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문학동네 시인선 117
곽재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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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학년



도서관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훔쳤지

밤새 경찰들이
내가 살던 판잣집을 포위하고
도적은 나와라
도적은 나와라
마이크로 부르는 악몽에 시달렸지

다음날 아침
도서관 서가에 가만호 동주를 세워두고
다음날도
다음날도
그 앞에 서서 보았네

보다가
보다가
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

....................................

세수



두 손을 모아 강물을 받아요
그 물로 얼굴을 비벼요
물고기 냄새와 달빛 냄새가 나네요
아침 해가 강물에게 들려준 얘기를 느낄 수 있어요

손에서 얼굴 냄새가 나요
평생 화장수 한번 바르지 않았죠
슬픈 날은 얼굴에서 별 냄새가 나요
반짝반짝 흘러내리는 별
내 몸 어딘가 이리 많은 별이 있었다니 신비해요
별이 있어 세월 내내 행복했지요
별이 있어 해와 달도 외롭지 않았지요

슬플 때면 강으로 가요
쭈그리고 앉아 강물로 얼굴을 비벼요
얼굴이 환해지니 그리운 당신에게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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