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오늘도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기 보다는 일어났지만 다시 잤다. 어제 다짐을 그렇게나 해두었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일어났다간 다시 잠자리에 가야 하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는 내가 보였다. 생각해보니 난 잠을 더 자야만 하는 많은 이유들을 가지고 있었고, 해서 다시 잤다. 잠을 줄여 현재의 초조함을 쫓아 보려는 계획은 몇일째 이렇게 실패중이다.

사실, 잠 한 시간 덜 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게다. 한 시간은 공강 시간만 활용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나의 시간표를 볼 때, 공강은 꽤나 많고, 그것도 두 세시간 연이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냐 하면, ...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은 왠만해선 다시 기숙사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와선 음악을 듣는다거나, 인터넷을 한다. 수업이 다 끝나 저녁이 되면, 식사를 하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게 12시, 1시... 그 쯤되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한 일은 없고, 해야할 일들이 곰비임비 쌓여간다는 사실이 퍼뜩 떠오른다. 일찍 일어날 결심을 한다. 잠을 줄여야겠다, 이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 다음날,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이렇게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젠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야할 일이 많다는, 모호하고, 그래서 더욱 두려운 감정에 사로 잡혀 있다가, 하나 하나 정리해 보았다.

일단, 가장 많은 시간을 뺏는 인터넷.

사방팔방 안가는 데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리해보니 주로 가는 곳은 다섯군데.

1. 다음

2, 알라딘 서재

3. 문학회 홈페이지

4. 인터넷 신문

5. 사이버강의 홈페이지

 

읽어야 할 책은 총 네권.

1. 자연과학철학, 헴펠

2. 포스트모던 과학논쟁, 라우든

3. 서양철학사, 스텀프

4. 생산 및 운영관리 교재

 

문제는 단순했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할 수 있는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대학 들어와서 처음 접하게 된 외국문학은 시였다. 파울 첼란, 폴 엘뤼아르, 고트프리트 벤, W. H. 오든, 로버트 프로스트, 릴케, 엘리어트, 테드 휴즈(그의 아내였던 실비아 플라스도 " 실비아, 오, 얼마나 멋진 이름인저), 자크 프레베르(김화영 역, 번역이 입에 떡떡 붙어서), 기타 등등. 문학회의 시합평회 같은 자리에서는 외국의 기이한 이름 자체가 권화(權化)로 둔갑하는 법이어서 이상한 이름의 시인들에 관한 수사는 계속되었다. 쥘르 쉬페르비엘, 페터 후헐, 안나 아흐마토바,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오십 만젤시탐, 앙리 미쇼…… 이름 수집은 파블로 네루다에 이르러 끝이 났다. 이름 수집이 끝난 뒤, 나는 비로소 시를 읽기 시작했다. 물론 파블로 네루다로부터 시작했다. 그때는 이미 제대할 무렵이었다. 제대하고 나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도스토예프스키와 숄로호프는 홍명희, 황석영과 번갈아가며 누가 가(假)이고 진(眞)인가 줄쳐가며 읽었다. 버튼판 아라비안나이트, 삼성판 세계문학전집, 삼성판 한국문학전집이 비벼졌다. 그게 공부였는지, 노동이었는지, 시간 때우기였는지 잘 모르겠다. 셋 다였을 것이다."

 

책 제목에 질릴 때도 되었으니, 이제, 책을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