤는가. 읽으니까 괜찮던가?

나나 소피퍼럼 뼛속까지 책을 사랑하는 점원들은 거짓말을 못해요.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죠. 눈썹이 올라간다든지 입술이 삐죽거린다든지 하면 별 볼일 없는 책이라는 뜻이에요."

- p.29 -






"생각해봐요! 우리는 서로를 원하면서도 `영원히` 서로 눈치 채지 못한 척 세월만 흘려보냈을지도 모르잖아요. 체면에 대한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다가는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고요."

- p. 426 -




"전 세계 애독자들이 보내온 수많은 편지를 보노라면 책이 끝나는 게 속상하다고 적은 이가 부지기수이다. `이야기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나도 건지섬으로 가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이 되고 싶어요.` 그런 독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해보라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은 영원히 계속된다고. 책을 읽고 즐기는 독자가 한 명 늘어나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도 한 명 느는 셈이다. 책이 지닌 놀라운 힘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건지 섬 주민들이 독서를 은신처 삼아 독일군 점령기를 견뎌냈듯이, 독서는 시간과 공간과 이해를 초월해 이야기 속 세계로 빠져들게 해준다. "

- p. 433 작가 애니 배로스의 마무리글 중...-



그리고, 길어서 미쳐 옮기지 못한 p.258~262까지, 조나스와 우드로(오랜 친구들)의 책으로 인한 싸움과 화해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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