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지혜의 시대
변영주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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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었던 지혜의 시대 시리즈 두 권이 더 있었는데
변영주 감독의 이 책이 가장
짧은 분량의 글에, 하고싶은 말을 동어반복없이
정확하게 전달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요즘 10대들을 두고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자유롭게 자란 세대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아이들을 노예처럼 학원에 밀어넣고 있잖아요. 그 친구들에게 음악취향이 있냐고 물으면 다들 있다고 대답해요. 그런데 그취향이란 게 다 비슷해요. 놀랍지 않습니까? 모두의 취향이 같다는 건? 글을 쓴다는 것, 그림을 그린다는 것,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작곡을 한다는 것 등등 창작이라는 건 다
똑같아요. 호수에 물고기가 많아야 해요. 여러분이 작곡가가 되고 싶다면 누구보다도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많이들어야 해요. 화가가 되고 싶다면 어느 누구보다 많은 그림을 봐야 하죠.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면 그 누구보다 영화를 많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감독이 되려면 영화만 많이 봐서는 안 돼요, 소설도 많이 읽어야 되고, 그림도 많이 봐야 돼요. 영 화는 복제예술이니까.

그래서 세상에 버릴 문학은 없다는 겁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이든 내게 감동을 주었던 것이든, 내 인생에 그리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절대 호수에서 빼놓지 마세요.
한마리씩 낚지 않고 뜰채 같은 것으로 건지면 중요하지않은 것 몇마리는 버리게 돼요. 하지만 그것들을 버리지말고 모아두면 언젠가는 글을 쓰거나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저 자신이 20~30대 때의 저보다 훨씬 좋은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이 증명해줄 수 있어요. 변영주란 사람이 인간적으로 가장 괜찮은 시점은 오늘이고, 오늘보다는 내일 더 괜찮을 거예요. 그 이유는 문학 때문이에요. 어제 읽은 책의 어떤 부분 때문에 오늘의내가 조금 더 조심하며 살기로 결심하고, 오늘 읽은 책 때문에 내일 좀더 좋은 사람이 될 거거든요.
제가 만드는 영화가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세상을 좀더 좋게 만들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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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신영복.백낙청.조국 외 19인 지음, 하승창 엮음 / 상상너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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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호소력은 별 다섯개.
내용은 나쁘지 않은데, 깊이있는 논의가 어려운 편집방식이 아쉽다.
신영복, 조국, 김여진 부분은 읽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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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문학동네 시인선 117
곽재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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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학년



도서관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훔쳤지

밤새 경찰들이
내가 살던 판잣집을 포위하고
도적은 나와라
도적은 나와라
마이크로 부르는 악몽에 시달렸지

다음날 아침
도서관 서가에 가만호 동주를 세워두고
다음날도
다음날도
그 앞에 서서 보았네

보다가
보다가
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

....................................

세수



두 손을 모아 강물을 받아요
그 물로 얼굴을 비벼요
물고기 냄새와 달빛 냄새가 나네요
아침 해가 강물에게 들려준 얘기를 느낄 수 있어요

손에서 얼굴 냄새가 나요
평생 화장수 한번 바르지 않았죠
슬픈 날은 얼굴에서 별 냄새가 나요
반짝반짝 흘러내리는 별
내 몸 어딘가 이리 많은 별이 있었다니 신비해요
별이 있어 세월 내내 행복했지요
별이 있어 해와 달도 외롭지 않았지요

슬플 때면 강으로 가요
쭈그리고 앉아 강물로 얼굴을 비벼요
얼굴이 환해지니 그리운 당신에게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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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를 잃고 나는 쓰네
김태연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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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아리에 든 이유를 묻는 문항이
가입원서의 첫머리에 있었을거다, 분명히.

물론 거기에 어떤 답을 남겼는지 연이어 나왔을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 문항에는 어떤 작가를 꼽았었는지
이제는 떠올리려해도 도저히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소설 속 승구처럼, ‘문학‘동아리에서 내가 배운 것 중에
자신있게 말할 만한 것은 술밖에 없는데,
따지고 보면 문학은 겉멋들려 동아리방을 오다가다 한 것이고,
사람들 좋고 술 좋아서 중도포기없이 버티었다.

당연히 선배들이 주도하던 학습, 집회, 합평에서 읽었던 글이며
당시의 치열함으로 가장됐던 꿀꿀하고 음습한 기억들도
이제는 아련한 편린으로만 남아있다.

기형도는 한세대 전의 요절한 시인으로,
선배들이 먼저 읽고 동방 테이블이나 책장에 꽂아두면
책도둑 회원들에 의해 각자의 집 서가로
암암리에 강제이주의 운명을 맞이하던
인기작가였다.
(그래도 늘 한권 이상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만큼 다른 시인들은 얻지 못했던 꾸준한 인기를
사후에야 얻었다.)

이 소설은 세미픽션이라는 장르로 작가가 규정하는데,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회고에 가깝다.
제목에서부터 ‘기형도‘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를 이어붙일 만한
자격?을 갖춘 이가 맞았다.
작가는 기형도와 연세문학회에서 함께 활동한 절친인데,
그 덕에 기형도의 시로 유추할 수 없는 기형도의 ‘형도스러움‘을
느껴볼 수 있게되었다.

다시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입회원서의 좋아하는 작가에는 기.형.도.라
또박또박 쓰고 싶은 날이다.
강제이주시켰던 그의 시집 혹은, 전집이 어디에 꽂혀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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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 지혜의 시대
노회찬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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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었던, 확실치 않아도 들은 것만 같은
유시민의 추도사를 읽는 순간 그만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그래서 노회찬에 대한 유시민의 헌사만 여기에 옮겨놓는다.
*******

<추도사>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우리에게 다음 생이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생이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만나는 세상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되면 좋겠습니다.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번도 형이라고 불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더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김지선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
그리고 가끔씩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둘이 낚시를 가기로 해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 형을 좋아했어요.

다음 생은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잘 가요, 회찬이 형.
아시죠?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요.


2018년 7월 26일
고 노회찬 의원 추도식에서
유시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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