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만난 역사 창비청소년문고 16
김대현.신지영 지음 / 창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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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고‘라고 가까이 하지않을 이유가 없다.
창비에서 만든 청소년문고 시리즈 16.
≪법정에서 만난 역사≫

나의 학창시절에 비하면
요즘에는 읽을만한 책이 정말 많다고 느끼는데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는 교과서를
이처럼 잘 보완해 주는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전공서적이나 성인용으로 분류된 책의 현학적인 표현,
번역서의 애매모호한 번역체에 괴롭힘을 당하다
문장과 문장사이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다면,
가끔 청소년으로 분류된 책을 읽어보시길.

이 책은 사실 제목이 주는 인상으로는
세계사의 흐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주요한 재판과정을 기술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법정이라는 단어에 크게 얽메이지 않아도 좋으며,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그 기초적인 흐름과
그 의의를 살펴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떤 세계사를 공부하는지 모르겠지만
찰리채플린과 체 게바라를 통해
세계사를 읽어내려가는 것,
그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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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걸었다 - 뮌스터 걸어본다 5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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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뮌스터의 외로운 길들을 ‘너 없이‘ 걸었을 작가는 얼마나 쓸쓸했을까요.

진주에 다녀온 지 이주쯤 되었습니다. 이 도시가
작가가 나고 자란 곳임은 부고를 접하고 이 책을 잡은 뒤에야 알았네요.
진주성 성벽에 붙어서서 바라보았던 오후의 강과 햇볕을,
작가도 그리워 했겠지요.

.........................
물이 흐르는 도시.
내 고향 도시의 한복판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 강안에서 오랫동안 놀기도 했다. 몇 초 전에 나를 지나간 물이 지금 내가 바라보는 물이 아니라는 것을 강의 흐름은 내게 가르쳐주었다는 말과 같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로 보이는 강의 흐름을 아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흐름이 동일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잦아지다가 다시 몰려가기도 하고 물결이 싣고 가는 햇빛, 구름, 바람도 그때그때 달랐다. 나는 같아 보이는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너무나 개별적인 시간의 것이라는 것도 그때 배웠다. (p.183)
.........................

작가가 뮌스터에서 한 공부는 문학은 아니었다 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그저 생활이었겠지요.
중후반부에 소개된 다음과 같은 글은,
그래도 작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풍경들이
먼 타향에도 존재했고, 부러움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
작가 이름만 알려주면 그 작가의 고조할아버지부터 젊은 시절 발표했다가 절판된 책까지 줄줄 외고 있었던 키 작고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엘렌씨가 하던 서점(엘렌 씨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출간되었음을 미처 모른 내가 다른 책들 앞에서 머뭇거릴 때면 슬며시 다가와서 그 작가의 신간을 내게 들이밀곤 했다. 그녀는 내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심지어 어떤 작가의 어떤 시절의 작품을 좋아하는지도 어림짐작할 줄 알았다). (p.172)
.........................

책에 담기지 않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이제 새로이 발표하는 글로는 접할 수 없음에 안타깝습니다.
지상에 별들과 같은 언어를 쏟아내고 간 허수경작가.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 마음을 울렸던 글귀.
십여 년 찾지 않았던 서울을 방문했을 때, 어떤 선배가 작가에게 남겼다는 말.

"자주 지나다니는 길은 잊어버릴 수 없어. 우리가 잊어버릴 수 없는 이유는 마음속에서 서로 자주 지나다녔기 때문이야."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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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신용목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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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먼 창




내가 가장 훔치고 싶은 재주는 어둠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저녁의 오래된 기술.

불현듯 네 방 창에 불이 들어와, 어둠의 벽돌 한장이 차갑게 깨져도
허물어지지 않는 밤의 건축술.

검은 물속에 숨어 오래 숨을 참는 사람처럼,

내가 가진 재주는 어둠이 깨진 자리에 정확한 크기로 박히는, 슬픔의 오래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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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야기 해 주세요.‘

첫사랑이라니. 그거 외모 가려가며 찾아오는 어떤
주사제 없는 질병 같은 거 아닌가.
가끔 대책없이 훅 이런 질문을 하는,
더 답없는 순진한 너희들,
북플러 ‘봄날의 언어‘를 갖고 노는 거 맞지?

일방적으로 좋아할 순 있지.
사상의 자유, 마음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 살고 있으니까, 일방향적인 제스처로.

그래서 그게 사귄거에요 어쨌단 거에요?
좀 좀, 여백도 두고 물도 한잔 하자.
첫사랑이라니. 꼭 들어야 겠다고?
그런 거 없다. 성사된 적 없는 역사는
기록되지 않는 법.

다만.
고래를 쫓는 소년이 아저씨가 되어도,
지도를 모으는 소녀는 소녀로 남기를 바라.
마음을 다해.



...
왕수펀 작가는,
혼자서 ≪냉정과 열정사이≫ 청소년 버전을 썼다.
그런데, 이 성장소설, 얼마전 IPTV에서 보다만
대만(?) 드라마랑 느낌이 비슷한데.
그냥 동일국적에서 온 선입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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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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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하자면, 이 책의 제목으로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는 적당치 않다.
이우일의 만화가 삽화로 들어가 있고,
부산국제영화제 탐방기에 주조연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실상 김영하의 영화 칼럼 모음집이기에 그렇다.
이우일의 삽화나 네칸 만화가 재미를 주기도 하나
이런 표제를 읽는다면,
두 작가가 영화라는 소재를 놓고
이렇고 저런 대담을 나눈 걸 책으로 묶었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까.

김영하 본인은 영화 이야기를 하는척 하며
딴 얘기를 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편집자들에게 주의를 받는 장면을 언급하는데,
이런 스타일이 오히려 더 김영하답다.
영화란 것도 결국 우리 생의 어떤 모습을
영상으로 옮겨놓고 보여주는 것일텐데
영화평론가가 쓴 전문 평론이 있다면
입담 좋은 작가가 풀어놓는
자기 사는 이야기에 영화 붙여넣기, 이런 방식의 글도
나쁠 이유가 없다. 그 글이 읽기 편하고
페이지 마다 특유의 통찰력으로
재미를 준다면 말이다.

덧붙여,
이우일 만화가를 잘 모르고
(검색해 보지는 않았지만, 씨네21과 일을 했을 것 같다.
정기구독 할때 이런 느낌의 그림을 자주 접했다.
구독을 그만 둔 지 오래되었고
이사오며 모아둔 그 책들을 몽땅 버려서
확인할 수 없다)
그가 이 책에 기여한 바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삽화에 등장하는 김영하는
김영하라기 보다는 김중혁처럼 생겼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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