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사정상 일본 서적은 입수 경로가 여러 군데인데 오늘 아침 주문한 <현대사상> 임시증간호 가라타니 고진 특집호는 품절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억에 따르면 12월 초에 발간된다고 했던 게 12월 19일로 밀렸고 주문을 넣은 건 23일이었다. 그리고 닷새 만에 품절 소식을 들었으니 제날짜에 발간된 게 맞다면 열흘도 안 되어 (몇 부나 찍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진이 된 셈이다.ㅜㅜ 다행히 알라딘에서는 아직 품절로 뜨지 않아서 다시 주문을 넣어놓기는 했으나 어떨지 잘 모르겠다. 십중팔구 저쪽에서 증쇄를 하지 않는 이상 또 품절되었다는 연락을 받을 것 같긴 한데 일단은 기다려보련다. 인기 있을 만한 잡지는 종종 이런 품절크리를 맞으므로 별로 놀라운 상황은 아니다. 또 품절이 되었어도 정 필요한 책이라면 직구 카드도 있고 인터넷 서점 등에서 새 책 입수가 불가능하다면 중고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물론 배송비라는 배꼽이 더 클 각오는 좀 해야 한다.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걸리고). 최후의 최후 같은 카드라면 복사도 있다. 이 잡지를 정기구독하는 학교가 있으니까(라고 써놓고 보니 임시증간호까지 받아보는지는 확인을 안 했...ㅜㅜ).

 

 

 

 

 

 

 

 

 

 

 

 

 

<세계사의 구조>는 발간된 지 5년 만에 이와나미 현대문고로 문고화된다. 내년 1월 16일로 일정이 잡혔고 알라딘에서도 무려 예판을 받고 있다.^^;; 번역서는 갖고 있지만 원서 가격은 좀 부담스럽던 차에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번역서보다 쌉니다...ㅜㅜ).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보셔도 좋을 듯.

 

마지막으로... 이건 아직 품절이 되지 않았는데 가끔 '표지 모델'을 보는 재미(?)로 책 정보를 보곤 하는 책이다. 살까말까 하다가 내가 야나기타 구니오론(야나기타 구니오는 일본의 대표적인 민속학자)을 읽는다 해도 뭘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서 결국은 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이런 표지는 소장해야 하는 게 아닐까 늘 망설인다.^^;;

 

 

 

 

 

 

 

 

 

 

 

 

 

가라타니 쌤의 글을 읽는다고 해서 내가 그 내용을 다 이해한다는 보장은 언제나 그랬듯 전혀 없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문장이 있다. 후쿠다 가즈야는 가라타니의 문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후쿠다 가즈야는) "가라타니 고진의 비평이 가진 힘은 추상화에 의한 철저함에 있다"고 말하면서 그것은 오로지 '문장=문체'에 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효과를 낳기 위해 가라타니는 문장에서 쓸데없는 장식이나 에피소드를 떼어내고 마치 거기에 벌거벗은 형태의 사고가 있는 듯이 꾸몄다. 가라타니의 문장이 난해하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독자가 주의 깊게 읽으면 그의 '사고'를 완전하게 직접 볼 수 있고, 마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사색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꾸며져 있다. 그 고안의 중핵을 이루는 것이 문장의 추상성임은 말할 것도 없다.

 

가라타니의 비평문은 독자에게 사고를 상연해 보여주기도 하는 한편 독자에게 사고 정지를 촉구하기도 한다. 비평가를 포함하는 독자들은 가라타니의 작품을 읽고 자신이 사고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두뇌를 가라타니에게 양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ㅡ후쿠다 가즈야 '가라타니 고진과 일본의 비평', <감미로운 인생>에서, 사사키 아쓰시, 송태욱 옮김, <현대 일본 사상>, 163쪽에서 재인용.

 

물론 가라타니의 글을 읽으면서 주제넘게 '내 생각인 듯 내 생각 같은 내 생각 아닌'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후쿠다 가즈야가 말하는 가라타니 문체의 '무척 의식적이고 가공적인' 부분은 나와 같은 인문서-일어 초중급 독자에게는 매우 접근하기 편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거의 없고 문장을 연결하는 논리의 힘이 굉장하기 때문에 일단 해석하기로 마음먹으면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이 없도록 만들었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읽으면 읽힌다'라고나 할까. 그것이 '촉구되는 사고 정지'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러한 맛을 느끼게 하는 문장을 찾기가 매우 힘들기에 계속 읽어보고자 시도를 하게 된다. 어쩌면 그런 '문장 설계'는 번역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어느 선생님께서 '번역될 것을 의식하고 글을 쓰는 사람은 일본에 단 둘이다. 그중 한 사람이 가라타니 고진이다'라고 하신 적이 있다.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번역에의 가능성'을 증명하기에 좋은 지표라면 아마 가라타니 고진의 문장의 '지표 지수'는 매우 높을 것이다.

 

아, 나머지 한 사람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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