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찌결사대 - 제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40
김해등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요즈음 들어 비둘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우리집은 20층이다.

탁 트인 전망에 창 쪽으로 놓은 책상에 앉으면 햇살과 노을과 바람과 비가 느껴져 참 좋다. 

헌데 요즈음 들어 고민이 생긴 것이,

에어컨 실외기를 걸쳐 놓은 외벽 선반에 자꾸 비둘기가 와서 앉는다 ;;

주로 응가를 하거나 햇살을 받으며 꼬박꼬박 졸겠지만,

때로는 앉아 구구구 기괴한 소리로 울음을 울고 어떨 때는 신문을 보던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6살 난 아이는 갈매기가 우리집에 왔다며 아주 좋아하지만..

난 정말이지 청결하지 않은 불순물이 싫고, 무섭다.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비둘기 연관검색어로 '비둘기 실외기' , '비둘기 퇴치' 등등이 함께 오른다.

이제 비둘기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인가 보다;;

 

그러던 중 받은 동화집 <발찌결사대>

 

(발찌결사대가 비둘기에 대한 동화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내가, 그리고 이런 상황이 우스꽝스럽단 생각을 했다.

난 이제나 저제나 비둘기를 쫓으려고 노력 중인데.. ;;)

 

<발찌결사대>는 총 4편의 동화로 이루어져 있고..

 

1. 발찌결사대

2. 마술을 걸다

3. 탁이

4. 운동장이 사라졌다.

 

그 중 첫번째 동화인 발찌결사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화자는 비둘기.

 

여기 저기서 홀대 받는 비둘기들은 살아가고 먹이를 얻기 위해

나는 것을 포기하고, 닭둘기라는 치욕을 감수하고, 번식을 할 수 없게하는 먹이를 받아먹는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비둘기 계급 사회'가 있다.

인간에게 잘보이려는 관리계층, 진실을 알고 있는 그들과

궁핍하고 쓸쓸하게 닭둘기의 삶을 연명하는 보통의 비둘기들.

 

그들이 어느 날 '날아야 겠다', '날아서 이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곳을 탈출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발찌결사대는 만들어졌다.

 

그리고 결국, 난다.

 

책속 비둘기들은 이런 말을 반복하며 자신들에게 최면을 건다

 

책 속 문장

 

"그런다고 날 수 있을까?"

"원래 우리는 새였어. 그리고 새라면 나는 게 당연한 거야." (27페이지)

 

"우린 날개 달린 새야!"

"뭐, 멋이?"

"새가 난다는데 뭐가 잘못됐어?"

(40페이지)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내가 나에게 묻는 질문.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의심, 자기 방어, 변명.

"내가 하고 싶은걸 한다는데 뭐가 잘못됐어?"

 

나는 이런 느낌의 동화가 좋다.

지나치게 똑똑하고, 어른의 세계를 아이의 믿음과 능력으로 송두리채 바꿔버리고, 그런 동화 보다는

이런 느낌의 동화.

책 속에 또하나의 세상이 있는, 상상을 하게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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