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박람강기 프로젝트 9
미카미 엔.구라타 히데유키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미모의 헌책방 주인 시오리코와 불행히도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글자를 읽기 어려워하는 점원 다이스케가 책을 매개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라이트노벨이다. 한국에도 5권까지 나와 있으며 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은 못 읽었고 대신 드라마판으로 보았는데 나쓰메 소세키부터 국내에서는 생소하게 여겨지는 로버트 F. 영의 민들레 소녀까지 저자의 책에 대한 박학함과 이를 바탕으로 을 주인공으로 삼은 솜씨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라는 작품 자체보다도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뭔가 책에 대한 저서가 나오지 않을까 나름 기대하던 차에 만나게 된 것이 이 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작가인 미카미 엔과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독서광이자 애니메이션 구성작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구라타 히데유키의 대담집이다. 책을 읽기 전에 짐작하기는 했지만 이들이 대담에서 다루고 있는 책들은 소위 미스터리나 호러 등의 장르문학으로 분류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좀 아쉬웠다. 이는 역으로 말하자면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관심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하다.

 

장르문학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신 같은 사람을 만나 밤새도록 이 책은 이래서 재미있고 저 책은 저래서 재미있고, 작가 창작 당시에는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있었으며, 책을 모으다 보니 본의 아니게 희귀본이 되어버린 책도 있고, 다시는 나오지 않는 절판본을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할 것이다. 이 책은 책이나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대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확히 그런 이야기에 해당한다. 보고 있으면 왠지 읽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아, 그런 사실이 있었나, 라고 놀라기도 하고 결국에는 나도 이 작품 좋아하는데!’ ‘나도 이러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데!’라며 끼어들고 싶어지는 그런 책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대담은 마치 어려서부터 한동네에 살아온 친구처럼 친근한 분위기이다. 나이 차이도 많지 않고 같은 장르를 좋아하면서 같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니만큼 같은 책을 읽고 자란 또래의 대화라는 성격이 강하다. 물론 이들은 보통 사람은 잘 모르는 작가나 작품도 당연히 많이 읽은 이들일 테지만 대담은 매우 유명한 작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첫번째로는 이 책이 저자들의 팬(대체로 라이트노벨의 독자이며 십대에서 이십대)을 타깃으로 삼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 증거로 한국에서도 웬만한 미스터리 팬이라면 알고 있을 법한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 같은 대작가, 스티븐 킹, 스탠리 큐브릭 등에도 각주가 달려 있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 이 책의 타깃은 라이트노벨을 읽는 청소년까지 내려가 있음이 명백하다. 두번째로는 저자들과 비슷한 또래 독자들에게는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거치며 읽었던 책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저자 또래만이 경험했을 법한 독서 체험(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시는 태평양전쟁 전부터 활동한 작가이므로 이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어린 시절의 저자들이 읽기에는 어려웠다든가, 장르문학에서 다루어지는 폭력과 성 묘사 등을 보며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본격적으로 어른의 세계에 입문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되, 한편으로 일반적인 독자들은 잘 몰랐을 법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요소요소에 집어넣어 단순한 추억담에 그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저자들이 나누는 책 구입, 책 정리, 독서의 미래 등에 대한 이야기도 평범하기는 하지만 참고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 아마 장르문학 독자라면 이들의 책 구입과 정리에 솔깃해할 것이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책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안 살 수 없다! 안 읽을 수 없다!’를 외치는 장르문학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재미있어 할 확률이 꽤 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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