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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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둘 이상만 모여도 사회가 형성되고,
사회란 것이 형성되면 으레 그 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생기게 된다.
리더와 그의 측근은 지배계층이 되고,
지배 계층은 상위 계급이 되고,
그렇게 관계의 상하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사회주의자가 쓴 사회주의 비판 소설로 유명한 <동물농장>.....
하지만, 읽다보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떠나
어느 집단에서나 흔히 일어나고, 또 볼 수 있는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권력 다툼으로 인한 지배층의 암투와 분열,
가진자의 횡포, 권력의 남용, 이권 다툼,
일방적 부의 축적,....
어쩌면 이 모든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피지배계층의 무지와 방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깨어라!
깨어있어야 한다!!

나의 무지와 무관심, 방관이
내 아이의 미래를 소설 속 `복서`의 죽음처럼 몰고 갈 수도 있다.

"...두 발로 걷는 것은 모두 우리의 적입니다. 네 발오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모두 우리의 친구입니다. 인간에 맞서 싸우는 데엔 우리 동물들이 결코 인간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점도 기억하시오. 여러분이 그를 정복하더라도 절대로 그의 악한 짓거리들을 모방해선 안 됩니다." -p.14-

"동무, 당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그 댕기라는 건 바로 노예의 표시야. 댕기보다 자유가 더 갚지다는 걸 모른단 말이오?" -p.20-

그 여름 내내 농장 일은 시계처럼 돌아갔다. 동물들은 일찍이 상상도 못했을 만큼 행복했다. 입에 넣는 먹거리는 그지없이 달콤했다. 그것은 과거 인색한 주인이 마지못해 동냥주듯 던져주던 그런 먹이가 아니라 동물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위해 생산한 먹이, 진정한 그들 자신의 먹이였기 때문이다. 쓸모없는 기생충 인간들이 사라지고 나자 동물들에게는 먹을 것도 더 많이 돌아갔다. 여가도 훨씬 더 많았다. 동물들로선 그 여가란 것이 뭔지 도무지 경험해 본 일이 없긴 했지만 말이다. -p.29-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p.123-

그(조지 오웰)는 [동물농장]이 러시아 혁명에 대한 풍자로 씌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풍자가 <더 광범한 적용범위를 갖게 하자는 것>도 자기 의도였다고 말한다. 이 해명에서 오웰은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꾸는 것으로 끝날 뿐 본질적 사회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것,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지도자들을 감시 비판하고 질타할 수 있을 때에만 혁명은 성공한다는 것 등이 그가 [동물농장]에 싣고자 한 메세지라 말하고 있다.
-p.153 작품해설 중....-

...오웰은 소비에트라는 형태의 사회주의를 사회주의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주의를 온동네 우스갯감으로 만드는 일종의 희화로 규정하고 있었음이 분명하고, 이 잘못된 사회주의를 애써 은폐하기보다는 비판하는 것이 진실의 편에 서려는 작가로서의 자기 임무라 여기고 있었음이 확실하다. 이 점에서 오웰이 구현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양심이다. 그는 무비판적 맹목적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비판적 사회주의자였고, 그의 비판적 양심은 그가 진실이라 생각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제국주의이건 사회주의이건 혹은 그 무엇이건 간에 언제나 화살을 날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p.154 작품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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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완전판) - 오리엔트 특급 살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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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


기차가 달린다.
폭설에 기차가 멈춘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기차 안의 모든 사람이 용의자이자 피해자이다.
도대체 어떻게 갑자기 그런 추리가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지만(^^;),
어찌됐든 사건은 명쾌하게 해결이 된다.

1930년대보다 더 지능적이고 잔인하게 변모한 요즘의 범죄들을 추리하고 수사하려면, 그 때 보다 더욱 치밀한 계산과 촘촘한 인과구조를 따져야겠기에 이 고전 추리소설이 조금은 허술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애거서가 구상한 이야기의 틀과 범인의 형태는 확실히 기발하고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어릴 적, 정말 무섭게 본 단편드라마가 있다.
산장에 여러 사람이 모였는데,
한 사람씩 죽어나갈 때 마다
모여있던 사람 수 만큼 벽난로 위에 장식되어 있던 인형이 하나씩 사라졌다.
그 장면보다 더 무서웠던 건,
인형이 사라질 때 마다 나오던 노랫소리다.
그 노래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또 언제였더라? MBC였나?
매 주 어떤 할머니가 사건을 해결하는
˝제시카의 추리극장˝이란 외화도 정말 즐겨보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말 무서웠던 그 드라마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였고,
제시카는 애거서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미스 마플을 모티브로 만든 인물이었다.

그러고 보면 `애거서` 이 할머니......
정말 대단한 이야깃꾼이다!!!!

범죄를 만들고, 범인을 숨기고,
실마리를 흘리고, 추리를 부추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나도 1930년대의 어느 날,
영국인 숙녀, 혹은 미국인 아가씨, 혹은 독일인 하녀가 되어 탐정 푸아르씨의 취조를 받고 있는 듯 심장이 죄어온다.

아~ 이런 심장 쫄깃한 소설을 한 권만 읽고 끝내기엔
너~~~~~~무 아쉬운 감이 넘친다.
내친김에 그녀의 소설 한 권 더 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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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까지 하려니 어쩔 수 없이 스포가 낀다. 결말을 모른 채 책과 영화를 보고싶다면 이 글은 패~스~~~ 하시길.....)


소설이 아무래도 193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장면장면이 머릿속에 확실히 그려지질 않는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객차가 어찌 생겼는지 모르니 승객들이 어떻게 지나는 사람을 보았고, 범인이 어떻게 옆방을 통해 탈출했는지 모르겠다. 특히, 푸아르가 여자 모자상자 속의 모자망을 가지고 타버린 쪽지의 글자를 어떻게 재현해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니, 여자 모자상자의 모자망이란 게 뭔지 조차 모르겠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1974년에 개봉한 영화 ˝오리엔트 특급 열차˝.
숀 코넬리, 잉그리드 버그만 등등 쟁쟁한 배우들이 나온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궁금했던 장면들이 아하~ 해소됐다. (물론, 내용은 책으로 읽는 것이 훨씬 더 재밌고 촘촘하지만,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느끼고 이해하려면 영화도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책과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유괴로 부를 축적하여 세계 여행을 다니는 라쳇은
역시나 유괴로 돈을 벌어 요트를 사는 게 꿈인 백선생(최민식)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죽은 딸과 손녀, 사위의 복수를 위해 복수극의 중심에 선 허바드부인은 금자씨(이영애)를,
살인극을 밝혀내지만 법적 심판 보다는 개인의 정의에 손을 들어 철저한 제 2의 알리바이를 제시하고 묵인을 선택한 푸아르는 최반장(남일우)를 많이 닮았다.
그 밖에도 소설에서 따온 듯 한 인물로는
안드레니 백작 부부 - 원모부모
드래고미로프 백작부인 - 은주할머니.
특히나, 단체복수 장면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찾아보니 박찬욱 감독이 이 소설에 대한 오마주로 금자씨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글에서 읽었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래도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았음에는 틀림없다.)

많은 작가와 감독들의 오마주 대상인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의 또 다른 소름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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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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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은 행복한가?
내 주변인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혹, 나 혼자만 행복하고, 사랑받고 있다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행복한 가정의 현명한 아내, 모범적인 어머니로 사랑받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사는 조앤......
하지만, 그녀가 애써 아니라 부정하고 상상이라 치부한 모든 것들이 사실이고, 진실이었음을....
예기치 않은 고립이 그녀에게 진실을 종용하고,
현실 직시와 화해, 변화의 기회를 주었지만
결국 돌아온 현실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철저히 외톨이다.
그녀만 그 사실을 모를 뿐......
아니, 모른 척, 아닌 척 할 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 역시 하루에도 열두번씩 삶의 긍정적 다짐을 하지만,
반나절만에 다시 열두번의 좌절을 끌어안는다.
그게 사람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란 필명으로 발표한 비추리소설 6권 중 한 권인 이 책....
비록 모르고 빌렸지만, (그리고 큰 기대 없었지만)
추리소설만큼이나 빠른 전개와
나름의 반전(?)이 재밌었던 소설이었다.

애거서 이 할머니.......
예사 분이 아니시다.

▶️ "하긴 세상이 그런 거지. 붙어 있어야 할 때는 그만두고, 내버려두어야 할 때는 매달리고. 한순간 인생이 너무나 멋져서 이게 현실일까 믿기지가 않다가, 이내 지옥 같은 고민과 고통 속을 헤매고! 상황이 잘 풀릴 때는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은데 — 그런데 그렇지가 않지 — 나락으로 떨어질 때는 이제 절대 위로 올라가 숨쉬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잖아. 그런 게 인생이잖니?" -p.25-

▶️기차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앤은 머리를 차창 안으로 움츠렸다. 로드니는 손을 흔든 뒤 몸을 돌렸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다시 한번 몸을 창밖으로 내밀었으나, 그는 이미 플랫폼을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눈에 익은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앤은 자기도 모르게 전율했다. 그의 뒷모습이 갑자기 젊어진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어깨를 펴고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조앤에게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p.74-

▶️"오, 조앤, 이러지 말자고. 우리가 아이들한테 어떤 일을 하는지 생각해봐. 우린 아이들에 대해서 뭐든 안다고 생각하잖아. 온전히 우리 손아귀에 잡힌 무력하고 어린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알고 있다는 듯 굴지."
"당신은 그 애들이 자식이 아니라 노예라도 되는 것 처럼 말하네요."
"노예 아닌가? 우리가 주는 음식을 먹고 입혀주는 옷을 입고 시킨대로 말하는데! 그게 아이들이 지불하는 보호의 대가 아닌가? 하지만 아이들은 매일매일 자라서 자유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지." -p.108-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죽 그럴 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라.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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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지음 / 홍익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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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


미국의 국민 화가로 사랑받는 모지스 할머니....
그녀는 75세에 처음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무려 1,6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 중 250점이 100세 이후에 그린 것이라니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림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가정형편이 넉넉했던 것도 아니었다.
어릴 적 부터 처녀적까지 부유한 남의 집 가정부 일을 했고,
결혼 후엔 농장일을 하며 생활을 했다.
10명의 자식 중 5을 유아기 때 잃었고,
나이 들어서도 앞세운 자식이 두엇이나 더 있다.

손가락이 더이상 바느질을 할 수 없을정도가 되었을 때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자기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을,
이웃 사람들의 얼굴을,
지겹도록 해서 몸에 배버린 시골 생활을,
마을 축제를, 역사적인 날을, 무지개를......
그녀의 기억 속에 조용히 걸려있던 그림을
직접 그려 밖으로 꺼내놓았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어느 하나 제대로 그려진 것이 없다.
어린 아이가 그린 것 처럼 집도, 사람도 삐뚤빼뚤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그림에는 따뜻한 무언가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마음이 편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게 하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늙음˝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 요즘.....
수없이 많은 ˝늙음˝의 선배들을 본다.
그리고 그 중엔,
˝늙음˝의 롤모델이 보이기도 한다.

곱게 늙어야지.
즐겁게 늙어야지.
재밌게 늙어야지.
뜨겁게 늙어야지.
미련 없이 늙어야지.

아.. 이 또한 욕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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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가슴 한편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른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순간 그 시절은 희미해지며, 어른으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시절의 추억은 불쑥 나타나 또렷해진다. 다가올 듯 멀어지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시절을 품고 사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든든한 씨앗이 생긴 기분이다. -p.27-


▶️ 화가가 되기 전에도 그녀는 매 순간 열정적인 아내였고 엄마였다. 자신의 삶에 주어지는 것들을 즐겁게 성취했다. 능동적인 삶의 자세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도 습관이 될 수 있다. 결국 그 습관이 한 사람 자체의 삶을 구성한다. -p.46-

▶️ 마음앓이에는 아무리 신통방통한 약도 소용이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는 수밖에...... 하지만 그것이 삶이다. 죽음을 마주하더라도 새로이 하루를 살아가고, 또 살아갈 이유를 찾아 다시 살아가는 순환이 인생이다. -p.58-

▶️ 화가에게 그림은 곧 몸의 일부와 같다. 우리 몸의 모든 것들은 우리의 생존을 돕기 위한 목표로 존재한다. 이를테면 눈썹은 땀이나 먼지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돕고, 코는 냄새를 맡기 위해 존재하며, 침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분해하기 위해 존재한다. 화가가 그린 그림도 마찬가지다. 화가가 남긴 붓터치, 화가가 선택한 색상, 두껍게 발라놓은 마티에르 하나하나에 화가는 자신이 표현하는 걸 담는다. 그의 의지가 담기는 것이다. -p.67-

▶️ 진정 좋은 음악은 악기 연주를 기술적으로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곡을 잘 이해하는 것이듯 그림도 그렇다. 진정 좋은 그림을 위해선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 -p.67~68-

▶️ 우리는 오로지 순간만 지배할 수 있다. 순간을 지배하는 것 중 하나가 그림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순간을 화가는 그림이라는 행위로 지배하는 것이다. 그렇게 잊지 못하는 것과 잊지 않는 것은 비슷한 것 같아도 다르다. 잊지 못하는 것은 수동적이고, 잊지 않는 것은 능동적이다. -p.136-

▶️ ˝우리는 열정이 있는 한 늙지 않습니다.˝ -p.159-






20160624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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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창비세계문학 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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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특별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평범한 생활 어디에나 죽음이 있다.
병으로든, 사고로든,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는 수많은 죽음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 보이지 않는 죽음을 상대로
술래잡기 하듯 조바심 내며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같은 짓인지.....

150년 전, 톨스토이 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삶과,
죽음을 대하는 주변인들의 태도가
마치 시간의 중력을 거스르며 이어지는 듯 하여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오늘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 처럼 열정을 다하리라...

▶️ 이반 일리치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런 심각한 일이 그의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고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세상사가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점이 무엇보다 이반 일리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집안 식구들, 특히 당시 사교계에서 한창 절정을 구가하고 있던 아내와 딸은 그의 고통을 알아주기는 커녕 왜 그렇게 음울하고 까다롭게 구는지 화내며 그를 탓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기는 했지만 그는 자신이 이미 그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p.59-

▶️ 더욱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죽음이란 놈이 다른 어떤 일도 하지 못하도록 자꾸만 그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저 죽음만을 바라보도록, 피하지 않고 똑바로 죽음을 응시하도록, 모든 일을 손에서 내려놓고 그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만 했다. -p.74-

▶️ 석달째로 접어들면서 이반 일리치의 병세는 아주 조금씩 서서히 악화되었기 때문에 어떻다고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 언제 그가 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세상을 떠날 것인지, 그리고 언제 환자를 지켜보는 이 불편하고 갑갑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뿐이었다. 아내와 딸과 아들, 친지들과 하인들, 의사들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반 일리치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p.77-

▶️ 거짓말, 죽기 직전까지도 멈추지 않을 이런 거짓말, 이 무섭고 장엄한 죽음의 의식을 인사차 들렀다든지, 커튼이 어떻다든지, 오찬 자리의 철갑상어 요리가 어떻다는 따위의 일상의 사소한 것들과 같은 수준으로 격하하는 이런 거짓말, 바로 이런 거짓말이 이반 일리치는 소름이 끼치도록 싫었다. 그는 사람들이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을 때마다 `이제 그만 거짓말은 집어치워. 내가 죽어간다는 건 당신들이나 나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제발 이제 최소한 거짓말을 하지 말란 말이야`라는 절규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이상하게도 그걸 내뱉지는 않았다. 그가 보기에 주변사람들은 모두 이 무섭고 끔찍한 죽음의 의식을 그저 있을 수 있는 기분 나쁜 일, 특히 조금 품위가 없는 (온 몸에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응접실에 들어온 것 같은) 일 정도로 격하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평생 지키려고 애써온 `품위`라는 것이었다. -p.82~83-

▶️ 거짓말 외에, 아니 그런 거짓말 때문에 사람들이 이반 일리치가 바라는 만큼 그를 위해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괴로웠다. 오랜 기간 병마에 시달리던 중 어떤 때에는, 사실대로 고백하기 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이반 일리치는 누군가 자신을 아픈 어린아이 대하듯이 그렇게 가엾게 여기며 보살펴주기를 가장 간절히 소원했다. 어린애를 어루만지고 달래듯이 다정하게 쓰다듬어주고 입을 맞추고 자기를 위해 울어주기를 그는 바랐다. .....(중략) 이반 일리치는 소리내어 울고 싶었고 그런 자신을 누군가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같이 울어주기를 바랐다. ....(중략) 그 주변의, 그리고 그 자신의 이런 거짓말이 이반 일리치의 마지막 생의 순간들을 해치는 가장 무서운 독이었다. -p.84~85-

▶️ 그래, 결국 이렇게 됐지. 죽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된 것이지? 그럴 리가 없다. 삶이 이렇게 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삶이 그렇게 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이라면 왜 이렇게 죽어야 하고 죽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해야 한단 말이냐? 아니다, 뭔가 그게 아니다.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찾아들었다.
`난 정해진 대로 그대로 다 했는데 어떻게 잘못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삶과 죽음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을 털어내며 그런 일은 전혀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사는 것? 어떻게 사는 것을 원하는 것이냐? 법정에서 `재판이 시작되겠습니다`하고 외치는 법관으로서 삶이 네가 원하는 것이냐?`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이 시작된다.`
그는 이를 악물며 되뇌었다.
`그래, 드디어 재판이 시작된다. 하지만 난 죄가 없어!`
그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도대체 왜?"
잠시 후 그는 울음을 멈추고 벽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왜, 무엇때문에 이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는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자신이 제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찾아들었지만 그는 즉시 자신의 삶은 올바르고 정당했다고 강변하며 그 이상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털어내버렸다. -p.103~104-

▶️ `이 얼마나 간단하고 훌륭한 일인가!`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통증은? 통증은 어디로 갔지? 어이, 통증, 너 어디 있는거야?`
그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아, 여기 있었군. 그래, 뭐 어때, 거기 있으라고.`
`그런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 있지?`
그는 오랫동안 곁에서 떠나지 않던 죽음의 공포를 찾으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죽음은 어디에 있지? 죽음이 뭐야? 죽음이란 것은 없었기 때문에 이제 공포도 있을 수 없었다.
죽음 대신 빛이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갑자기 그는 소리쳤다.
"아, 이렇게 기쁠 수가!"
이 모든 것은 한순간의 일이었고 이 한순간의 의미는 이제 흔들리지 않았다.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그가 그러고도 두 시간이나 더 괴로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의 가슴에서 뭔가 부글부글 거렸다.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그의 몸에 경련이 찾아왔다. 부글거리는 소리와 숨이 차서 쉭쉭거리는 소리는 점차 잦아들었다.
"임종하셨습니다!"
누군가 그를 굽어보며 말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에 되뇌었다.
`끝난 건 죽음이야. 이제 더이상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
그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다가 그대로 멈추고 온 몸을 쭉 뻗고 숨을 거두었다. -p.11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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