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월 8일
 잉글랜드 런던 SWI, 세인트제임스 플레이스 21번지
 스티븐스 & 스타크 출판사 발행인 시드니 스타크 귀하"



이토록 유쾌하고, 진지하며, 감동적이고, 행복한 소설이었다니.....

절친의 리뷰에서, 그리고 이웃님의 리뷰에서
이 책에 대한 애정과 감동이 너무나도 느껴져
결혼 날짜 잡듯 신중히 선택해 만나게 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가히 우리 "나무아래쉼 클럽"의 첫 책으로 손색이 없는
탁월한 선택이요 타이밍이었다. ^^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점령되었던 영국 채널제도의 한 섬인 건지섬....
혼돈과 불안, 공포의 시절에 우연한 임기응변으로 시작된 주민들의 독서 모임.....
서간체로 씌여진 이 소설 속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건지섬 주민들과 그들로 인해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줄리엣이 있다.
소설 전체가 줄리엣을 중심으로 주고받은 편지글인데
전혀 지루하지도, 내용이 끊기지도 않고
아주 재밌게 훅훅 넘어간다.

허구임을 알면서도 자꾸만 건지섬 아무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 저들 중 하나가 답장을 보내 줄 것만 같은...

내가 줄리엣이었어도 아마 건지섬에 갔을 것이다.
그리고 건지섬에 남기로 했을 것이다.
도시에게 반했을 것이고,
킷을 사랑했을것이다.
그렇게 건지섬에 스며들어 안개 자욱한 세인트피터포트에서 친구를 맞이하고,
퍼메인 만의 벼랑길을 산책하며,
이솔라의 검증되지 않은 자양강장제를 먹었을 것이다.
감자껍질 북클럽?
당연히 나도 그 멤버 중 하나가 되어
야생화 가득한 들판에 앉아 브론테 자매들의 책을 읽고 있을지도.....^^

 

*보탬  : 인터넷으로 건지섬을 찾아보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재밌게 읽은 책들의 배경지를 목적지로 삼은 여행을 하고싶다.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예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 p.20 -






"그때도 놀라웠고 지금도 여전히 놀라운 점은, 서점에 들어와 어슬렁대는 숱한 사람들 중에 자기가 진정 뭘 찾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에요. 그냥 슬렁슬렁 둘러보다가 취향에 딱 맞는 책이 눈에 들어오길 바라는 거죠. 어쩌다 그런 책을 찾으면, 출판사의 선전 문구를 믿지 않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라면 점원에게 가서 세가지를 묻겠죠. 무엇에 관한 책인가. 당신은 읽어봤는가. 읽으니까 괜찮던가?

나나 소피퍼럼 뼛속까지 책을 사랑하는 점원들은 거짓말을 못해요.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죠. 눈썹이 올라간다든지 입술이 삐죽거린다든지 하면 별 볼일 없는 책이라는 뜻이에요."

- p.29 -






"생각해봐요! 우리는 서로를 원하면서도 `영원히` 서로 눈치 채지 못한 척 세월만 흘려보냈을지도 모르잖아요. 체면에 대한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다가는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고요."

- p. 426 -




"전 세계 애독자들이 보내온 수많은 편지를 보노라면 책이 끝나는 게 속상하다고 적은 이가 부지기수이다. `이야기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나도 건지섬으로 가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이 되고 싶어요.` 그런 독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해보라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은 영원히 계속된다고. 책을 읽고 즐기는 독자가 한 명 늘어나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도 한 명 느는 셈이다. 책이 지닌 놀라운 힘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건지 섬 주민들이 독서를 은신처 삼아 독일군 점령기를 견뎌냈듯이, 독서는 시간과 공간과 이해를 초월해 이야기 속 세계로 빠져들게 해준다. "

- p. 433 작가 애니 배로스의 마무리글 중...-



그리고, 길어서 미쳐 옮기지 못한 p.258~262까지, 조나스와 우드로(오랜 친구들)의 책으로 인한 싸움과 화해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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