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그 폐가로 가자는 말을 처음 꺼낸 건 쇼타였다. 아주 괜찮은 헌 집이 있다고 했다."



아~ 내가 왜 이 책을 장바구니에서 덜어냈을까?
도서정가제 시행 전, 인터넷 서점들이 보내는 마지막 할인 메일을 보면
이 책이 항상 맨 위에 떠있었다. 
나는 예쁜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근 한달을 고민했다. 
그리고....
비싼 미술관련 책들과 호박군의 책을 사느라 결국 이 책을 장바구니에서 빼버렸다. 

경이를 거쳐, 야채를 거쳐 내 손에 들어와 읽게 된 책.....

희한하다. 
이 책을 읽기 전 읽은 "공허한 십자가"와 작가가 같다. 
그렇다면 따스한 표지와는 달리 이것도 추리물?

아니다. 

이게 진짜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거 맞아? 할 정도로 소설은 예쁘다. 
잔잔하고, 감동적이며, 신비하고, 행복하다. 
소설 어디에도 살인자, 사이코패스, 암울하고 무서운 범죄자는 없다. 
어찌보면 평범하기 그지 없지만 나름 하나하나 특별함을 지닌 보통 사람들의
얽히고 섥힌 감동이 있을 뿐이다. 
그냥 평범하게 이야기가 나열된다면 그건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지~^^

일본어로 "고민"이란 단어인 "나야미"...
그 나야미와 비슷하다고 해서 언제부턴가 "나미야 잡화점"은 "고민(나야미)"상담소가 되었다.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같은 고민부터 어엿한 성년들의 진지한 고민까지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는 고민의 무게를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깊이 생각한 답을 내준다. 
물론 그 답이 정답은 아니지만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답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저 나름대로 행복을 찾았다. 



"...가만 읽어보니 내 답장이 도움이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스스로 착실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내 답장도 아무 소용이 없었겠지."       -p.199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가짐이야. 내가 보낸 답장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봐 마음이 괴로웠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스운 얘기다. 나처럼 평범한 영감의 답장이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힘 따위, 있을 리 없어. 그건 완전히 기우였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버지의 얼굴은 흐뭇해 보였다.        -p.208



삶이라는 것이,
늘 좀 더 나은 방향으로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 선택을 위해 늘 고민하는 우리....
어쩌면 우리의 마음 속에도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도와주는
나미야 잡화점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탬 :
 소설의 말미에 번역한 이의 글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릴 때 책을 너~~~무 안읽는 아이였단다.
 담임 선생님게서 어머니께 "만화책은 그만 보게 하시고 그냥 책을 좀 읽게 하라"라는 말을 하셨더니
 어머니께서 그러셨단다. "이 아이는 만화책도 안보는데요~" ^^; ㅋㅋㅋ
 그래서 그는 자기처럼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쓴단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무겁지만 쉬이 읽히고, 아프지만 감수하고 싶었구나.
 
 정말 사람 일...... 아무도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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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