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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완전판) - 오리엔트 특급 살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오리엔트 특급 살인]
기차가 달린다.
폭설에 기차가 멈춘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기차 안의 모든 사람이 용의자이자 피해자이다.
도대체 어떻게 갑자기 그런 추리가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지만(^^;),
어찌됐든 사건은 명쾌하게 해결이 된다.
1930년대보다 더 지능적이고 잔인하게 변모한 요즘의 범죄들을 추리하고 수사하려면, 그 때 보다 더욱 치밀한 계산과 촘촘한 인과구조를 따져야겠기에 이 고전 추리소설이 조금은 허술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애거서가 구상한 이야기의 틀과 범인의 형태는 확실히 기발하고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어릴 적, 정말 무섭게 본 단편드라마가 있다.
산장에 여러 사람이 모였는데,
한 사람씩 죽어나갈 때 마다
모여있던 사람 수 만큼 벽난로 위에 장식되어 있던 인형이 하나씩 사라졌다.
그 장면보다 더 무서웠던 건,
인형이 사라질 때 마다 나오던 노랫소리다.
그 노래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또 언제였더라? MBC였나?
매 주 어떤 할머니가 사건을 해결하는
˝제시카의 추리극장˝이란 외화도 정말 즐겨보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말 무서웠던 그 드라마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였고,
제시카는 애거서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미스 마플을 모티브로 만든 인물이었다.
그러고 보면 `애거서` 이 할머니......
정말 대단한 이야깃꾼이다!!!!
범죄를 만들고, 범인을 숨기고,
실마리를 흘리고, 추리를 부추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나도 1930년대의 어느 날,
영국인 숙녀, 혹은 미국인 아가씨, 혹은 독일인 하녀가 되어 탐정 푸아르씨의 취조를 받고 있는 듯 심장이 죄어온다.
아~ 이런 심장 쫄깃한 소설을 한 권만 읽고 끝내기엔
너~~~~~~무 아쉬운 감이 넘친다.
내친김에 그녀의 소설 한 권 더 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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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까지 하려니 어쩔 수 없이 스포가 낀다. 결말을 모른 채 책과 영화를 보고싶다면 이 글은 패~스~~~ 하시길.....)
소설이 아무래도 193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장면장면이 머릿속에 확실히 그려지질 않는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객차가 어찌 생겼는지 모르니 승객들이 어떻게 지나는 사람을 보았고, 범인이 어떻게 옆방을 통해 탈출했는지 모르겠다. 특히, 푸아르가 여자 모자상자 속의 모자망을 가지고 타버린 쪽지의 글자를 어떻게 재현해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니, 여자 모자상자의 모자망이란 게 뭔지 조차 모르겠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1974년에 개봉한 영화 ˝오리엔트 특급 열차˝.
숀 코넬리, 잉그리드 버그만 등등 쟁쟁한 배우들이 나온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궁금했던 장면들이 아하~ 해소됐다. (물론, 내용은 책으로 읽는 것이 훨씬 더 재밌고 촘촘하지만,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느끼고 이해하려면 영화도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책과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유괴로 부를 축적하여 세계 여행을 다니는 라쳇은
역시나 유괴로 돈을 벌어 요트를 사는 게 꿈인 백선생(최민식)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죽은 딸과 손녀, 사위의 복수를 위해 복수극의 중심에 선 허바드부인은 금자씨(이영애)를,
살인극을 밝혀내지만 법적 심판 보다는 개인의 정의에 손을 들어 철저한 제 2의 알리바이를 제시하고 묵인을 선택한 푸아르는 최반장(남일우)를 많이 닮았다.
그 밖에도 소설에서 따온 듯 한 인물로는
안드레니 백작 부부 - 원모부모
드래고미로프 백작부인 - 은주할머니.
특히나, 단체복수 장면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찾아보니 박찬욱 감독이 이 소설에 대한 오마주로 금자씨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글에서 읽었지만 확실하진 않다. 그래도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았음에는 틀림없다.)
많은 작가와 감독들의 오마주 대상인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의 또 다른 소름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