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선진조국의 미래는

 

 

 

 

가끔은 왜 그런 글을 썼을까 후회를 한다. 지금도 후회하는 글 중 하나가, 황우석의 난자파동이 있었을 당시 “윤리 다 따지면서 어떻게 연구를 하냐?”고 딴지에 썼던 글이다. 나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기에 연구윤리에 대해 별반 고민하지 않고 쓴 그 글은 수많은 욕을 먹었고, 그 욕들이 다 타당해서 더더욱 상처가 되었다. 한심한 것은 내가 난자 채취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것. 난 그냥, 여자가 배란을 하면 복강경으로 딱 한 개를 뽑는 줄 알았지 호르몬제를 먹여가며 한번에 열 개씩 뽑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난자를 채취하고 나서 응급실에 오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뱃속에서 생긴 출혈 때문에 골반이 유착될 수도 있고, 세균 때문에 거기 농양이 생길 수도 있어요. 난자가 오염될까봐 소독약을 못쓰거든요. 조기 폐경이 오는 수도 있고...”

오늘 강의를 해주신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난 다시금 내가 쓴 글을 떠올린다. 무식한 놈 같으니...


“배아줄기세포가 실패한 건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계속됐다.

“그게 성공했다면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계속 난자를 대야 했을 거 아닙니까. 줄기세포라는 게 다 난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린 거니깐요. 여대생들이 돈받고 알바도 했겠지요. 20대 같으면 난자 20개도 뽑거든요.”

황우석의 쾌거를 보면서 선진조국의 앞날을 상상했던 내게 그는 다시금 일침을 가한다.

“도대체 선진국이란 무엇입니까? 지금 중국이 장기이식의 허브인 거 아세요? 저희 매형이 간이식 수술을 받으러 중국에 갔어요. 사형수 간을 받으려고요. 근데 가보니까 사형수는 하나인데 세계 각지에서 의사가 여덟명이나 와 있더랍니다. 이런 게 좋아 보입니까?”

각막, 심장, 간, 신장... 그런 장기를 위해 사형수는 형장에서 가짜로 사형을 당하고, 병원으로 옮겨져 진짜 사형을 당한단다. 그렇게 이루어지는 간 이식이 연간 3천건이라니 그 규모가 실로 대단하다.


황우석과 같이 일했던 산부인과 의사는 지금 곤경에 처해 있다고 한다. 산부인과에서는 불임환자를 위한 체외수정 때문에 부지런히 난자를 뽑아야 한다. 그 난자를 다 쓰는 건 아닌지라 좋은 걸 골라내고 남는 것을 황에게 줬는데, 가져간 난자가 잘 안 자라자 황이 이렇게 말했다.

“좋은 난자를 주시오.”

그 의사는 괜찮은 것들을 골라 황에게 줬고, 체외수정은 미성숙한 난자를 가지고 했다. 환자가 병원에 난자를 제공하는 건 2세를 낳기 위함, 당연히 성숙한 난자를 써야 함에도 안좋은 걸 가지고 시도를 했으니 결과가 안좋은 건 당연했다. 돈도 적게 드는 게 아니니, 뒤늦게 환자가 그 사실을 알아내고 열이 안받을 수가 없다. 황도 황이지만, 그 의사도 참.


황의 연구가 미국에서 그렇게나 각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선 난자를 가지고 체세포 핵이식을 할 수가 없다. 부시 행정부가 법안 개정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니까. 때문에 하버드같이 능력 있는 곳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언론을 통해 여론을 조성한다. “봐라. 이렇게 가다간 한국 같은 나라한테 특허 다 빼앗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황우석을 영웅시하고, 위인전까지 펴낸다. 미국 신문에 실린다고 위인이 되는 나라, 미국 신문에 실리기 위한 거라면 여성들의 고통엔 아랑곳하지 않는 나라, 뒤늦게나마 그 사실을 지적한 사람을 매국노로 칭하는 나라.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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